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랫만에 누려보는 호사였다.
뭔 놈의 팬미팅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를 만나러 베가스를 방문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대해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글의 힘은 위대했고 감동과 반가움은 넘쳐났다.
물론 여행의 목적이든 비즈니스이든 베가스를 다니러 온 김에 겸사겸사 나를 만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일부러 몇 시간 씩 비행기나 차를 타고 오신 분도 있었고, 원래 여기 사는 분도 많이 만났다. 도박을 핑계로 필자를 찾는 분부터 절실한 마음으로 내게 도움을 청하는 분까지,
그 분들을 통해 나는 또 새로운 세상을 접했고 미지의 세계를 경험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세상 값진 만남을 기꺼이 허락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부담없이 간단하게, 차 한 잔
나는 너무 시간이 많고 소주 한 잔이 급 땡김에도 불구하고 행여라도 내게 부담이 될까 간단하게 차 한 잔만 권하는 분들이 있다. 빡빡한 일정으로 베가스 여행 오신 분들도 그에 속했다. 오래 된 베가스 커피 맛집 Gabi Cafe란 곳에 갔고 새로 생긴 한국 빵집 뚜레쥬르, 겹겹이 쌓인 크레페 케이크가 일품인 Is Sweet라는 디저트 카페에도 갔었다.
Gabi는 엔틱한 실내 장식이 특이하고 서로 다른 듯 잘 어우러진 테이블이나 의자들, 다양한 소품들이 젊은 층들 사이에서도 핫한 장소로 유명하다. 특히 한 쪽 벽 면에 설치 된 나무 계단에 아무렇게나 털썩 걸터 앉아 마시는 카페라테 한 잔은 최고다.
Is Sweet은 수제 조각 케이크로 소문이 자자한 디저트 카페인데 매번 갈 때마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얼마 전 오픈 한 한국 유명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역시 밝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차 한 잔 하며 만난 그 분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남에게 피해 주길 싫어하고 조용한 성격이며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았다. 베가스에 사는 분도 있었고 타 주에서 일부러 오신 분들도 있었다.그냥 내 얼굴이 한 번 보고 싶었다며, 그냥 차나 한 잔 하고 싶었다며 덤덤히 지나 온 세월을 털어 놓으셨다.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기쁨과 나를 바라보는 동글동글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들이 인상적이다. 내가 쓴 칼럼 중 호텔 잡을 구하려는 분들이 많았고 조용히 은퇴를 계획하는 분들도 있었다. 미국 여러 곳의 은퇴 후보지 중 하나인 베가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셨던 것이다. 어느새 5년 차에 접어든 베가스 생활을 가감없이 말씀해 드리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타 주에 비해서 낙후된 의료 시설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생각보다 많이 덥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분도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많이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한국인의 정, 식사 대접
여러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가진 하나의 원칙은 바로 더치 페이이다. 비록 나를 만나러 오셨다고는 해도 얻어 먹는 것도 그렇고, 매번 내가 사는 것 역시 불편해 박박 우겨 더치 페이를 하자고 한다. 한국인의 특성 상 서로 내겠다고 행복한 실랑이가 벌어질 때도 있지만, 나 몰래 화장실 가는 척 계산 해버리는 고마운(?) 분들도 있지만, 가능한 각자 내는 것이 깔끔하고 더 편하다. 앞으로 저를 만나고 싶은 분들, 더치 페이 합시다욥, 넵!! ㅎㅎ
필자가 가장 즐겨 찾는 곳 중 하나가 바로 Mr. Tofu이다. 우선 차르륵~ 늘어 선 수 많은 반찬의 종류가 입맛을 돋운다. 한식 맛집 많기로 유명한 LA에서 오신 분들도 만족하는 베가스 대표 한식집이다. 순두부나 갈비, 냉면 같은 단품에서부터 족발이나 전골 같은 술안주도 푸짐하다. 점심으로도 저녁으로도 손색없는 곳이지만 저녁 10시면 문을 닫아 이야기가 좀 길어지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조금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는 이탈리안 파스타 맛집인 Nora’s Italian Cuisine을 자주 찾는다. 웅장한 외관에 비해 음식값도 비싸지 않고 특히 해물 파스타에 와인 한 잔이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곤 한다. 특히 커플인 분들을 만날 때 주로 찾는 집인데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비해 일인당 30-40불 대면 식사가 가능해 많은 분들이 만족하는 곳 중 하나이다.
점심에 식사를 할 때는 중국집인 진진을 찾기도 한다. 특히 해물 짬뽕이 일품이다. 근래에 먹어 본 짬뽕 중에 단연 원탑이다. 무봉리 순대국의 순대국밥도 즐겨 찾는 곳 중 하나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잠시 맛이 변한 적이 있긴 하지만 예전의 초심을 다시 찾은 주인장의 노력으로 역시 누구에게든 추천할 수 있는 베가스 대표 맛집이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거한 점심이 필요할 땐 샤브샤브집을 찾기도 한다. 베가스는 대부분 식당이 올유캔잇이라 본인 능력껏 양껏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U Shabu나 Shabuya를 자주 가고 올유캔잇은 아니지만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급 Chanko Shabu도 추천할만 하다.
화끈하게 술 한잔, 우리가 남이가??
필자가 우길 때도 있지만 자연스레 술 한잔 기울이는 만남이 있을 때도 많다. 아무래도 알콜의 힘을 빌리다 보니 훨씬 더 속깊은 얘기가 오가는 장점이 있다. 보통 싱글 맘인 팬들을 만날 때 자주 갖는 자리인데 그게 한 잔의 맥주든 소주든, 알콜이 주는 장점은 아무래도 긴장감이 풀어지고 훨씬 더 급속하게 가까워지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당연히 처음 만난 자리임이 분명한데 터 놓기 힘든 세월을 풀어 놓는 그녀들의 눈빛에서 지나 온 나의 세월이 오버랩된다.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며 때로는 함께 눈물을 나누기도 한다. 지친 일상에 갑작스레 찾아 온 오랜 친구와의 만남처럼 아득하고 정겹다. 진심이든 입바른 소리든 서로 예쁘다 어려보인다 하하 호호대며 철없던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 애틋하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의 동반자(?), 가장 친한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
베가스 대표 선술집인 Q Bistro를 필두로 지금은 사라진 닭발 맛집 SoJu, 일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꼬치구이 맛집 Hachi, 올유캔잇 고기집인 Mr. BBQ, 프리미엄 올유캔잇을 표방하는 스시집인 It’s Sushi, 살아있는 광어, 우럭은 물론 값비싼 한국 해산물을 양껏 즐길 수 Sea Salt Live 활어까지 세계적인 관광도시답게 먹을 곳도 마실 곳도 넘쳐난다.
어디가 맛있다, 거기는 맛없다를 논하지는 않겠다. 오늘의 쟁점은 맛이 아닌 정이기 때문이다. 싸구려면 어떻고 고급집이면 또 어떠랴. 소주 한 병을 서로 내겠다고 싸울(?) 수도, 혹은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해삼, 멍게, 산낙지 같은 고급 해산물을 사랑하는 지니언니에게 푸짐하게 대접받는 자리에도 나는 언제나 행복하고 복에 겹다. 먹을 복은 타고 난다지만, 인복 역시 지 팔자라지만 딱 내얘기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 나를 만나러 일부러 찾아 준 팬 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란 첫사랑을 재회하는 떨림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다. 카톡 프로필이 있긴 하지만 얼굴 사진이 없는 경우가 많아 말 그대로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듯 가슴 콩닥이며 그녀들을 기다린다. 오직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오직 글쟁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혜택이고 감동이다. 내 인생이 그리 헛되지만은 않았구나, 열심히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를 절감하는 가슴 찬란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인생 뭐 있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
따뜻한 차 한 잔에, 얼큰한 국밥 한 그릇에, 쓰디 쓴 소주 한 잔에 정을 나누고 인생을 논한다.
오고 가는 술잔 속에 우리의 지난 날 환희와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난다.
처음 얼굴 본 이에게 지나 온 인생을 털어놓고 까끌했던 과거를 녹여낸다.
스쳐보이는 눈물 한 방울에 그간의 노고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고생했다 말 해주는 게 전부일 뿐…
내가 조금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순 없을까?
내 코가 석자인 현실에 때로는 좌절감도 느낀다.
이제 그만 아프자고, 이제 그만 우리도 행복해지자고,
함께 격려하며 토닥일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