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처음 와서 의아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동네마다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게임장(?)이었다. 크기도 다양한 로컬 Bar나 레스토랑이 그것인데, 타주에서 온 나로서는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니, 게임을 하려면 멋지고 화려한 스트립의 호텔에 가면 될 일이요, 널리고 널린 게 맛있는 음식점인 라스베가스인데 굳이 규모도 컨셉도 이름도 애매한 저런 게임장(?)에 가서 놀까??? 하는 의심이 든 게 사실이었다. 주인들이 먹고는 살까? 저기를 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도박 중독자 아니면 알콜 중독자일까? 별 쓸데 없는 걱정을 다 하고 있던 와중에 미국 남자 애들이랑 데이트를 할라 치니 꽤 많은 수의 남자 애들이 동네 게임장(?) 즉 로컬 Bar로 약속을 잡는게 아닌가. 덕분에 그제서야 의구심에 불타던 동네 이상한 게임장(?)이 술과 음식, 간단한 게임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놀이시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르면 의심부터 하지말고 부딪쳐라. 니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것만 믿어라!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PT’s Pub=======

라스베가스에 가장 많은 체인을 가지고 있는 피티스 바는 말 그대로 펍이다. 가게를 가득 메운 수 많은 TV를 통해 미국 애들이 미친다는 미식축구나 하키, 야구 같은 게임을 보며 술이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주와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Bar마다 구비된 모니터 화면, 즉 갬블,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말한다. 저 바에 앉아 게임하다 잭팟 터지면 현금 주나??? 맞다. 현금 준다. 카지노하고 똑같다. 금액이 크면 체크를 주기도 한다. 잭팟 금액이 1200불 미만이면 걍 현금 주고 그 이상이면 세금 내야 한다. 텍스는 다음에 세금 보고할 때 본인이 따로 내면 된다. 그러니 잭팟 터졌다고 같이 간 친구들 돈 다 나눠 주지 말지어다. 나중에 30프로 가까운 세금 내야 함!!! 게임의 종류는 가장 많은 게 비디오 포커이다. 거기에 키노(숫자 1에서 80까지 번호 중 몇 개 맞추는 게임), 블랙잭, 다양한 슬롯 게임까지 하나의 모니터 안에 셀 수 없이 많은 게임이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 내가 몰라서 꽤 놀랐던 점 중 하나가 바로 바에 앉아 게임을 하면 술을 공짜로 준다는 것이다. 몰랐지? 신기하지??? 나도 정말 몰랐거든요 ㅎㅎㅎㅎ

게임기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돈을 넣고 게임을 시작하면 바텐더가 와서 묻는다. 뭐 마실래? 보통은 맥주를 먹거나 간단한 칵테일, 와인,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잭콕이나 보드카 소다 등을 주문한다. 여기서 또 잠깐, 그럼 20불 정도만 게임하면 술은 무한대로 공짜인가?? 물론 아니다. 가게도 바텐더도 모두 다 당신보다는 똑똑하기에, 보통 20불 정도 게임을 하면 한 잔을 주는 게 정석이다. 100불짜리 바꿔 천천히 한 두시간 놀면 서너 잔 마신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물론 100불을 5분 안에 몽땅 잃는 놈들도 허다하지만. 단 음식은 포함되지 않으니 참고하시길.

Dotty’s Gaming&Spirits=======

도티스는 Bar나 레스토랑의 개념보다는 작은 규모의 카지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반 펍이나 바와 달리 훨씬 많은 수의 슬롯머신과 게임기가 있다. 단 딜러가 직접 카드를 나눠주는 테이블 게임만 없다고 이해하면 쉽다. 여기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점, 전문 도박꾼이 아니더라도 게임을 할라 치면 블랙잭이나 바카라같은 테이블 게임을 하는 게 낫지, 슬롯머신은 무슨 재미로 하나? 돈 잡아먹는 기계 아닌가? 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베가스 이 동네 애들 말 들어보니 달랐다. 테이블 게임은 보통 10불을 걸어 이기면 10불을 주고, 100불을 걸어 이기면 100불을 준다고 가정하면, 슬롯머신은 잭팟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딜러들과 하는 게임은 잭팟을 맞을 확률은 없고 잘하면 본전인 반면 슬롯머신은 로또나 복권처럼 확률이 희박하긴 하지만 분명 적게는 몇 천불, 많게는 수십 만불까지 잭팟, 대박을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기계이기 때문에 테이블 게임보다는 슬롯머신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나원참, 평소에는 알고 싶지도 관심도 없던 사실이었는데 배가스 살다보니 별 쓸데없고 시덥잖은 상식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티스에 가보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1센트 짜리 머신 앞에 앉아 시간 때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자주 가 본 적은 없지만 실내가 바쁘게 꽉 찬 모습도 보기는 힘들다. 맛있게 생기진 않았지만 음식을 시킬 수 있는 조그만 카운터도 있고 여느 바 처럼 가운데 모니터가 있는 바에서 술을 마시며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사실 베가스 사는 로컬이라면 관광객으로 인해 차가 많이 막힌다던지 비싼 주차비나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느니 한적하고 조용하고 접근성 좋은 작은 카지노에서 서너 시간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또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게임을 하는 미니멈 베팅 금액이 싸다는 것이다. 비싼 호텔일 수록 테이블 게임이든 슬롯머신이든 최소 베팅 금액이 비싼데 이런 로컬 게임장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벨라지오 블랙잭 게임 최소 한번 하는 배팅 50불, 트레져 아일랜드 15불, 골드코스트 5불, 이런 식이다. 정말 쓸데없고 시덥잖은 상식이 또 생겼다, 쩝.  

Moondoggies Bar=======

문도기 바는 실제 동네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Bar로 필자도 주말에 가끔 가서 피자나 윙을 먹으며 한 200불 정도 게임을 하고 오는 곳이다. 특히 작고, 시끄럽고, 또 친절한 이곳은 피자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베가스에 오니 딱히 피자가 맛있는 곳을 찾기 힘들었는데 어떤 미국 애랑 데이트 하다가 먹은 피자 맛에 깜짝 놀랐다. 특히 신선한 바질이 듬뿍 올라간 맘마미아 피자하고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 마늘 칩이 듬뿍 올라간 벰파이어 피자가 압권이다.  

특히 이곳은 보통의 미국 바와는 다르게 꽤 가족같은 분위기의 바로도 유명하다. 나이 지긋한 푸짐한 외모의 이모같은 바텐더가 친절하고 유쾌하게 이것저것을 챙겨준다. 물론 젊고 이쁜 언니들도 있지만 한 곳에서만 20년, 30년을 일했다는 깊은 내공의 바텐더 이모들은 단순히 서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친구가 되어 손님들과 어울린다. 그래서인지 단체나 단골 손님이 많은 시끄러운 바로도 유명하다.  

The Den Bar=======

같이 일하는 딜러 친구의 소개로 가본 찐 로컬 중의 로컬 Bar인 더 덴이라는 곳은 솔직히 게임이나 술 보다는 음식이 맛있어서 찾는 곳 중 하나이다. 보통의 게임하는 바들은 냉동 음식을 데워주는 경우가 많아 퀄리티보다는 안 그래도 좋아하지 않는 미국 음식, 배고픈 김에 한끼 때운다 라는 인식이 대부분인데 여기 더 덴은 얘기가 다르다. 우선 기본 중의 기본 감자튀김이 예술이다. 필자가 먹어 본 감자튀김 중 베스트이다. 물론 윙 옆에 사이드로 나오는 메뉴이지만 정말 깜짝 놀랐음. 맛있었다, 감자튀김. 찐으로… 

뿐만 아니라 16시간동안 훈제한 차돌박이 바비큐, 달콤한 소스에 버무린 우리 입맛에도 잘 어울리는 타이 슈림프, 트레디셔널 타코는 물론 웬만해선 맛있기 힘들다는 피쉬앤 칩스조차 맛있다. 게임이 위주인 Bar보다는 차라리 전문 식당을 하지 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음식의 퀄리티와 맛이 아주 훌륭하다. 참고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게임을 하면 술이 공짜이긴 하지만 음식은 포함되지 않는데 예외가 있다. 모든 로컬 바도 보통의 대형 호텔들처럼 플레이어스 카드, 즉 회원카드를 만들 수 있는데 단골들, 좀더 정확히 말해 돈 많이 쓴 사람들에게는 음식도 무제한 공짜이다. 딜러 일 끝나고 허구헌날 죽치고 여기 앉아 게임하는 친구 덕분에 공짜로 온갖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속으로 참 한심한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다. 나는 그냥 싱글남인 그 친구와 행아웃하며 재미있게 놀고 게임하고 술과 음식 배 터지게 먹고 우버 타고 집으로 오면 그만이니까. 그 친구가 얼마를 잃던 따던 That’s non of my business이니까 말이다.

오늘의 결론! 베가스 남자들, 생각보다 알콜중독이나 도박중독이 예상 외로 많았다. 물론 멀쩡하게 일 잘하고  돈 잘버는 평범한 남자가 더 많겠지만 재수없는 필자의 경험담으로는 만나는 미국 놈들마다 알콜중독 아니면 도박중독이었다. 물론 그들은 겉으로 일도 잘하고 평범하게 잘 먹고 잘 산다. 우리가 생각하는 막 무섭고 파산하고 홈리스처럼 사는 게 아니라 멀쩡한 직장 가지고 본인 pay bills 잘 하면서도 한쪽으로 술과 게임에 중독된 놈들이 많더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싱글남이 많다. 어떤 여자가 데리고 살겠는가 말이다, 쯧쯧. 조심에 또 조심을 해야 한다.

로컬 Bar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생뚱맞게 베가스 남자라는 샛길로 새느냐 묻는다면 내 맘이라 답하겠다. 사실 로컬 Bar를 간 계기가 보통은 데이트를 하러 가다 보니 그들의 생활습관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일명 변호사나 의사같은 좋은 직업을 가지고도 취미로 큰 돈 들여 게임을 하거나 매일 과하게 술을 마시는 놈들이 분명 다른 주에 비해 훨씬 많더라는 결론이다. 평범한 다른 직업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난 아직 싱글이다. 나이는 많지만 어쨌거나 다시 싱글이다. 아마도 이번 생은 이렇게 마감하지 않을까 싶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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