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차량 수리-Master Collison Center

햇살도 따갑던 라스베가스의 6월 어느 날,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교통사고가 났다.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든 교통사고 변호사에 자동차 고치는 정비, 바디샵까지- 워낙 교통사고가 많기로 악명 높은 관광 도시라 해도 나 만큼은 교통사고가 안 날줄 알았다. 워낙 오랜 시간을 무사고로 운전한 데다 김여사(?) 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안전하게 운전 잘 한다는 소리 좀 듣고 살아온 터라 정말이지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고는 순식간, 자나깨나 차조심==========

하지만 역시 사고는 순간이라 했던가.

스프링 마운틴에서 스트립 쪽으로 차이나 타운을 지나면 왼쪽에 로터스 아파트가 있다. 비보호 죄회전을 위해 서 있는데 반대편 차선이 신호에 걸리니 1,2차선 차들이 나보고 먼저 죄회전하라며 손짓을 하고 양보해 주었다. 두 차가 전부 흰색 테슬라라 정확히 기억을 한다. 3차선에는 저쪽 멀리서 다가오는 차 한대만 보일 뿐이었다. 늘 다니던 길이고 1,2차선에서 양보를 해 주니 딱 비보호 죄회전을 하는 순간 쾅!!! 3차선에서 전 속력으로 달려오던 흰색 밴 한대가 내 차 오른쪽 궁둥이를 받아버렸다.   

아무리 비보호라고 해도 나는 이미 좌회전을 거의 다 한 상태에서 상대방 직진 차량이 내 차 궁둥이를 받아버렸으니 보험회사 조사 결과 쌍방 과실이 나왔다. 그 말인 즉슨 내 차는 내 돈내고 내가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ㅠㅠ 안그래도 경기가 힘든데다 물가도 오르고 월급만 제자리에 모든 게 힘들어 죽겠는 마당에 교통사고까지 났으니 참말로 속상하고 또 속상했다. 재수 없는 놈은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최근들어 몸도 안 좋아 병원비도 솔찬히 나가는데 교통사고라니요, 흑흑, 그래도 사람 다치지 않은게 어디냐며 위로해 주는 같이 탔던 동생의 말에 조금은 기운을 내보기로 한다.

인사 사고 없는 교통사고 처리==========

막상 사고가 나니 눈 앞이 깜깜했다. 비록 다친 사람은 없고 앰불런스나 경찰을 부르기에도 좀 애매한 상황이다보니 뭘 어째야 하는지 머리 속이 하얘졌다. 우선은 사진을 찍었다. 내 차 뿐 아니라 상대 차까지, 그리고 서로의 면허증과 보험도 교환했다. 그리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잘 알겠지만 망할 놈의 보험회사가 호락호락하게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 통화가 되자 다친 사람은 없는지, 우버같은 영업을 하다 사고가 난 건지 기본적인 질문을 했다. 그리고 클레임이 접수 됐다는 말만 듣고 전화를 끊었다.

???? 그 다음엔 뭘 해야 하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상대방 차에서 나한테 니 잘못이니 문자로 내가 잘못해 사고가 났다며 텍스트를 보내란다. 잉?? 이건 또 뭔 말이야?? 니 잘못인지 내 잘못인지는 보험회사에서 다 알아서 해 주는 거 아닌가? 아무리 내 잘못이라 하더라도 너한테 텍스트로 내 잘못이라고 보내긴 싫은데??  했더니 그럼 경찰을 부를테니 기다리란다. 그러라고 하고 전 남자친구와 아는 변호사님께 전화를 했다. 서로의 정보를 다 교환하고 다친 사람이 없으면 그냥 집으로 가도 된다는 게 결론이었다.

남미계 젊은 운전자인 상대 차량은 내가 잘못한 거라고 텍스트를 보내기 전엔 경찰이 오지 않는 한 절대 못 간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나원참 경찰이 그렇게 한가한 줄 아나, 경험은 없었지만 상식적으로도 그 곳에 더 머물 이유가 없었다. 마침 지나던 전 남친이 도착해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너는 경찰 기다리려면 니 맘대로 하고 보험회사에서 클레임 넘버 받았으니 다 알아서 처리해 줄거라고. 나는 집에 가도 된다고 말이다. 덩치 크고 목소리 큰 남자가 짠 나타나 말하니 상대방도 더 이상 시비걸지 않았다. 이래서 집엔 남자가 있어야 된다고 엄마가 그랬어 ㅠㅠ

차 수리는? 디덕터블은?==========

아무튼 마음을 진정하고 집에 돌아와 차를 살폈다. 당장은 운행이 가능해 보였다. 내 차는 궁둥이가 다쳤지만 많이 아파보이지는 않았다. 우선은 경찰서에 직접 찾아가 사고 신고를 했다. 조금 후에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담당자가 내 차 있는 곳으로 와서 견적을 내고 체크를 보내주면 그 돈으로 정비소에 가서 차를 고치면 된다는 순서였다. 혹자는 운 좋으면 차 고치는 비용을 많이 받은 후 안 고치고 그냥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내 차를 저런 꼴로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다. 뒤쪽 브레이크 등이나 깜빡이는 다 정상 작동해 가까운 거리를 가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음 말 아침 일찍 담당자가 다녀갔다. 견적을 바로 보내줬는데 겨우 $2,422가 수리비로 책정됐다. 내가 부담해야 하는 디덕터블이 $1,000 그래서 총 $1,422가 체크로 올 예정이다. 적은 금액에 실망했고 내가 $1,000을 내야 한다는 것에 더 실망했다. 후에 안 사실인데 보험회사에서 처음에는 최소한으로 견적을 준 후 나중에 바디샵과의 딜을 통해 추가 금액을 더 받는 게 보통의 관례라 했다. 오더 해야 할 자동차 파트도 인건비도 너무 적게 책정된 것을 초보자인 내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바디 샵을 알아보기 전, 기존 계획대로 강아지를 픽업하러 Bouder City로 향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40분 쯤 달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냥 그 정도만 상처났던 내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다친 곳 차체가 들리고 덜렁거려 더 이상 운행이 불가능했다. 급한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차체를 칼로 도려내자 흉악한 모습이 드러났다. 뒤 오른쪽 깜빡이도 작동하지 않았다. 갑자기 바디 샵을 찾는 게 하루가 다르게 바빠졌다.  

미처 생각지 못한 렌트카 비용==========

사실 디덕터블의 명확한 내용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앞서 말했듯이 사고 한 번 난 적 없고, 미국에 가족이 없어 다른 사람들이 어떤 보험을 들고 어떻게 대처하는 지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채로 의무적으로 보험이 있어야만 했기에 들었을 뿐, 가능한 보험료를 싸게 하고 싶었기에, 사고가 난다는 건 단 한 번 상상도 못 해 봤기에, 난 내 디덕터블이 $1,000 이라는 걸 이번에 사고 나고 알았다. 디덕터블이라는 게 사고가 나면 반드시 내가 내야 하는 돈이라는 것도 또 처음 알았다. 이런 무식한 아줌마를 봤나..ㅠㅠ 더 황당한 건 사고가 났을 시 차 수리를 하는 동안 빌리는 렌트카는 내 보험에서 전혀 보장이 안된다는 것, 내가 정한 내 플랜이 그랬다네요, 글쎄… 너무 오래 전 플랜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즉 내돈 내고 타야 한다는 말이었다. 

렌트카부터 알아봤다. 한국회사, 미국회사, 온라인, 오프라인, 사돈의 팔촌까지. 가장 저렴한 게 하루에 50불, 수리 기간이 약 한 달이라면 $1,500 넘는 돈이 오로지 렌트카로만 나가게 생겼다. 디덕터블까지 하면 $2,500. 누구는 교통사고 한 번 잘(?) 나면 돈방석에 앉는다는데 이거 다 거짓말이다. 몸 안 다친 것만 해도 하느님부처님 땡큐 할 판이다.

이래저래 한 숨만 푹푹 내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바디샵을 알아봐야 했다. 여기저기 견적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렌트카는 당연히 내가 하고, 내 돈 디덕터블 $1,000 + 보험회사에서 날아 올 체크 $1,422를 합쳐 수리비로 바디샵에 주고, 나머지 추가로 발생하는 수리비는 바디샵에서 보험회사에게 직접 컨택해 추가비용은 알아서 받는다는 말이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예전에 창스오토에 한번 들른 적이 있는데 사장님이 친절했던 기억이 있어 다시 들렀다. 교통사고가 나서 차를 고치려 한다고 묻자 여기는 정비하는 곳이고 내 경우는 바디샵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님들은 그걸 알았음?? 엔진 같이 기계가 고장나면 매케닉 즉 정비소를, 차체가 고장나면 컬리젼 즉 바디샵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만 몰랐나? 나만 바보였던건가?? 이래서 집엔 남자가 있어야 된다고 엄마가 또또 그랬어 ㅠㅠ

그 정도 상식도 없는 무식한 아줌마가 털레털레 돌아서려 하자 명함 한 장을 건네줬다. 바로 마스터 컬리젼 센터, 마이크 김이라고 써진 명함이었다. 아무 기대 없이 전화를 돌렸다. 젊은 청년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직원인가? 아들인가? 상황을 자초지종 설명하자 힘든 상황이셨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위로와 함께 간단하고 명료하게 말했다. 

“차 수리하는 동안 렌트카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디덕터블 $500 깎아 드리겠습니다. 차 수리 기간은 2주 정도 예상하지만 보험회사와 추가비용을 딜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차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두 말 않고 마스터 컬리젼 센터로 차를 몰았다.

라스베가스 스트립 리조트 월드 쪽으로 가는 길에 하일랜드 드라이브라는 길이 있다. 안 쪽으로살짝 들어서자 제법 큰 규모의 Master Collision Center라는 간판이 보였다. 한국인 매니저 혹은 직원인 줄 알았던 마이크 김은 바로 오너였다. 긴 말도 자질구레한 설명도 필요없었다. “제가 다 알아서 보험회사와 처리하겠습니다. 체크 받으시면 $500만 더 해서 차 찾으실 때 주시면 됩니다. 운전 조심하세요.”라며 렌트라 용으로 내 차보다 좋은 기아 옵티마 차 키를 내게 건넸다. 정말이에요? 정말 무료로 렌트카를 제공해 주나요???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디덕터블을 깎아준다는 말도 난생 처음 듣네요. 역시 사람이 꼭 죽으라는 법만은 없네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게 세대 차이라는 걸까?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신속한 일처리에 강한 신뢰감이 생겼다. 젊은 한국인 오너가 든든했다.  

완벽한 세차에 두 번 놀라다==========

정확히 한 달 후 내 차는 다시 새 차가 되어 돌아왔다. 

처음 보험회사에서 견적 내러 왔을 때와 하이웨이를 달린 후 차 상태가 많이 달라 실제 수리비 차이가 많이 나는 관계로 시간이 생각보다 더 소요되긴 했지만 무슨 상관이랴, 내 차보다 좋은 렌트카를 그것도 무료로 타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차의 세차 상태였다. 손세차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테일링이라고 아는가? 약 300불 정도 하는 고급 세차 버전으로 자동차 시트까지 다 들어 내고 구석구석을 완벽하게 하는 청소법을 말하는데 지금까지 두 번 받아 본 디테일링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섬세하게 세차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앞유리 와이퍼도 무료로 교환해 주시고 운전석 바닥에 고이 놓인 Thank You 종이 발 시트 한 장까지도 감동이었다. 정말 한마디로 감동의 연속이었다. 마이크 김 사장님께 분명히 말했다. 세차 업종으로 바꾸던지 아니면 반드시 그 비즈니스도 같이 하시라고. 난생 처음 이렇게 깨끗한 차 상태를 처음 경험해 본다고 말이다.

좀 창피하지만 나는 한국인 습성을 잘 안다. 이 글을 읽고 분명 나도 디덕터블 깎아줘요. 나도 렌트카 내놔요. 하는 분 분명히 있다. 티나인지 뭐시기 칼럼 보니까 해줬다더구만, 나는 왜 안해줘요??? 다짜고짜 따지는 분 있을까봐 오히려 나를 도와준 마이크 김 사장님이 걱정 된다. 분명히 차의 상태, 교통사고의 상황, 회사 사정 등 모든 걸 고려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도 혹은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한가지 꼭 하고 싶은 얘기는 바로 열심히 사는 한인 비즈니스 사장님들을 조금이나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정비소든 바디샵이든 베가스 날씨가 얼마나 더운가? 작렬하는 태양, 에어컨 없는 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면 돈을 떠나 정말 가슴이 아프다. 기존에 BMW의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났을 때, 두 배나 바가지 쓸 뻔 한 걸 정말 반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고쳐 주신 올림픽 오토 사장님, 친구 차 벤츠의 비싼 부품을 원가로 완벽하게 처리해 주신 몬스터 오토 사장님 등등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불만도 많은 한인사회지만 고마운 분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누구 하나 믿고 의지 할 곳 없는 내 입장에서 특히 마이크 김 사장님이 보여준 성의는 힘들어 하고 있던 나에게 서비스 차원을 넘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보이지 않는 다수라고 아십니까? 악플 다는 한 사람보다 말없이 조용하게 응원하고 감사해 하는 분들이 천 배, 만 배는 더 많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스베가스 한인 사장님들 화이팅입니다!!!        

tina@myfunlasveg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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