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뻗은 다리, 한 줌 허리, 풍성한 가슴에 야시롱한 미니스커트, 향기롭게 찰랑거리는 머리결, 저 인물에 왜 이런 곳에 있나 싶을 정도의 미모를 가진 카지노 호텔 칵테일 웨이트리스. 열 살만 젊었으면 나 역시 딜러 대신 하고 싶었던 호텔 칵테일 웨이트리스.(나이는 둘째치고 몸매 때문에 안된다는 건 뻔히 잘 알지만..) 쟤네들은 과연 한 달에 얼마나 벌까 늘 궁금하고 신기했던 칵테일 웨이트리스. 그녀들에 대해 속속들이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미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파트타임 잡, 웨이트리스
학생이던 주부던 싱글이던, 경험 삼아 혹은 메인 직업으로 웨이트리스 즉 서버를 경험해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달리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고 직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으며 음식이나 식당이라는 테마가 당연히 여자들에게 낯설지 않을 뿐더러, 팁이 메인 인컴인 미국에서 급전이 필요할 때 필자 역시 세컨 잡으로 항상 해오던 게 바로 서버였다.
그러다가 일반 식당의 서버가 아닌 칵테일 웨이트리스란 직업을 호텔에서 일하며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 라스베가스에 놀러 와 그녀들을 보고 있자면 흡사 패션 잡지에나 나올 법한 외모와 몸매를 가진 어여쁜 그녀들이 무거운 쟁반 가득 술잔과 맥주병을 싣고 씩씩하게 플레이어들 사이를 누비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스치듯 만난 그녀들은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고 들고 있는 쟁반 위에는 늘 현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으며 하이힐 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높은 구두를 신고도 모델이 레드 카펫 위에서 런웨이를 하듯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를 하고 있다. 한껏 끌어 모은 가슴을 훤히 드러낸 미니스커트가 보통의 유니폼이지만 가끔 아슬아슬한 Thong, 일명 똥꼬 팬티 유니폼이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하면 괜스레 나만 민망해지곤 했었다.
현실은 이상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속에는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 보여지는 것만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우선은 술을 서빙하다 보니 진상들이 많다. 그나마 미국에선 성희롱이나 거친 언어 등에 대한 제재가 심해 물리적인 에로 사항은 별로 없지만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팁을 안 주는 것이다. 웨이트리스한테 팁을 안 준다고? 그렇다. 의외로 많다. 특정 보드카에 무슨 쥬스를 섞어 얼음 적게, 올리브 2조각에 라임 통으로 반 개 띄워 달라 주문해 놓고 가져다 주면 1불도 안 주는 인간들 많다. 가끔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많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로 쌩깐다. 물이든 맥주 한 병이든 커스텀 드링크이든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서빙할 경우 칵테일 웨이트리스는 보통 30%-50%를 바텐더에게 떼어준다. 음료를 전달해 주는 바 스테이션의 담당 바텐더에게 1불을 받으면 보통 50센트를 준다는 말이다. 금액이 커지면 퍼센테이지가 좀 낮아지긴 한다. 물도 마찬가지이다. 보통은 반 이상이 물을 시키고 팁을 주지 않는데 20분마다 혹은 30분 마다 물에 대한 커미션을 바텐더에게 준다. 그러니 팁을 안 주는 행위는 그녀들이 주문 받고 바에서 건네 받고 가져다 주고 결국에 그녀들 주머니에서 돈을 물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수입도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똑같은 호텔에서 똑같은 시간에 일을 해도 수입이 천차만별인 이유이다. 천성이 심약하거나 심하게 내성적인 경우, 팁을 안 주면 한 마디도 못하고 그 자리를 벗어난다. 심지어 팁을 주려 지갑을 꺼내는 동안에도 도망(?)가 버리는 웨이트리스가 있다. 반면 잠깐 기다리는 칵테일 웨이트리스도 있다. 그래도 안 주는 놈은 절대 안 줌. 할 수 없이 인상을 쓰며 그냥 간다. 하지만 어떤 웨이트리스는 줄 때까지 ‘땡큐~~’를 연발한다. 바로 옆에 붙어 의도적으로 땡큐땡큐하면 결국엔 마지 못해 1불짜리 하나를 주섬주섬 건넨다. 혹자는 저 여자 너무 뻔뻔하다 욕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일을 했다면 나 역시 줄 때까지 버텼을 것이다. 호텔 Policy가 말로 팁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래서 땡큐만 연발하며 끝까지 버티는 것이다. 존경한다. 뻔뻔할지언정 잘하는 일이고 권리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외모만큼 그녀들의 인생도 행복할까?
방문했을 때와는 다르게 직접 딜러로 일을 하며 자연스레 그녀들의 일상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한 달에 얼마나 벌까가 제일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텔에 따라, 개인에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카지노 딜러를 예로 들면 초보자들이 가는 작은 호텔은 일년에 3만불도 못 버는 반면 제일 좋은 호텔의 경우 한화로 1억 5천은 거뜬히 번다. 칵테일 웨이트리스도 마찬가지. 일년에 5만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3억씩 버는 사람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수입의 차이가 많이 날까?
쉽게 말해 호텔의 방 값을 생각하면 된다. 하루에 30불 짜리 싸구려 호텔이 있는가 하면 특히 중요한 컨벤션이나 공연같은 이벤트라도 있는 최고 성수기에 최고급 호텔 하루 방 값이 몇 천불 하듯이 그녀들의 수입도 달라진다는 말이다. 나이나 성별, 인종이나 외모 등 제 아무리 법적으로 차별할 수 없는 제도가 있다 해도 직업의 특성 상 겉모습을 보고 채용을 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돈으로 굴러가는 라스베가스에서는 말이다.
하루에 100불도 못 버는 그녀, 단 한 번 서빙에 만 불을 받는 그녀, 모두의 인생이 어쨌든 저쨌든 고달프고 애처롭다. 1불짜리 하나에 울고 웃는 우리네 인생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좋은 호텔, 비싼 미니멈 배팅, 고급 카지노 웨이트리스는 정말 예쁘다. 돈도 겁나게 번다. 하지만 몇몇 곳을 제외하고 제 아무리 스트립 한 복판에 있는 유명한 호텔이라해도 50대, 60대 심지어 70대인 칵테일 웨이트리스도 있다. 보통은 연령 제한을 법으로 금지하고는 있지만 그 나이에 새로 채용된 사람은 거의 없고 젊어서 시작해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설적인 칵테일 웨이트리스의 하루 팁
1불 짜리 한 장 받는 게 보통인 반면 술 한잔 서빙하고 한 번에 만 불, 이만 불 팁을 받았다는 얘기는 종종 듣는다. 하지만 그 중에 원탑은 바로 재벌가 남자에게 시집 간 케이스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인의 경우가 그렇다. 40대 초반의 필리핀 그녀는 몸매 관리에 인생을 바쳤다. 본인의 최종 목표가 바로 부잣집 남자에게 시집가는 거라 피부며 몸매 관리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늘 소식을 하고 단백질 뭐시기를 주식으로 주구장창 마시며 건강식만 찾고 매일매일 빡세게 운동하는 건 기본, 버는 돈을 거의 다 얼굴에 쏟아 붙는 시술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
나는 그렇게 못 살아, 하는 분들. 특히 나같은 사람, 그래서 이렇게 가난하게 사는 걸까 흑흑.. 우리의 상식으로는 약간 검은 피부에 찢어진 눈, 툭 튀어나온 광대뼈 등 전형적인 동남아시아 미인형이지만 미국 남자들이 보는 시선은 달랐다. 웬만한 영화배우보다 예쁘다는 칭찬을 달고 살았다. 긴 생머리에 마른 체형은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규모가 큰 호텔의 경우에는 돈 많은 기업인들끼리 모여 프라이빗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은 예쁜 딜러나 칵테일 웨이트리스가 그 자리에 선별된다.
외모가 특출난 그녀는(나는 절대로 결단코 동의 못하지만) 결국 그녀의 노력과 바람대로 돈 많은 백인 남자(나이가 많다는 건 안비밀)를 만나 시집을 갔다. 지금도 개인 비행기 타고 다니며 떵떵거리고 잘 산다는 소식이다. 부럽기도 하고 하나도 안(?) 부럽기도 하다. 외모가 인생의 전부야? 돈이 인생의 전부냐고!!! 씩씩대며 부정하는 와중에도 솔직히 저렇게 간절히 원하고 확고한 목표 하나만을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신념? 집념? 노력? 아무튼 그래서 결국엔 쟁취해 내는 근성, 이거 하나만은 부러웠다.
직원들끼리도 건네는 팁 문화
내가 딜러를 하는 테이블에서 칵테일 웨이트리스에게 팁을 안 주는 놈이 있다면 슬쩍 한마디 건넨다. “Would you like some dollar bills for cocktail waitress tips? 팁으로 1불짜리 필요하면 바꿔줄까?”라고 말이다. 물론 안된다. 매니저라도 알면 Warning, 경고 먹음. 그래서 보통은 조용히 속삭인다. 대부분 칵테일 웨이트리스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일전에 그 말 물어봤다 짤린 딜러도 있다. 비디오를 돌려 봐 입모양을 보고 그녀가 물어본게 걸렸다. 그래서 편법으로 보통 1불을 거는 사이드 Bet을 손가락으로 딱 가르키며 1불짜리 바꿔줄까 한다. 팁을 받든 못 받든 그녀들이 반 정도 자기 돈 내야 하는 것을 알기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 딜러한테 팁은 못 줄지언정, 잃어서, 화나서 이해한다 할지언정, 엉덩이 훤히 드러내고 1불도 못 받아가는 딸같은 그녀들을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진다.
우리도 그녀들도 똑같이 미니멈 페이에 팁을 받지만, 우리보다 훠~~얼씬 많이 버는 게 사실이지만, 시켜놓고 팁 안주는 싸가지 없는 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 내 뒤에 매니저가 딱 붙어 있으면 말 못함. 그 때는 눈으로 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속으로 니 놈 돈 오늘 내가 다 딴다, 전투력을 상승시킨다. 게임 칩으로 팁을 받는 경우가 많아 쉬프트가 끝나면 케이지에 가서 현금으로 바꾸는데 그때도 캐쉬어들에게 개인적으로 팁을 준다. 바텐더든 캐쉬어든 직원들끼리도 팁을 주는 문화인 것이다. 딜러 역시 하루 토탈 팁을 정산하고 케이지에 보고할 때 일정 부분 그들에게 팁을 건넨다.
일명 노조라고 하는 유니언 잡이든 아니든 큰 실수가 아닌 한 본인이 그만 두기 전에는 자를 방법이 없는 호텔의 법적인 제도 하나만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구부정한 허리에 휘어지고 가녀린 두 다리로 열심히 테이블 사이를 질주하는 나이 많은 그녀들을 보고 있자니 짠한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절대로 저 나이까지 일하지는 말아야지, 당연히 그 전에 은퇴해야지, 홀로 꾸역꾸역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팁에 대한 거창한 화두를 던지자는 건 아니다.
본인이 원하는 걸 시켰으면 최소한 1불짜리 하나 건네는 기본 매너 정도는 지켰으면 좋겠다. 멀끔히 차려입은 백발의 노신사보다 우리 한인들 팁이 더 후하다. 그건 감사한 일이다.
화려한 외모만큼 대부분의 칵테일 웨이트리스는 돈을 많이 번다.
그렇다고 자식한테 권할 직업까지는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직업이 그러하듯이 행복한 날도, 한숨 푹푹 나오는 날도 존재한다.
단 보여지는 것만큼 만족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손님들 앞에서 보여지는 미소보다 친한 직원들끼리 만났을때 전에 보지 못한 가장 밝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들의 얼굴에서 내 인생이 오버랩 되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