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과 쾌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라스베가스에 살기 전, 막연한 생각 혹은 선입견만으로는 한마디로 사람 살 곳 못 된다는 느낌만 가득했다. 여유있게 현금 좀 챙겨가서 막 그냥 질펀하게 놀다만 오는 곳? 그냥 그런 도시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막상 베가스에 살고보니 여기도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이런 인생 저런 인생이 얽히고 설켜 다양한 인종들이 밤낮 없이 살아 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다른 도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관광 도시 중 하나에 불과했다. 좀 더 신나고 화끈한 Night Life가 존재한다는 차이점만 빼면 말이다.

마리화나 냄새 가득한 도시,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에는 수많은 마리화나 상점이 있다. 대마초가 합법이기 때문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급스러운 매장으로 들어서면 마치 보석을 디스플레이 해 놓은 듯 듣도보도 못한 종류의 대마초가 진열되어 있다. 직원이 상세하게 설명해주며 본인에게 맞는 기호의 대마초를 권해준다. 그들에게 팁을 주는 것도 예의이다. 담배보다 중독성이 적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아직 한국 정서가 몸에 배어서일까? 한국에서는 감옥가는 것도 모자라 신문에 대서특필 될 일임에 분명하지만 이 곳에선 일상이다. 공공장소에서는 안되고 집이나 개인 공간에서만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호텔 앞에서도 지나가는 차 안에서도 마리화나 냄새는 나를 괴롭힌다. 그들을 일일이 단속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안다. 일상이 되어버린 대마초 냄새가 오늘도 내 두통을 유발한다.

라스베가스에서 매춘은 합법일까?

많은 한국 남성들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인 라스베가스 매춘은 결론만 말하자면 불법이다. 상상 속의 라스베가스는 돈만 주면 쭉쭉 빵빵 금발 미녀들과 환상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꿈꾸곤 하지만 그냥 그건 꿈이다. 실제론 꿈도 못꾼다. 미국 법이 강력한 까닭이다. 걸리면 인생 끝, 말 그대로 골로 간다. 영화 속에서는 재벌들이 고급스런 호텔 방으로 겁나 예쁜 미녀들을 불러 들이는 장면을 가끔 보곤 하지만 실제로는 불법이다. 아, 물론 하는 사람 있겠지. 파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아는 상식 선에는 불가능하다. 댄서들이 올 누드로 춤을 추는 스트립 클럽에서도 돈을 준다고 여자를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라스베가스 주위 몇몇 도시에서는 매춘이 합법인 곳이 있다. 말만 들었다. 엄격한 관리 하에 매춘이 가능한 곳도 있다고는 한다. 일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인이어야 하고 정기적인 성병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세금도 잘 내야 하고 공정한 임금을 받으며 자유 의지로 일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네바다 근교 약 7개 시골 카운티에  21개 정도의 업장이 있다고 한다. 정확히 어디 인지는 잘 모르겠다. 구글에 치면 나오긴 하더라만은.

한국 골목길 어디에나 자리 잡은 불법 안마시술소 따위를 묵인하느니 차라리 이렇게 합법화해서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세금도 걷는 일에 나는 대찬성이다. 내 남자는 안 그러겠지 라고 모든 여성들이 믿겠지만 과연 성매매 한 번 안 해본 남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대답은 생략하기로 하자.

신기한 어른들의 놀이터 거대한 규모의 라스베가스 성인용품 가게

지금이야 인터넷이 발달해 모든 섹스 토이를 온라인으로 주문 가능하지만 실제 상점에서 보고 만지고 신기해 하며 깔깔 대는 재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한국에도 많은 성인용품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규모나 물량 면에서 베가스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많은 수의 상점들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가장 큰 몇몇 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에는 성인용품 점 안쪽에 작은 밀실들이 있었다. 그 곳에서 비디오를 시청하며 혼자 자위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었다. 지금은 물론 없어졌지만 말이다. 이제는 더이상 자위기구나 섹스토이가 흉측한 물건이 아닌 세상이 왔다. 부부나 연인이 함께 즐기기에, 혹은 싱글에게 가성비 대비 나 혼자 환상의 세계로 빠지기에 이만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 적극적일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거부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현재는 Adult Entertainment Store라고 해서 DV 러브 부티크, 어덜트 수퍼 스토어, 아담 앤 이브 등 몇몇 곳이 성업중에 있다. 성인 용품이 더 이상 망측스러운 물건이 아니게 된 최근에는 기술력 발달로 인해 필자도 깜짝깜짝 놀랄만한 고품질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연인들끼리 친구들끼리 성인 용품 점 곳곳을 누비며 특이한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것이다.

EDM 사운드 가득한 클럽의 메카,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에 왔다면 멋지게 섹시하게 한번 쫙 빼 입고 클럽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다. 팬데믹 이후에 큰 타격을 받았던 클럽들이 최근 속속 다시 재개장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MGM 그랜드 호텔의 하카산 클럽을 비롯해 시저스 팰리스의 옴니아 클럽, 윈 호텔의 XS 클럽 등 대다수의 클럽들이 뷔페와 마찬가지로 영업을 재개했다. 클럽 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입장료는 물론이고 칵테일 한 잔에 50불이 넘는 곳도 있으니 알고 가길 바란다. 단 매일 오픈을 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3일 혹은 4일만 영업하는 곳도 많아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앞에서도 몇번 언급한 적 있지만 클럽 입장을 위한 드레스 코드도있으니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입뺀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나이트 클럽은 물론이고 데이 클럽도 오픈을 했다. 데이 클럽은 말 그대로 나이트 클럽을 낮에 수영장에서 즐기는 것이라 수영복은 필수이다. 몸매에 자신이 없다면 위에 비치 가운 같을 걸 걸쳐도 되니 너무 부담갖지 마시길. 더더군다나 미국에선 어마무시하게 뚱뚱한 여자들도 다 내놓고 다닌다. 자심감을 가져라. 솔직히 부킹은 좀 어렵겠지만 말이다. 

라스베가스의 명물, 스트립 클럽

아직까지 한국과 비교 불가 대상인 스트립 클럽을 그냥 지나치는 것도 라스베가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어디서 저런 예쁜 여자들을 모두 모아놨을까 싶을 정도로 모델이나 배우들보다 더 화려한 댄서들의 섹시한 향연이 매일 밤마다 펼쳐지는 곳, 꼭 한번 경험해 보길 강력 추천한다. 라스베가스의 스트립 클럽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올 누드인 대신 술을 팔지 않는다. 반대로 술을 파는 곳이라면 올 누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쉽다. 맨 정신에 무슨 맛으로 스트립 쇼를 구경한단 말인가 하는 사람이라면 좀 아쉽더라도 올 누드가 아닌 곳으로 가면 된다. 올 누드로 가장 유명한 곳으로는 리틀 달링과 라이브러리 젠틀맨스 클럽이 있고, 올 누드는 아니지만 섹시한 댄서들로 가득한 술을 파는 클럽으로는 사파이어, 스피아민트 리노와 허슬러 등이 있다.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건 별로 흥미가 없다. 1불 짜리 잔뜩 뽑아가서 스테이지 앞에 서면 댄서들이 몰려온다. 그들에게 팁을 꽂아주는 재미, 20불만 주면 내가 앉은 자리로 댄서가 직접 와서 눈 앞에서 펼쳐지는 섹시한 개인 댄스를 입 헤 벌리고 쳐다 보는 재미 등이 더해지면 훨씬 더 짜릿하다.

입 떡 벌어지게 만드는 근육질의 남자 댄서들이 넘쳐나는 여성 전용 스트립 클럽으로는 헝크 오아시스, 머슬 맨, 킹 오브 허슬러 등이 있으며 게이 클럽, 레즈비언 클럽은 물론 댄서를 비롯해 손님들까지 모두 남자들로 바글바글한, 거기에다 남자들이 올 누드로 춤을 추는 게이 스트립 클럽도 있으니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한번쯤 방문해 보는 걸 추천한다. 

여자보다 더 예쁜 대환장 파티, 드랙 퀸 쇼=====

한국에는 없는 독특한 유흥 문화 중 하나인 드랙 퀸 쇼, 좀 생소한 단어이긴 하지만 쉽게 말해 남자가 여자 분장을 하고 나와 코미디와 토크 쇼, 춤, 노래, 공연 등을 펼치는 종합 예술을 말한다. Drag의 뜻은 Dressed as a Girl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성별이나 지위에 관한 고정 관념을 깨고 과한 화장과 의상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자신을 꾸미는 퍼포먼스를 일컫는 말이다. 현재 베가스에는 디바스 라스베가스, 페블러스 더 쇼, 라파울의 드랙 레이스, 그리고 가장 접근성이 좋은 트레져 아일랜드 호텔 내 시니어 프로그라는 멕시칸 식당에서 매일 펼쳐지는 드랙 브런치 등이 있다. 브런치를 먹으면서 드랙 퀸들의 찰진 욕을 한 바가지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선을 사로 잡는 강한 화장과 화려한 의상을 입고 나와 남자이지만 여자인 척하는 아티스트들이 걸쭉한 여자 욕(?)을 독하게 내 뱉으며 신랄하게 남자를 비난하고 예쁜 척 허벌나게 하는, 한마디로 웃기는 짬뽕같은 지랄맞고 신나는 쇼이다. 관객층 역시 최대한 섹시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대다수이지만 게이나 일반 남성들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라스베가스는 상상 그대로 밤새도록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본 고장이다. 팍팍한 현실을 잠시 내려 놓고 재미있고 화끈하며 익사이팅한 밤문화를 원한다면 라스베가스의 나이트 라이프를 적극 권장한다. 필자 역시 한국에 살 때, 1년에 한번 씩은 베가스를 방문해서 광란의 밤을 보내는 걸 즐겼다. 당시에는 게임도 도박도 쇼핑도 다 뒷전이었다. 여자 스트립을 보며 그들의 몸매에 찬사를 보내는 것도 재미있고, 드랙 퀸에게 술 한잔 사주는 것도 흥미로웠으며, 나한테는 그 누구도 눈길 한번 안 주는 게이 스트립 쇼에서 혼자 홀짝이는 잭콕 한잔에 행복했다. 그 누가 뭐랄 것인가? 한 여름에 밍크 코트를 입어도, 한 겨울에 민소매 한 장만 입어도 아무도 나를 판단하거나 심판하는 이들이 없다. 나는 그래서 라스베가스가 좋다, 휘황찬란한 밤은 더 좋다. 여자가 도대체 왜 저래? 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서 더더더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