주위를 둘러보니 라떼는 혹은 왕년에 한국에서 연고대, 이대 정도 안 나온 사람 없더라. 젊었을 때 집에 금돼지 몇 마리 정도는 키웠다는 사람 차고 넘치더라. 술만 안 마셨어도, 뭐만 안 했어도 빌딩 몇 채는 세웠을 거라는 사람은 더 많더라.

물론 전업이든, 직장인이든, 금수저든, 돈 잘버는 남편(좋은 남편이라고는 절대 안 했음)을 두었든 혹은 의료, 법률, 회계, IT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더 치열하게 일해 풍족한 삶을 살고 계신 분들도 많다. 하지만 다 그렇진 않다. 모두가 등 따시게 사는 건 아니다. 지금의 현실을 똑바로 보자. 애들 핑계, 영어 핑계, 렌트로 시작해 렌트로 마감하는 미국 문화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분명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왜 없겠는가. 통계까지 내보지는 않았지만 전자보다 분명 많은 숫자임을 확신한다.

당장 이 사이트만 보더라도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분들을 쉽게 볼수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직업이 ‘나가서 캐쉬어라도 하세요’, ‘서버하세요’이다. 나가서 캐쉬어라도??? 감히 어디서 이딴 말을 지껄이는지 통탄치 않을 수 없다. 나가서 캐쉬어라도! 가 쉬워보이지? 아, 물론 의사나 변호사보다는 쉽겠지. 그만큼 대접 받을 수 없는 직업인 거 꼬딱지만한 꼬마라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하지 마요. 듣는 캐쉬어 기분 나빠요. 다른 직업에 비해 취직할 수 있는 문턱이 낮다는 의미인거 당연히 안다. 내 말인 즉슨, ‘캐쉬어’라는 단어보다 ‘나가서 ..라도 하세요’라는 비아냥이 싫다는 말이다. 남의 속을 알 길이 있을까? 누구라도 열이면 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텐데 말이다.

서버라도 하세요!!! ??? 이렇게 쉽게 지껄이는 분들은 서버 한 번이라도 해 봤을까? 듣는 서버 또 기분 나빠요. 나는 당당히 외친다. 서버도 전문직 중 하나라고 말이다. 손님이 들이닥치는 딱 그 한 순간에, 그 찰나의 순간에 손님 응대하고 주문을 받고 주문을 넣고 와인 병을 따고 음식을 나르고 계산을 하며 뒷 정리(프렙)를 동시에 진행하는, 참 그 와중에 투고도 쌈. 방긋방긋 미소도 지음. 이런 대처능력이 프로페셔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누구나 특히 여자라면 더더군다나 주부라면 접근성이 쉬운 건 사실이겠지만 분명 전문가는 따로 있는 것 역시 팩트이다. 

각설하고 오늘은 필자가 직접 겪어 본,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호텔 Job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나는 지금 카지노 딜러를 하고 있지만 이 짓도 어언 4년 차가 넘어가다 보니 어느 정도는 주위를 둘러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사는 주에 카지노나 호텔이 없다면 패스하세요, 단 이사 올 용기 있다면 계속 보세요.(참고로 나는 51세에 혼자 타주에서 라스베가스에 똑 떨어졌음. ‘나이 50넘어 카지노 딜러 되는 법’ 칼럼 참고하세용) 의외로 나이 많고 영어 불편한 우리 한인 특히 여성들에게 호텔 잡은 생각보다 문턱이 낮아 취직하기 쉽고 많은 베네핏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상황=======

1.House Keeping

객실 청소, 홀 청소, 세탁실, Uniform Service 등 아마도 호텔 내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부서가 아닐까 한다. 여자와 남자의 비율이 보통 9:1 쯤 되고, 대부분 직원들이 영어가 아닌 스페니쉬를 사용할 정도로 남미계 이민자가 대부분이다. 본인 소개 간단하게 할 정도의 영어만 돼도 취직 가능하다. 텍스 떼기 전 한 달에 삼천 불 정도 번다. 친한 한국 언니 몇몇이 70 전후의 나이에도 아직 현역에서 일하고 있으며 방 청소보다는 홀 청소가 쉽다고 들었다. 재봉틀을 다룰 줄 알거나 얼터레이션 경험이 있으면 세탁실 내의 수선실에서 일할 수도 있다. 한국말로는 노동조합, 유니언 잡으로 일하는 시간과 오버타임 페이가 정확하고 401K, 1년에 한 달 이상 쉴 수 있는 유급휴가와 가족 의료보험은 물론 은퇴연금 등 다양한 혜택이 있어 늦은 나이까지 쉬엄쉬엄(?)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2.Prep Cook

라인 쿡을 보좌해서 조리 업무를 돕고 메인 요리사가 음식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 과정을 맡는다. 말이 거창하긴 해도 채소를 다듬고 육류나 생선을 준비한다든지 주방 도구나 그릇 등을 챙기는 것도 모두 이에 속한다. 설거지 하는 사람은 별도로 있다. 물론 집안 살림과 사회 생활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주부라면 쉽게 도전할 수 있다. 간단한 영어 회화만 가능하면 된다. 성실한 사람은(특히 한국 사람) 3,4개월 후에 프렙 쿡에서 벗어나 보조 쉐프를 하기도 한다. 특히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에겐 강력 추천함. 늘 접하는 한식이 아닌 다양한 세계 각국의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다. 시작하는 페이는 시간 당 17불 정도지만 진급이 꽤 빠른 직종 중 하나이다. 아는 한국 언니는 호텔 주방 취업 1년 만에 특유의 근면함으로 샐러드 총괄 담당 라인 쿡을 하고 있음. 시간 당 30불 받음. 같이 일할 때 샐러드 엄청 챙겨줘서 나중엔 좀 질렸음. 영어 겁나 못했음.

미국친구랑 수다 떨 정도로 생활 영어만 가능한 상황=======

3.Cage Cashier

폼 나게 말해 카지노의 심장이라 불리우는 케이지, 캐쉬어 즉 환전소? 계산대? 한국말로 똑 떨어지는 말은 잘 모르겠지만 잔돈을 바꿔주거나 게임에서 사용하는 칩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곳, 호텔의 중심부를 말한다. 보통은 1년 정도의 캐쉬어 경험이 필요해 호텔 내 식당이나 기념품 점 등에서 캐쉬어 경력을 쌓은 후 이동하는 게 보통이다. 나 아는 언니 부부는 흑인을 주로 상대하는 잡화점인 뷰티 서플라이를 엄청 크게 하는 부자인데 온 가족 의료보험 때문에 형부는 사업하고 언니는 호텔 케이지에서 캐쉬어를 함. 연봉 삼만 오천 정도로 하우스 키핑이나 프렙 쿡처럼 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일이 쉽고 앉아서 일할 수 있다. 별도로 팁도 받는다. 몰랐지?? 보통의 사람들은 돈을 조금 따서 케이지에서 돈을 바꾸면 100불 당 약 5불 정도 캐쉬어에게 팁을 준다. 참고하시길!! 돈 실수만 안 한다면 크게 신경 쓸 일 없는 직업이며 고객들과 오랜 시간 부딪힐 일 없어 베네핏 생각하면 특히 한인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호텔 직업 중 하나이다. 

4.Bartender, Waitress

아이고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바텐더를? 하고 말할 사람 분명히 있다. 솔직히 말해 칵테일 웨이트리스는 나이 보고 얼굴 본다. 유니폼이 최소 핫 미니 스커트 아니면 똥꼬 팬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 안에 있는 바텐더는 나이에 상관없이 도전해 볼만한 직업이다. 라스베가스 내에 바텐더 학원이 몇 개 있다. 학원 수료 후 작은 호텔 바텐더부터 시작하면 된다. 보통의 여성들은 바텐더보다 웨이트리스를 더 선호하긴 한다. 호텔 내 수 많은 식당들에서 언제나 서버를 구한다. 이 역시 온전하게 팁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 본인 하기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다. 호텔 내 식당의 경우에는 딜러보다 분명 더 버는 게 사실. 딜러는 돈 잃으면 절대 팁 안주지만(우리도 팁으로 먹고 산다구우우웅!!!) 서버는 확실히 팁을 더 받는다. 한달 평균 육천, 칠천 불 정도 번다. 단 접시가 겁나 무거워 손목 조심해야 함. 굳이 손님들하고 잡담할 필요 없이 주문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가능하다. 호텔 안이나 밖이나 서버는 항상 부족함.

5.Table games Dealer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필자가 현재 하고 있는 딜러 일이라 세상 쉽고 편한 직업이다. 나이 안 따지고 정년 없어 영어 불편한 여성 이민자에게 꽤 괜찮긴 하지만 스트레스가 큰 게 단점이다. 학원을 한 달 정도만 다니면 작은 호텔부터 취직 바로 가능하고 경험이 쌓이면(몇 년 걸리긴 하지만) 본인 능력에 따라 1년 연봉 오만에서 십만 이상도 가능하다. 아는 동생 10년 경험있는 딜러, MGM 호텔에서 새벽반 일하는데 바카라 게임 하이리밋이라 손님 거의 없고 매일 앉아 있음. 1년 연봉 한화 1억 5천 정도 ㅠㅠ(부러움의 눈물) 번다. 우리가 일명 말하는 정신 나간 도박꾼들을 상대하는 직업이기에 서비스 마인드가 심하게 장착돼야 하고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어야 해서 다리 아픈 딜러들 천지다. 담배 연기 견딜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담배는 어떻게든 견뎌보겠는데 아직도 시가는 짜증나서 가끔 손님이랑 투닥거리다 혼나기도 함. 영어는 크게 필요치 않다. 나 아는 몇몇 중국애 영어는 절대 못알아 들음. 남들이 뭐라거나 본인들이 더 꿋꿋하게 영어로 씨불임. 매니저도 못 알아 들어 맨날 나한테 물어봄. 아 씨 내가 어떻게 알아, 나 한국사람이여, 중국사람 아니구.    

미국에서 학교 나온 수준의 영어가 불편하지 않은 상황=======

6.Front Desk

보통 한국 드라마에서 호텔리어랍시고 종종 나오는 역할이 바로 프론트 데스크이다. 고객을 가장 처음 응대하는 곳이기에 능숙한 영어가 필요하다. 동네 작은 모텔? 호텔? 프론트 데스크 경험이 있으면 더 좋다. 신입의 경우 시간 당 이십 불 정도 버는 직업이라(서버보다 훨씬 적으니까) 개인적인 입장에서 저 정도 영어 실력으로 왜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서 일하는지 참 궁금했었는데 이 부서가 승진이 되면 월급도 확 올라가고 또 여러 호텔 내 사무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진정한 호텔리어로 거듭나기 위해 거쳐야 할 엔트리 레벨이라고나 할까? 아무리 그래도 나같으면 그 정도 영어 실력으로 프론트 데스크는 하기 싫을 듯. 개인 차는 있겠지만 서버나 딜러보다 선호하는 사람이 많긴 하더라. 일명 호텔 내에서 깔끔하고 독립적인 부서를 원한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7.Hotel Marketing 

라스베가스를 대표하는 대학인 UNLV, 네바다 주립대학의 Hospitality(여행, 관광산업) 분야는 세계 1,2위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로 유학 오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호텔 비즈니스, 호텔 마케팅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내가 10년만 젊었다면 이 학교를 갔을거다. 결국엔 못 갔다는 그럴싸한 핑계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임. 사실 내 전공이 마케팅이라 기업의 비즈니스 플랜을 짜고 계획서, 기획안을 작성해 그것을 현실화 시키기 위한 모든 기업 전략과 홍보, 광고 이벤트 등이 평생 전공었는데 미국에선 마케팅을 그냥 세일즈맨 정도만 취급하니 현실의 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었다. 베가스에 와서 마케팅 디렉터를 하고자 수십 군데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비즈니스 영어라는 한계에 부딪쳐 바닥부터 시작하자는 맘으로 딜러를 하고 있다. 혹시라도 나보다 조금 젊고 영어만 된다면 호텔 마케팅에 꼭 도전해보길 권한다.  

기타 – Slot Attendant, Casino Host

슬롯 머신 사이로 요리조리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이라면 슬롯 어시스턴트일 것이다. 쉽게 말해 슬롯 머신에 문제가 생겨 서비스 버튼을 누르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 주 업무이다. 보통은 바우처(돈 대신 나오는 티켓) 종이가 모자라거나 간단한 기계 고장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머신 안의 돈 통은 건드릴 수도 없으며 기술적인 결함이라면 테크니션을 부르면 된다. 그 외 또 중요한 업무는 잭팟이 터지면 플레이어의 신원을 확인한 후 돈을 가져다 주는 역할도 한다. 페이는 한달에 삼천 불 정도 플러스 팁이다. 이 직업이 팁 받는 줄 몰랐지? 예를 들어 머신에서 천 이백 불 이상 터지면 슬롯 어시스턴트들이 신분증 확인 후 현금으로 돈을 가져다 준다. 30% 텍스도 나중에 뗀다. 이때 보통은 5% 정도 팁을 주는 게 상식이다. 호텔 일 하기 전엔 나도 몰랐음. 물론 천 이백불 이하면 그냥 바우처 종이로 프린트 돼서 나옴. 활동적인 사람이든 내성적인 사람이든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영어는 중간 정도만 하면 가능하다. 

카지노 호스트는 내가 해보려고 껄떡대던 직업인데 게임하는 싸가지 없는 손님이랑 몇 번 싸우고 매니저한테 찍혀 포기했다. 호스트, 말 그대로 부자 손님을 특별히 관리해 주는 직업이다. 큰 돈을 바꾸는 뉴 플레이어나 기존의 큰 손들이 카지노를 방문하면 예약부터 떠날 때까지 호텔 방부터 식사, 쇼, 오락, 쇼핑 등 다른 부대 서비스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보좌해 주는 개인 비서 같은 개념이다. 페이는 이 역시 기본급에 팁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아무래도 큰 손들이기에 한 달 평균 오천 불 이상은 번다. 물론 자기 손님이 있다면 몇 만불씩 버는 호스트 허다 함. 호스트의 경우는 따로 공고가 나거나 직원을 뽑는 경우가 드물고 다른 직원이나 매니저들의 추천 혹은 딜러의 경우 2개 국어 이상 능통하고 대화는 물론 읽기 쓰기를 잘해야 하며 아주 뛰어난 외모이거나 엄청난 서비스 마인드면 수퍼바이저가 별도로 추천해 호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같으면  2개 국어가 능통하고 똑똑하며 외모도 받쳐주면 UN 사무실 가서 일하지 호텔 호스트 안함.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것이다. 인기 개그맨 박명수의 어록이다. 동감한다. 모든 게 다 때가 있고 시기가 있다. 그래서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할 때 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그 때는 몰랐지만, 아니 알아도 안했지만 말이다.  

놀러만 다닐 땐 몰랐다. 호텔 직업이 딱히 부럽지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여기 미국땅에 외국인으로 혼자 멍청하게 시간만 보내고 있느니 생각보다 많은 베네핏, 혜택이 있는 호텔 Job도 특히 여자에게 그리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1분만 지나도 오버타임을 주고 대부분 직원들이 유급휴가 알뜰살뜰 모아 한 방에 자기 나라 한 두달 놀러 간다. PTO(Paid Time Off) 동안에는 일 안해도 월급은 계속 나오니 개꿀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주식 시장이 어떻든 간에 10년 후 찾을 401k나 쇼셜 인컴 덕에 조금은 노후가 안심되기도 한다.

사는게, 인생이 뭐든지 지 하기 나름인데, 카지노 딜러가 돼서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든, 세탁실에 앉아 꼼꼼하게 바느질을 하든, 샐러드를 아는 동생에게 좀 챙겨주든, 역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게 지론이다. 한숨 쉬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 말많고 탈많은 한인 사회에서 좀 벗어나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리라. 거지같은 직업이라도 방구석에 불 끄고 앉아 혼자 마시는 쓰디 쓴 소주보다 낫다는 걸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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