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팬데믹이 끝나고 오른 것은 기름값이나 집값 뿐만 아니었다. 비행기 값도 너무 올라 한국 방문조차 미루고 있는 한인들이 많아졌고 한다. 이 와중에 짧고 아담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어디든 떠나긴 떠나야 겠는데 라스베가스에서 부담없이 훌쩍 다녀올 곳이 많지는 않았다. 

LA는 너무 자주 가서 패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는 아직 팬데믹 여파가 걱정되어 패스, 한국이나 다른 나라는 비싸서 패스, 돈 많고 시간 많으면 절대 안해도 될 고민을 지갑 얇고 시간은 더 얇은 필자로선 몇 년간의 팬데믹 생활에 지쳐 잠시 숨 돌릴 여행이 절실하고 또 절실했다.

“리노라는 도시 가 봤어? 베가스에 있는데 비행기로 한 시간 밖에 안 걸리고, 근처에 레이크 타호라는 호수도 꽤 가볼만 해.” 지인의 추천에 귀가 솔깃해졌다. 베가스 시내를 운전하다 보면 자주 보이는 Reno라는 도시의 사인을 많이 보기만 했지 가본 적은 없었다.

우선은 경비가 적게 들 것 같은 가장 큰 장점과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을 것 같은 메리트에 바다같은 호수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지간한 해변보다는 미국 내 호수가 더 바다같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바로 비행기 예약 사이트를 뒤졌다. 

그런데 웬걸, 8월에 떠나는 짧은 여행의 비행기 표를 4월 달에 끊는데도 비행기 표만 왕복 800불 가까이 했다. 엥????? 대도시도 아니고 고작 1시간 날아가는데 800불이나 내라고? 차라리 자동차를 몰고 8시간을 운전할까 잠시 고민도 해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포기하려던 순간, 딱 반 값인 400불 특가를 발견해 버렸다. 

반 값의 비행기, 갑절의 행복=====

그래, 400불이면 한국 고깃집에서 갈비 두 세번만 안 먹으면 되는 금액이라 주저없이 결제했다. Price Line 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갈 때는 프론티어 에어라인, 올 때는 스피릿 에어라인이었다. 둘 다 타본 적 없는 비행기였지만 어떠랴 딱 1시간 국내 여행인데, 이 참에 저가 항공사도 이용해 보고 진정한 미국 내 배낭여행을 즐겨 보는 거야 스스로 위안하며 소풍 가기 전 날 설레이듯 여행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카지노 블랙잭 테이블에서 나와 함께 재미나게 플레이 하던 손님이 집으로 돌아 갈 비행기 시간 다 됐다며 아쉬운 안녕 뻐이빠이를 하고 나서 불과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내 테이블로 다시 나타났다. 뭔 일이냐 묻자 공항에 갔더니 비행기가 7시간 딜레이란다. 베가스에서 시카고로 가는 편도였다. 시간이 남아 다시 왔노라며 둘이서 함께 한참을 항공사 뒷담화를 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에 특히 국내선 항공사의 연착, 딜레이, 캔슬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같은 날 세 팀이 호텔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 카지노로 안 돌아 온 팀까지 합치면 그 수가 꽤 될것 같아 나 역시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몇 번의 시간 체인지 이메일을 받았다. 처음에는 베가스 출발이 오후 1시였는데 오전 9시, 다시 오전 11시로 바뀌었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오후 2시였던 비행기가 오전 8시로 변경됐다. 메이저 항공사도 이유 없이 캔슬되는 게 다반사인데 저가 항공사가 시간 좀 변경하는 것 정도는 기꺼이 이해하고 인내하자 드디어 여행 당일이 다가왔다. 

난생 처음 타보는 소형 제트기=====

라스베가스 공항내 국내선 프론티어 항공사의 데스크에 도착하니 날벼락 같은 소리를 한다. 코딱지만한 종이에 허접하게 프린트된 주소를 하나 주면서 리노로 가는 비행기는 라스베가스 공항이 아닌 이곳으로 가야 한단다. 그것도 프론티어 에어라인이 아니라 협력회사인 JSX라는 별도의 공항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니 제 아무리 저가 항공사라고 해도 나는 분명 프론티어 에어라인으로 예약이 됐고 수 많은 이메일도 프론티어 에어라인에서 받았는데 갑자기 뭔 강아지 소리여??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주소가 적힌 쪽지를 기사에게 보여줬다. 베가스 공항에서 만델라 베이 호텔을 끼고 자리한 조그마한 개인 활주로 같이 생긴 곳이 바로 JSX 공항이란다. 택시 기사는 이 상황이 너무도 익숙한지 조급해 하는 나를 안심시켰다. 흔히 있는 일이라고. 아니 미리 공지라도 해주지, 이메일은 뒀다 뭐에 쓰나, 미리미리 나왔으니 망정이지 타이트하게 시간을 잡았다면 딱 비행기 놓치기 쉬운 타이밍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JSX 공항에 도착하니 찐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이게 뭐야? 스토리지도 웨어하우스도 아닌 것이 떡하니 공항이라고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 옆으로 자그마한 제트기 같은 비행기들이 서있다. 살면서 처음 겪는 경험이라 진짜루 깔깔깔 웃음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과연 저 비행기가 뜨기는 할까? 안전하기는 할까? 이 곳이 정녕 개인 비행장이 아닌 실제 공항이란 말인가. 의심 반 설렘 반의 심정으로 어쨌거나 안으로 들어섰다. 자그마한 카운터가 보인다. 동네 마샬이나 티제이 맥스의 카운터도 이것 보다는 컸다. 여행용 캐리어 하나를 수속하는데 아무런 티켓도 주지 않는다. 이 귀여운 보딩패스 하나가 전부였다.

세상에 이런 항공사도 있었다니=====

공항 대기실은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했다.

무료 커피와 잡지도 구비되어 있다. 커피는 진심 맛있었다.

시큐리티 체크도, 긴 줄을 설 필요도, 신발을 벗을 필요도, 엑스레이를 통과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너무도 편하게 생긴 검색대를 지나면 바로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짜잔~~ 너무도 앙증맞고 귀여운 소형 제트기같이 생긴 비행기가 나를 반긴다. 마치 굉장한 부자의 개인 비행기를 타는 느낌이었다.

실내는 더 깜찍했다. 혼자 앉는 자리가 한쪽에 있고 다른 쪽은 두 명이 앉는 좌석이 있다. 탑승 인원이 총 30명도 안되는 듯 했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스튜어디스가 다른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안전에 대해 이것 저것을 설명한다. 

JSX 팜플렛이 있어 읽어 보았다. 미국 전역을 비행하는 것은 아니고 캘리포니아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가까운 몇몇 곳의 도시만 비행하는 정말 컴팩트하고 편리한 비행기였다.

자리에 앉고 나니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제서야 너무나도 편리하고 간편한 수속 절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는 JSX가 비행 가능한 도시라면 당연히 이 소형 비행기를 이용할 것이다. 심지어 1시간 비행하는데 음료수와 소소하게 간식도 제공해 준다. 별 것 아니었지만 진심 작은 감동이었다.

안전에 감동까지 더했다 JSX=====

작은 비행기라 안전에 대한 걱정이 가장 앞섰는데, 그 의심이 미안할 정도로 편하고 빠르게 목적지인 리노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사다리 앞에 손님들의 캐리어가 맨바닥에 차례로 놓여있다. 그냥 본인 것을 들고 오면 된다.  

도착한 공항 역시 리노의 메인 공항이 아닌 더더 작은 JSX 전용 공항이었다. 작은 규모에 여전히 깔깔 웃음이 새어 나옴과 동시에 이렇게 편리하고 빠른 비행기 탑승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던 내 자신이 새삼 바보같이 느껴졌다.

우리가 타고 왔던 소형 비행기는 그 자리에 서서 간단한 청소를 마친 뒤 다시 베가스로 날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딱 어린 시절 경험했던 한국의 고속버스 터미널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리노의 JSX 공항 카운터는 베가스보다 더 작고 협소했다. 

베가스의 작은 도시 리노와 레이크 타호의 모습은????

2부에서 계속됩니다.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