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땐 무슨 짓이든 못했으랴. 

태국 푸켓의 작은 섬 하나 풀빌라를 통째로 빌려 몇날 며칠을 벌고 벗고 지낸 기억(이때부터 내돈내산, 내 돈으로 내가 픽한 남자 애 하나 데리고 놀러 다녔었음, 남자 돈으로 여행 가본 기억이 없다는 게 함정), 

말도 안통하는 프랑스 파리 한복판 르모리스 호텔에서 룸서비스 시키느라 절절 매던 기억(근데 도대체 얘네들은 왜 호텔에서 영어 안씀? 나원참. 지금이야 당연히 쓰겠지만 30년 전에는 불어만 썼음, 혹 영어 쓰는 직원이 있기는 한데 발음 절대 못알아 먹음, 관광지에서 영어가 안 통해 분통 터져 죽는 줄 알았음, 영한 사전, 영불 사전 들고 다니며 고생 좀 했음, 하지만 행복했던 추억),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에는 꽤 특별한 스위트가 있다. 호텔 방 중앙에 떡하니 수영장이 있는데, 사실은 수영장이 아니라 제법 큰 규모의 욕조가 있고 그 주위로 소파와 침대가 있는 구조이다. 타일은 물론 욕조 디자인이 굉장히 특이하고 유니크한 매력이 있던 기억(당시에도 지금에도 오직 외국인만 출입 가능한 카지노에 가보고 싶어 미칠 뻔 했음, 결국 나는 지금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이제는 더이상 가보고 싶지 않다는… 흠흠),  

강남 역삼동 리츠칼튼(지금은 이름이 바뀐듯?) 15층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스위트 룸이 내 단골 아지트였다. 지하 나이트 클럽에서 부킹한 남자 애들이랑 밤새 파티하던 기억(어제하고 오늘, 그리고 내일 남자가 매일매일 바뀌었다는 건 비밀, 누구처럼 문란한 섹스 파티가 아니고 정말 닭발 시켜놓고 발렌타인 30년 마시던 건전한(잉?) 파티파티는 안비밀), 

1980년대 후반,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힐튼호텔 제일 꼭대기 23층, 당시 김우중 회장 부인이자 힐튼호텔 사장이었던 정희자 여사의 안내로 눈이 띠용~~~ 휘둥그레 마치 서울에 갓 상경한 촌아이처럼 럭셔리 끝판왕인 팬트하우스를 방문해 두리번 대던 기억(손님 화장실 내 휴지, 타올, 비누, 로션 등 모든 비품이 샤넬이었던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 기억 속의 호텔은 꽤나 고급지고 누구 앞에서 폼잡기 좋았으며 역마살 많은 내 팔자에 꼭 맞는, 스트레스 풀고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나는 지금 오늘, 라스베가스 호텔 카지노에서 딜러 일을 하고 있다. 젠장, 인생 뭐 이래??????

각설하고, 아무튼 2023년 12월은 뭔지 모르게 더 정신없고 바쁘게 흘러갔다. 

늘 하던 데이트에 할애하던 시간적 비중만 없앴을 뿐, 일을 더 했고 글을 더썼다. 

유일한 가족인 내 강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평생 안하던 운동도 다녔으며 이것저것 쓸데 없이 배우기도 했다. 

그러다 덜컥 번아웃이 왔다. 1분1초를 쪼개 쓰던 내 삶에 갑자기 무기력증이 생긴 것이다. 

아,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크리스마스가 막 끝난 12월 말, 팜스 호텔에 2박 3일 예약을 했다. 

물론 나 혼자 말이다. 어떻게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다수의 베가스 주민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우리는 일할 때 혹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스트립에 잘 나가지 않는다. 복잡하고 차막히고 주차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로컬 주차비를 할인해 주는 몇몇 호텔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더 헷갈림! 안나감!! 

나의 최애 호텔은 스트립 건너편, 리오 호텔과 마주하고 있는 팜스 호텔이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호텔 사이즈에 가격 안 비싸고 주차 쉽고 맛집이 많다. 2022년에 새 주인이 리모델링 후 리오픈해 모든 게 새거다.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후드 시설에 돈을 많이 투자한 덕에 실내에 담배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게 큰 장점이다. 허구헌날 호텔에서 일하면서 또 호텔을?? 네 갑니다. 직원으로가 아니고 손님으로 말이지요. 서빙한다고 식당 안가나요? 후훗.

와~~ 사람 많다. 연말이라 그런가? 슬롯 머신 사이로 걷는게 힘들 정도로 플레이어들이 가득하다. 특히 팜스 호텔은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골드코스트 호텔을 겨냥해 중국인 유치에 힘을 쏟았다. (골드코스트 호텔은 작고 오래됐지만 가장 많은 바카라 테이블을 보유하고 있고 유명 딤섬집에 중국풍 인테리어까지, 여기에선 일명 중국 호텔로 불린다) 

팜스 호텔 내에는 베가스에서 두 번째로 훌륭한 팀호완이라는 딤섬집이 있으며(단연 가장 훌륭한 첫 번째 딤섬집은 아리아 호텔 내에 있다, 단순히 내 개인적인 생각임) 중국 국민 게임인 바카라 테이블 섹션이 따로 있고 드래곤 링크라고 불리는 그들의 최애 슬롯머신이 수십 대가 넘게 즐비하다. (참고로 우리 호텔에는 딱 4대 있음, 심지어 바카라 테이블도 없음)

힘겹게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드디어 방에 도착했다. 후우우우~~ 안도감 섞인 깊은 한숨이 단전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온다. 앞서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방 사이즈가 꽤 넓다. 아마도 스트립 중앙이 아닌 로컬 호텔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솔직히 MGM 호텔만 봐도 스위트 아닌 담에는 방이 좁아 터졌음, 너무 좁아서 깜짝 놀랐음) Light Wood? 연한 베이지 톤의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꽤 큰 연노랑색 소파가 인상적이다. 책상 옆 킹사이즈 침대는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인 침구로 세팅됐다. 나 리모델링 했어요~~!!! 라고 자랑스럽게 외치는 화장실 역시 예쁘다. 사진에는 다 보이지 않지만 오오오오 화장실 쫌 쨍한데? 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임.  

자, 이제부터 나의 “먹고자고” 여정이 시작됐다. 제일 먼저 딤섬집으로 향했다. 협찬이 아닌 내돈내산인 관계로 자세한 내용 전달이나 사실적인 설명에 대한 부담감은 없지만 아무튼 맛있다. 원래 딤섬 종류는 어마무시하게 많은데 사진에 보이는 메뉴 딱 저것만 있다. 자랑할만한 대표 메뉴여서 그런지 모든게 맛있다. 얇디 얇은 딤섬 피가 정말 인상적이다.(허겁지겁 먹다 아차 사진, 하고 찍어 좀 지저분한 점 죄송함다) 식당 문을 들어서면 바로 앞 통 유리창을 통해 딤섬을 직접 빚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다 쓰는 제품이 아니올시다, 모든 걸 직접 손으로 빚는답니다, 열마디 말이 무슨 소용이랴,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다. 맛있게 먹고 나서 오는 현타, 정말이지 모든 외식비가 많이 오른 걸 실감했다. 예전엔 혼자 먹어도 50불 선이었는데 오늘은 74불이 나왔다. 심지어 후식으로 늘 먹던 최애 찹쌀 도넛도 안 먹었는데 말이다. 정말 혼자 먹었다, 내가 진짜 돼지라는 걸 증명하는 순간임.    

슬롯머신 몇 대를 기웃기웃대다 몇 백불 잃고 나서 쓰린 속 달래려 Bar에 앉았다. Bar분위기가 생각보다 차분하고 조용하다. 앞에 놓인 컴퓨터에서 게임을 하면 술을 무료로 제공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백 불짜리 하나를 억지로 우겨 넣는다. 그리고 올드패션 한 잔, 사실은 백 불짜리 술을 마신 셈이다. 내 인생에 잭팟이나 로또 따위는 없으니까 말이다.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TV들이 즐비한 Sports Book, 미국 내에서 열리는 갖가지 스포츠 게임에 배팅을 하며 술과 음식을 즐기는 곳이다. 주말 브런치와 수요일 랍스터 디너로 유명한 뷔페도 있고 간단하게 한끼 때울 수 있는 누들집도 있다. 꽤 고급스러운 스테이크 하우스와 대중적인 미국 BBQ, 호텔 꼭대기에 올라가면 베가스 야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루프탑 고스트바도 있다.(참고로 여기는 추워서 안 올라갔음) 뭘 하든 뭐든 안하든 아무튼 내 자유, 오랜만에 배 터지게 힐링 듬뿍되는 시간이었다.

차라리 집에서 쉬지? 나가면 더 고생 아닌가? 라고 할 수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사람마다 다르겠지, 나는 후자다. 집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단 집 밖을 뛰쳐나가 호텔에서 쉬는 사람도 있다. 모두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니 그러려니 하세요. 이 와중에 호텔에서 함께 일하는 친한 언니는 끌끌 혀를 차며 혼자 뭐하러 돈 쓰며 저 짓을 하누 안타까워한다. 한국 언니 특유의 오지랖, 본인과 다른 점에 너 틀렸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뻔뻔함. 내돈으로 내가 지랄하는데 나 좀 가만히 둬요, 뒤에서 짹짹짹 말하지 말고!! 어차피 난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 신경도 안 쓰지만 말이다. 귀 두개 만들어 주신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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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하는 카지노 딜러 

티나 김 이메일 tina.myfunlasveg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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