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누구인가, 밥에 죽고 밥에 사는 민족 아니던가?

더더군다나 필자의 경우, 2010년 미국 들어오기 전만 해도 한국 살 때 1년에 한 번씩은 꼭 라스베가스에 들렀다. 컨퍼런스? NO! 쇼핑? NO NO!! 도박? 게임?? NO NO NO!! 오직 먹으러 왔다. 뷔페 먹으러, 술 마시러, 진짜임! 펜데믹 이후에 모든 뷔페가 문을 닫고 가장 슬퍼했던 1인 중 하나이다. 심지어 나, 라스베가스 사는데 말이야 흑흑. .

세월이 약이라고 하던가. 예전처럼 모든 뷔페가 완전히 재개장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미식을 조금은 충족시킬 수 있는 호텔 뷔페들이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후덜덜덜한 가격에 저녁에도 오픈하는 게 아닌 낮에만 하는 브런치, 혹은 주말에만 오픈하는 뷔페 등 아직까지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내 한 입 만족시키기엔 충분한 듯 하다. 오늘은 라스베가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뷔페 탐험을 시작해 보자.

위키드 스푼(Wicked Spoon) At 코스모폴리탄=======

마녀의 숟가락, 이 얼마나 근사한 네이밍인가.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뷔페이자 특히 톡톡 튀는 젊은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위키드 스푼 뷔페는 현대적이고 우아한 장식, 따뜻한 흙색 톤, 작은 개별 접시로 우리들을 환영한다. 가장 큰 차별화라면 ‘역시 뷔페는 큰 접시에’ 라는 고정관념을 깬 작은 접시 마케팅일 것이다. 앙증맞은 접시를 들고 다니면서 한꺼번에 많이 담아 먹는다는 느낌 없이 모든 것을 조금씩(또는 많이) 맛 볼 수 있다. 

식당 안으로 한 걸음만 들어가 보면 왜 사람들이 이곳을 그토록 좋아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샐러드 섹션, 작게 담아낸 음식 섹션, 해산물 섹션, 이탈리아 및 아시아 요리 전용 섹션을 포함한 다양한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오징어 먹물 파스타, 멧돼지 요리, 케일 샐러드, 양고기 자이로, 4가지 치즈 트러플 맥과 같은 요리가 정기적으로 돌아가며 나오는 음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럽다. 프라이드 치킨은 전용 그릴 스테이션의 일부인 개별 튀김 바구니에 담겨 제공되며, (참고로 이 바구니가 너무너무 귀여워 하나 데려오려는 욕심이 나는 걸 꾹 참았음) 디저트 섹션에는 직접 떠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공간과 다양한 케이크, 쿠키, 초콜릿, 페이스트리는 물론 딸기 발사믹과 소금에 절인 캐러멜 땅콩과 같은 독특한 맛이 나는 젤라토 바가 포함되어 있다.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다. 브런치 가격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5불, 토,일요일은 52불로 너무, 막, 심하게, 헐, 어처구니없이, 후회될 정도로 비싸지는 않다. 위키드 스푼(Wicked Spoon)은 주말 브런치를 운영하지만, 저녁 시간에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하시길. ‌

바카날 뷔페(Bacchanal) At 시저스 팰리스=======

라스베가스에서 대표적인 뷔페를 꼽으라면 단연코 바카날이 아닐 수 없다. 바카날 정도는 다녀와야 나 베가스에서 뷔페 좀 먹었어 라고 얘기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2012년 오픈 이후 25,000평방 피트가 넘는 공간에 매일 250가지 이상의 메뉴가 준비된다. 요즘 유행하는 대식가 아닌 담에는 다 먹어보기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아니, 대식가도 힘들겠네, 요즘 대세인 쯔양이나 히밥이 와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임) 10개의 주방과 9개의 라이브 섹션 조리 스테이션에서는 케이준 해산물부터 정통 피자, 특히나 반가운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의 음식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바카날 뷔페는 USA Today가 선정한 라스베이거스 뷔페 1위로 선정되었으며 전문 요리사로 구성된 팀이 멕시코, 이탈리아, 중국, 일본, 미국의 인기 가정식을 포함해 놀라운 요리 창작품을 우리들 바로 코 앞에서 만들어 낸다. 매일 15가지 셰프 특선 요리도 제공되는데 메뉴가 매번 바뀌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이전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채식주의자, 비건, 글루텐 프리 옵션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 브런치와 크랩 브런치는 물론 다양한 저녁 식사도 제공된다. 좌석 공간은 친밀감과 친숙함을 염두에 두고 구성되었으며, 다이닝 홀과 푸드 스테이션은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다. 바카날 뷔페 역시 팬데믹 후 재오픈을 하면서 거대한 그릇에 음식을 제공하는 고전적인 뷔페 스타일을 없애고 대신 테이블에 가져갈 수 있는 개별 접시에 초점을 맞춰 품격을 더했다. 이 모든 사치가 라스베가스에서 한 번쯤은 누려볼만하다 라는 점을 명심하자. 메뉴 가격은 브런치 65불, 크랩 브런치 80불, 디너 역시 1인당 80불이다.

더 뷔페 At 벨라지오(Bellagio)=======

고즈넉한 시골 마을을 연상시키는 장식으로 꾸며진 벨라지오 뷔페는 앉는 순간부터 따뜻하고 환영받는 느낌을 선사하지만, 그게 가장 좋은 점은 아니다. 아히 포케, 연어 룰라드, 로티세리 치킨, 꿀과 파인애플 글레이즈 햄 등 다른 라스베가스 뷔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음식이 가장 큰 특징이다.귀여운 작은 와플 콘에 들어있는 화이트 초콜릿 누텔라 파르페와 같은 제철 과일 등도 디저트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아침에는 쿠킹 스테이션 중 한 곳에서 나만의 오믈렛을 만들 수도 있고, (참고로 나는 즉석 오믈렛을 기다리는 게 불편해 즐겨하지는 않는데, 정말 많은 미국인들이 오믈렛에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거대한 팬케이크 한 조각을 먹거나, 신선한 과일과 치아 푸딩으로 좀 더 가볍게 먹을 수도 있다. 점심은 물론 금,토만 운영하는 저녁에는 새우, 게다리, 조개와 홍합부터 피자와 고기 더미까지 매우 다양한 음식이 제공된다.

흔히들 뷔페는 너무 많은 음식 종류 때문에 가끔은 품질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선입견을 가지지만 벨라지오는 항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한 고객은 Trip Advisor를 통해 “훌륭한 음식, 높은 품질과 맛이 뛰어납니다. 다양한 요리가 모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훌륭한 가치를 제공합니다.”라고 말했다. 평일 브런치는 45불, 금요일-일요일 제공되는 주말 브런치는 50불, 디너는 80불이다.

더 뷔페 At 윈(Wynn)=======

윈 호텔에 있는 윈 뷔페를 처음 기획한 마케팅 담당자는 분명 후발주자로서 다른 호텔과의 차이점을 높은 천장으로 둔 게 분명하다. 내가 가본 뷔페 중 천장이 가장 높고 주위에 장식된 캐노피 역시 화려하다. 실내가 바람이 잘 통한다는 느낌? 맘에 쏙 든다.

요리 종류는 120가지가 넘게 있지만, 가장 유명한 음식은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의 가족 전통 레시피라고 소개하는 스파게티와 미트볼, 흑맥주 기네스로 끓인 갈비, 주문 시 즉석에서 만드는 신선한 스시, 거대한 회전 철판에서 즉석으로 제공되는 길거리 타코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과일부터 마시멜로, 쿠키까지 모든 것을 달콤하게 쏟아지는 초콜릿으로 덮을 수 있는 대형 초콜릿 분수이다.

다이닝 홀에 들어서자마자 벽을 장식한 분홍색-빨간색 파스텔 차양과 테이블 사이에 산재해 있는 거대한 꽃꽂이 등 화려한 장식이 근사하다. 16개의 별도 주방을 통해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재빠르게 한 곳으로 배달 돼 손님들 앞에서 위용을 뽐낸다. 아침 식사와 수십 가지 요리를 제공하는 브런치는 물론 특히 생선 팬이라면 The Wynn이 매일 해산물이 풍부한 고급 저녁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더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53불, 디너는 1인당 75불이다. 호텔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결제를 하면 마치  VIP가 된 것처럼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특히 1인당 31불을 추가하면 무제한 맥주, 와인, 미모사, 칵테일 등을 마실 수 있으니 술 좋아하는 분은 참고하시길. (필자는 전 남친이랑 둘이 가서 와인 3병 까고 왔음)

MGM 그랜드 뷔페 At MGM=======

친구가 타주에서 놀러 와 3박 4일 간 MGM에서 묵었는데, 3일 내내 아침 저녁으로 MGM 뷔페만 갔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맛있고, 질리지 않고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다고나 할까. 단연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는 곳 중 하나라고 말 할 수 있다.

가볍고 푹신한 버터밀크 팬케이크, 모든 종류의 계란, 구운 햄, 에그 베네딕트 등 풍부한 아침 식사에 미모샤나 샴페인을 곁들이는 것도 좋고 해산물 스테이션에서 포크로 다양한 신선한 생선을 먹거나 갓 구운 베이글에 얹은 완벽한 훈제 연어에 블러드 메리 칵테일을 함께 하면 천국이 따로 없다. 프라이드치킨, 수프, 샐러드 바의 다양한 샐러드, 맛있는 파스타 등 전통적인 브런치 뷔페 메뉴가 모두 준비되어 있고 해산물 바는 대게 다리, 홍합이나 조개, 새우 칵테일 등이 있다. 여기에 고기가 빠질 수 있겠는가. 완벽한 프라임 립, 구운 햄, 구운 칠면조 등등 기분이 저기압일땐 고기앞으로! 카빙 스테이션에서 더 좋아하는 요리를 찾아 보시길!!

오픈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제한적이지만 특히 한인들이 좋아하는 두툼한 스테이크나 게 다리를 저렴한 가격에 원도한도 없이 먹을 수 있으니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월-목요일까지 제공되는 평일 브런치는 28불, 금-일요일 주말 브런치는 37불이며 무제한 술 역시 맥주와 와인, 샴페인, 미모사는 22불, 블러디 메리 같은 칵테일과 하드 리쿼가 포함된 것은 31불이다.

엑스칼리버(Excalibur) 뷔페=======

라스베가스 호텔 중 유일하게, 흔한 오믈렛이 아닌 주문 제작한 크레페를 제공하는 뷔페 중 하나인 액스칼리버 뷔페는 왕, 왕비, 심지어 왕실의 가장 까다로운 왕자와 공주에게도 적합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적은 규모와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모토로 운영되는 MGM 계열 호텔 중 하나이다. 일류 쉐프가 눈 앞에서 즉석으로 구워주는 크레페, 오믈렛, 육즙이 풍부한 로티세리 치킨, 스시,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다른 뷔페도 그렇지만 특히 엑스칼리버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신축성 있는 바지를 입어야 하는 것은 필수다.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끝없이 다양하게 제공한다는 엑스칼리버 뷔페는 전 세계 요리를 한 곳에서 맛보거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주말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팬케이크부터 새우까지 혹은 베이컨부터 과일까지 만족스러운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매주 금요일에는 가재, 꽃게, 게 다리, 초밥, 껍질을 벗겨 먹는 새우, 랍스터 폴렌타 등이 포함된 화려한 해산물 요리로 변신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되며 평일에는 29불, 금-일 주말 브런치는 32불, 무제한 비어, 와인 서비스는 1인당 17불이 추가된다.

럭서(Luxor) 뷔페=======

이집트의 건축 양식과 인테리어를 모티브로 돌기둥으로 둘러싼 리조트의 전반적인 테마를 유지하고 있는 럭서 뷔페는 심지어 서빙하는 서버조차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나온 탐험가처럼 보이는 유니폼을 입고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이곳의 가장 큰 독특한 특징은 30피트 길이에 달하는 샐러드 바로 신선한 잎채소나 다양한 샐러드를 더 많이 먹고 싶은 사람에게는 천국이다. 위풍당당한 샐러드 바부터 홈메이드 피자 스테이션까지 럭서 뷔페는 만약에 누군가 80일 동안 세계 일주를 해야 한다면 이곳에서 80가지 음식을 먹으면 된다라는 홍보 방식을 택할 정도로 다양한 음식들을 제공하고 있다.

거창하고 화려함보다는 원론적인 배고픔을 확실히 채워줄 캐주얼한 뷔페를 원한다면 The Buffet at Luxor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약이 필요 없으며, 4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하며 평일에는 29불, 주말에는 32불, 특이하게 라스베가스 로컬 사람들에게는(운전 면허증 같은 ID를 제시해야 함) 주중 브런치를 27불에 제공한다. 이는 현지 중국 뷔페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라 많은 로컬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 비하면 제 아무리 비싼 라스베가스 호텔 내 뷔페라도 금액적으로 훨씬 저렴하고 캐주얼한 복장으로 입장 가능한 게 사실이다. 예의나 격식,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기교보다는 좋은 식재료를 양껏 맘껏 듬뿍 담아내는 것이 라스베가스 호텔 뷔페의 특징이다. 

제철 음식과 산지 직송 재료가 귀하듯이 미국 전역에서 내놓라하는 식자재들이 라스베가스로 몰려 온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퍼 나르는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그득그득 채워져 있다. 우아하게 앉아서 칼질하는 곳이 아닌 음식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내기라도 하듯 먹어 치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배 터지는 한끼 식사를 하고 나면 라스베가스 뷔페도 별거 없네 하면서 만족감에 씨익 미소가 지어진다. 당연히 매일 그렇게 먹고 살 수는 없겠지. 놀러 왔으니, 여행 왔으니, 핑계 김에 내친 김에 한 번쯤은 들러 바지 지퍼 안 올라가는 경험도 해볼만 하다. 넓고 화려한 곳도 좋고 작지만 캐주얼한 곳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필자 역시 기분이 꿀꿀할 땐 혼자 호텔 뷔페에 들러 무슨 음식이랑 담판이라도 지으러 온 사람인양 게걸스럽게 한 끼 먹어 치우고 가는 경우가 많다.

수 많은 관광객과 가족, 연인들 사이에 혼자 덜렁 앉은 적지 않은 덩치의 동양 여자는 오늘도 홀짝홀짝 아침 8시에 샴페인을 들이키며 어젯밤의 숙취를 나홀로 풀어내고 있다.    

칼럼니스트 티나 김

tina@myfunlasvegas.com

2 Replies to “라스베가스 뷔페 베스트 7”

  1. 글 재밋게 읽고 갑니다~^^

    부페 한 군데만 간다면 어디를 추천하실까요?

    1. 초등아들과 가성비 점심 코스모 폴리탄?
    2. 종류가 다양한 바카날?
    3. 구글 평점 제일 좋은 윈?

    1. 안녕하세요 신디님^^
      답장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다 가봤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코스모폴리탄을 좋아해요.
      하지만 딱 한군데만 가셔야 한다면
      바카날이 추천합니다.
      우선 음식 종류가 가장 많고(대신 제일 비싸지요 ㅠㅠ)
      어쨌든 베가스 대표 뷔페니까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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