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은 병도 아니래, 갑상선 암은 착한 암이라지? 죽기야 하겠어?

이런 마인드를 가진 분이라면 이 글을 패스해 달라고 정중히 말씀드리고 싶다. 굳이 비교해 따지고 들자면 말기 암이나 불치병에 비해 병의 위중도가 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특히 여성들이 다양한 종류의 갑상선 질환으로 크고 작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20만 명에 달하는 환자가 갑상선 질환으로 병원을 찾고 있는데, 70% 이상이 여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모든 여성의 10%에 육박하는 숫자라고 전해진다.

나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나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모이는 자칭 미녀 딜러 삼총사- 40대, 50대, 60대인 우리 셋 모두 갑상선 질환이 있다. 빼빼 마른 40대도, 뚱뚱한 50대 필자도, 정상 체중인 60대 언니도 모두 항진증이다. 오늘은 10여 년간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끝에 승리를 쟁취한 갑상선 항진증 완치 후기를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특히 여성 분들은 주목하시라!!

첫 발병 – 엄청난 체중 감량

갑상선이 처음 발병한 건 40대 중반이 막 지났을 무렵, 미국에 들어온지 채 2,3년이 지나지 않은 즈음이었다. 당시에는 보험이 없다보니 한국처럼 건강검진이나 그 흔한 Check up, 피검사 한 번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이 하나 믿고 까불었었다. 골격 자체가 감기 한번 안 걸리는 통뼈 체질에다 딱 겉으로 보기에도 너무 건강해 남자들한테 인기 없게 생긴 탓에 여리여리한 이미지도 아니요, 설마 내가 하는 안일함에 술담배에 흥청망청 쩔어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무척 피곤함이 몰려왔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 잠은 또 왜 안와? 어제 술을 너무 마셨나? 40 넘어서 그런가? 앉아 있기도 힘들고 숨 쉬기도 버겁네, 헉헉 왜 이렇게 땀이 나지? 왜 이렇게 손이 떨리지? 심장은 왜 이렇게 빨리 뛰는거야? 나 심장병 걸렸나? 아 씨 뭐야 이거?? 하는 순간 픽 쓰러지고 말았다. 키 168에 70키로가 훌쩍 넘는 거구였던 나는 병원에 실려간 후에야 내 몸무게가 고작 58키로, 130파운드도 안 나간다는 걸 알았다.

사실 중간에 살이 빠지고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지. 그런데 갑상선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다만 내가 미국 와서 스트레스를 받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지는 거라 착각했었다.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아 12키로 이상이 쑥쑥 빠지는데도 평생 날씬해 본 적이 없던 나는 거울 속의 초췌해진 얼굴을 보며 헬렐레 좋아서 멍청하고 웃고만 있었다. 살 빠짐을 즐기고 있었다, 분명히! 이 얼마나 무식한 행동이었던가. 응급실에서 나와 갑상선 항진증 약인 메티마졸을 처방받고 며칠 먹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도 바로 다시 찌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것도 좀 신기했음. 이 덩치에 픽 기절하듯 쓰러진 것도 웃긴데, 딱 일주일 후 언제 아팠냐는 듯이 너무 멀쩡해져서 주위에 좀 쪽팔렸음)

휴지기 – 미친 듯이 먹고 보통 몸무게 유지

갑상선은 고혈압처럼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병이라고 했던가? 관리만 잘하면 사는데 지장 없다고 했던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몸의 상태가 들쑥날쑥 해도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나는 원래 대식가다. 혼자 중국집 가서 음식을 하나만 시킨 적이 없다. 최소한 짜장면 하나, 짬뽕 하나 시켜 두 개를 놓고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둘이 가면 3인분, 셋이 가면 5인분이 기본이다. 음식 모자라는 꼴을 못 본다. 거기에 나잇살이 더해지니 꾸준히 몸무게가 늘어야 정상인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빠지고 있었다. 운동? 절대 안한다. 늦은 시간 저녁 먹고 바로 눕는게 일상이다. 소화가 잘 되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이 많이 찌지는 않더라는 사실. 그게 훗날 어떤 비극을 불러 올 지 모른 채 밤 12시가 넘어도 매일 삼겹살을 굽고 소주를 마셨다. 담배는 물론이고. 무식했고 용감했다.

아줌마 상태로 미국에 혼자 뚝 떨어져 영어도 그저 그래, 기술은 없어, 돈도 없어, 살아낼 방법은 무조건 닥치는 대로 일하는 것이었다. 16시간을 일한 적도 20시간을 일한 적도 있다. 주 7일 일하는 건 기본이다. 그러다 한번 씩 일주일을 앓아 눕는다. 아, 괜찮아. 갑상선이라서 그래. 조금만 쉬면 멀쩡해져. 아이고 갑상선 약을 몇 주 안 먹어서 그래. 약 먹으면 바로 다시 괜찮아져. 해봐서 다 알아. 안 죽어. 걱정마! 이렇게 멍청하게 몇 년이 흘렀다.

당시 광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래픽 디자이너와 이런 저런 회의를 하던 도중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며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바닥에 푹 쓰러져 온 몸을 덜덜 떨었다. 난 내가 심장마비인 줄 알았다. 정말이지 딱 죽는 줄 알았다. 아,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죽으면 엄마는 볼 수 있어 좋겠다, 그 와중에 그런 생각까지 했다. 돌아가신 엄마 얼굴이 눈 앞에 나타났다. 119를 불러 응급실을 가는 도중 의식을 잃었고 깨어 났을 땐 응급실 닥터가 내 눈에 플레쉬를 비추고 있었다. 3박4일 동안 병원에서 밥도 물도 안 주고 모든 검사를 다 했다. 엑스레이에 CT, MRI에 초음파까지. 물론 보험은 없었다. 수 만불의 병원 빌이 나왔다. 퇴원하는 날 의사의 한마디. 담배 끊으세요. 아무 이상 없습니다. 그리고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수면제 멜라토닌 한 병을 처방해 준게 다였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렇게 아팠는데 결과는 담배 끊으라굽쇼?? 그때 결심했다. 그래, 내가 이 병 고친다. 언제까지 이 덩치에 기절하고 살 수는 없어. 멀쩡하게 일 잘하다가 무슨 연례 행사처럼 정기적으로 일주일 씩 앓아 눕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아픈 내 자신을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건강해야만 해. 가진 거라곤 몸뚱이 하나가 전부인데 아프면 어쩌자는거야?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었다. 우선 건강 보험이 필요했다. 그래, 미국 회사로 가자. 나이는 50을 막 넘었다. 운영하던 비즈니스를 다 정리하고 옷가지 몇 개 챙겨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학원을 다닌지 3주 만에 카지노 호텔 딜러가 되었다. 3개월 후 호텔에서 건강 보험 혜택이 주어졌다. 그렇게 내 인생의 또 다른 페이지가 펼쳐졌다. 

과도기 – 평생의 은인 문장석 원장을 만나다
나는 원래 얼굴이 크다. 평생의 컴플렉스였다. 얼굴 크기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갑상선 항진증을 앓기 시작하면서 볼 살이 쏘옥 들어가는 모습을 은근 즐겼는 지도 모르겠다. 이 얼마나 무식하고 안일하고 위험한 짓거리였는 지 라스베가스 한인 병원 문장석 내과의 원장님을 만나며 깨닫게 되었다. 문장석 원장님의 첫 인상은 바로 의!사!였다. 저 분 의사 안 하셨으면 별로 할 거 없었겠다 싶을 정도로 공부 잘하게? 천상? 의사 선생님 처럼 생기셨다. 좋은 말로 하면 똑똑하게, 나쁜 말로 하면 까칠하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다정했다. 내 히스토리를 집중해 들으시더니 미국 와서 고생 많았겠다, 수고했다, 하시는데 눈물이 벌컥 났다. 아니 나는 피검사만 하러 온 건데 오랜 진료시간을 거쳐 증상을 꼼꼼히 판단한 후 굳은 의지로 한마디 하셨다. “고쳐 봅시다!!” 오~~ 멋있어. 구세주를 만났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나는 원래 게으르다. 그냥 생긴대로 살고, 시간만 나면 가만히 누워 있는 걸 좋아한다. 아니 누울 수 있는 데 왜 앉아 있어? 여자 분들 공감하지??? 예전 남자들이 하나같이 참 오래도 누워 있어 신기하다 할 정도였다. 그런 내가 게으르게 누워 있을 시간조차 없어졌다. 문장석 원장님이 나를 고쳐보겠다는 의지를 검증이라도 하듯 각종 검사가 발빠르게 진행됐다. 보무도 당당한 건강보험이 있으니 자 출~~발! 

가장 먼저 갑상선 스페셜 리스트 닥터를 리퍼받았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심장이 뛰거나 잠을 못 자거나 살이 빠지는 것에 대해 다양한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갑상선에 대해 초음파, 조직 검사를 진행했다. 보통의 항진증이 눈이 튀어 나오는(그레이브스 병) 부작용이 있어 안과 전문의를 리퍼 받아 테파자(Tepezza, 1시간 정도의 정맥 주사를 총 8번에 거쳐 맞는 시술)를 진행했고 심장 전문의를 리퍼 받아 초음파는 물론 틸트 테이블(실신하는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 방법)도 진행했다. 문장석 원장님은 심장 모니터, 당뇨 체크기도 붙여 주셨다. 그 와중에 유방암, 산부인과 검사, 내시경 검사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궁시렁궁시렁 불만 많던 나였지만 착한 아이처럼 원장님 말을 따랐다.    

안정기 – 항진증에서 저하증으로, 그리고 END

기절을 하거나 갑상선 항진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피검사 수치가 잡히질 않았다. 스페셜 닥터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수술할래? 아니면 아이오 다인 트리트먼트(Iodine treatment, 방사능 동위원소 치료) 할래? 당연히 후자를 택했다. 수술하고 목에 상처 생기는 건 무서워요. 암은 아니라니 그냥 방사능 할게요  했다.

방사능 동위원소 치료, 방사능이란 말이 무섭긴 하지만 의외로 간단했다. 알약 하나 먹으면 끝! 2주 후 한 번 더 먹으면 정말 끝이다. 다만 약을 먹기 2주일 전부터 요오드 다이어트라 해서 요오드가 들어간 음식을 제한한다. 해조류, 어패류, 유제품, 김치, 젓갈, 장아찌, 천일염, 소금도 안 된다.(소량의 맛소금은 가능) 세상에 나는 이렇게 많은 음식에 요오드가 들어가는 지 몰랐다. 된장 고추장도 정제염(?)으로 만든 것만 가능했다. 알약을 먹은 후 5일 간은 방사능을 전파시킬 수 있어  반드시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내 강아지를 만나지 못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동위원소 치료 후 드디어 갑상선 항진증 약을 끊을 수 있게 됐다. 10여 년을 먹던 약이었는데 완치가 됐다니 좀 얼떨떨했다. 단,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갑상선 저하증이 오기도 한다. 나 역시 저하증으로 2주 만에 20파운드 살이 찌고 머리카락이 한 웅큼씩 빠졌다. 대머리가 되는 줄 알았다, 정말로ㅠㅠ 이대로 한숨만 내쉬고 있을 순 없었다. 뭐라도 해야만 했다. 난생 처음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평생 운동이라곤 어렸을 때 클럽에서 춤 추던 게 전부였는데 스트레칭을 필두로 걷기부터 시작했다. 40년 피우던 담배도 한 방에 끊었다. 죽음의 공포를 겪어보니 담배도 끊게 되더라는 사실!! 운동이 약이라는 평생 절대 믿지 않던 말이 진실이었음을 깨달았다. 몸도 마음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저하증 약도 끊었다. 헤어라인을 시작으로 머리카락도 새록새록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다시 태어난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행복하다 그냥.

다음 주에 또 문장석 내과 예약이 잡혀있다. 꾸준히 병원을 방문해 팔로업을 하고 있다. 병원을 가는 게 아니라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 설레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담배 끊었다고 하니 얼마나 칭찬해 주시던지 이 나이에 칭찬 받는 게 쑥스러워 혼자 생각할 때마다 씨익 웃음이 나기도 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닥터 오피스에 대한 다양한 리뷰들이 쏟아진다. 감사하다는 내용도 있고 당연히 불만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분명히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내가 경험한 것들만 믿는다. 4년 가까이 만난 문장석 원장님에 대한 나의 리뷰는 단순히 내 오래된 지병을 고쳐 준 감사함을 넘어 정신적인 피폐함까지 치료해 준 분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결코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지 않은 사나운 성격의 나지만 원장님 앞에만 서면 순한 양이 된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정신과 의사를 따로 만날 필요가 없다. 원장님 얼굴만 보면 저절로 병이 낫는다라는 말을 어찌 글 따위로 설명할 수 있을까? 환자들의 병은 치료해 주면서 정작 본인은 물 한 잔 마실 새도 없이 이 진료실, 저 진료실을 총총총 바쁘게 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움을 넘어 짠하기까지 하다. 맞다, 홍보 글 맞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마케팅 기술을 총 동원 해 홍보를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원장님, 저 지금 괜찮아요. 더 이상 우울증 약, 불안장애 약 먹지 않고 잠도 잘 자요. 더 이상 울지 않아요,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모두가 원장님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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