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여기 라스베가스의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스미스(Smith)에 장을 보러 갔다. 보통은 무인 계산대에서 빠르게 결제를 하지만 술이 있어 아이디를 보여줘야 하거나 바코드가 붙어있지 않은 채소를 많이 사는 경우는 캐쉬어가 있는 카운터를 종종 이용하기도 한다.

캐쉬어가 물건의 바 코드를 찍고 옆으로 보내면 다른 직원이 비닐 봉투에 물건을 담아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어느 날은 초로의 신사가 그 물건 담아주는 직원에게 5불짜리 하나를 건네는 것이었다. 그도 좀 놀란 눈치로 멍하니 돈을 들고 서 있자 그 신사는 팁이라며 싱긋 웃는다. 흔치 않은 경우지만 늘 일어나는 상황 중 하나이다.

한국과 미국 문화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팁 문화이다. 요즘에는 한국에도 미용실이라든지 서버가 직접 구워주는 고기집, 고급 식당, 간혹 가다 택시를 타고 ‘잔돈은 괜찮습니다’ 식의 팁 문화가 서서히 정착하는 분위기지만 미국은 현저히 다르다. 팁 수입이 주된 인컴인 직업이 상당 수이기 때문이다.

많은 한인들이 묻는다. 특히 식당에서 15%나 20%의 팁을 꼭 줘야 하느냐고 말이다. 수많은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팁은 항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싸가지 없는 서버에게 팁을 줘야 하느냐고 말이다. 정답은 예스이다. 만약 팁을 안 놓고 간다면 담당 서버 혹은 매니저가 서비스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묻는다. 정말 말도 안되는 험한 경우를 제외하곤 반드시 팁을 놔야 한다. 

팁이 주 수입원인 직업

가장 잘 알려진 일명 팁 베이스 잡에는 대표 서비스 직종인 서버가 있다. 주마다 기본급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LA에는 기본 시급이 17불이 넘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에 속하지만 역시 한인이 많이 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같은 경우에는 3년 전만해도 겨우 2불 75센트, 많이 오른 지금도 채 5불이 되지 않는다. 베가스의 기본급은 9불이 조금 넘는다. 여기에 팁을 더한 것이 서버들의 주 수입원이 되는 셈이다. 시간 당 9불이라고 계산 했을 때 하루 8시간, 곱하기 일주일에 5일이면 기본급만 계산 한 경우 한 달에 채 천 오백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팁이 플러스 되는 것이다. 딜러의 월급 계산 방법도 서버와 똑같다. 

그렇다면 모두가 LA가서 일하지, 3배 이상 낮은 임금을 받고 왜 다른 주에서 일할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은 평균적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LA는 애틀랜타보다 집 값은 물론 방 하나, 아파트 하나를 구해도 타주보다 훨씬 비싸다. 매년 내야 하는 자동차 등록(차 번호판 위에 붙이는 작은 스티커)만 해도 애틀랜타는 연 20불인 반면 LA는 100불을 훌쩍 넘는다. 심지어 라스베가스는 200불이 넘음 ㅠㅠ 생활비나 물가가 월등히 비싸다 보니 기본급을 더 받는 만큼 지출도 많다는 얘기다.  

내가 사는 이곳 라스베가스만 보더라도 팁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직업이 꽤 있다. 왜냐하면 관광도시라 호텔이 많기 때문이다. 호텔 문을 들어 서는 순간부터 팁이 발생한다. 발렛파킹을 선두로 짐을 들어주는 포터, 체크인을 할 때 카운터 직원에게 팁을 주는 사람들도 꽤 있다. 호텔 내 식당의 서버는 물론이고 당연히 딜러를 포함해 심지어는 돈을 바꾸고 난 후 캐쉬어에게도 팁을 주는 게 보통이다. 물랐지?? 그럼 지금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배워보도록 하자.

반드시 팁을 줘야 하는 경우- 딜러 좀 빼먹지 말것!!

미국 사는 한인들은 물론 이제는 한국에서 여행 온 관광객들도 팁에 대해선 꽤 익숙한 게 사실이다. 일부러 잔돈을 챙겨 오기도 하고 얼마를 줘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경우도 많이 봤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현지인들 사이에서 아시아 인들은 팁에 관해서 짠돌이임에 분명하다. 한국 관광객은 그나마 중국인들이나 흑인, 중동인, 히스패닉에 비하면 좀 낫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후한 편은 아니다.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손님 측에 속한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서버와 같이 카지노 딜러 역시 같은 체계로 인컴을 계산한다. 팁이 없으면 월급도 적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게임한다고 무조건 팁을 내라는 말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어느 정도 계속 이기고 있는 경우, 딜러가 타 딜러에 비해 말도 많이 하고 친절한 경우에는 팁을 챙겨주는게 상식이라는 말이다. 연속으로 블랙잭을 세 번이나 맞고도 1불 짜리 하나 안 내는 플레이어를 보며 딜러는 다짐한다. 사이드 배트에서 5불을 걸고 몇백 몇천을 받고도 5불짜리 하나 달랑 던지는 손님을 보며 딜러는 반드시 속으로 외친다. 저 놈 반드시 꼭 다 잃게 하리라. 라고 말이다. 그리곤 결국엔 다 잃는다, 야홋!!!!! 내 속이 다 시원하다.

젊은 친구들 중에는 칵테일 웨이트리스들에게 팁을 안 주는 경우도 있다. 술이 공짜이니 인건비도 공짜인줄 아는 정말 무식한 인간들이 아닐 수 없다. 무료로 주는 맥주 한병, 잭콕 한잔에 1불도 주기 아깝다면 제발 카지노 오지 말기를 신신당부 드린다, 젠장.

또 반드시 팁을 줘야하는 경우가 바로 캐쉬어와 하우스키핑이다. 캐쉬어는 철장 안에서 돈을 바꿔주는 직원을 말하는데 돈을 따서 칩을 현금으로 바꿀 경우 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2,3불에서 10불, 많게는 20불도 주는게 상식이다. 하우스 키핑의 경우, 호텔방을 나올 때 침대 위에 1,2불 올려 놓고 나온다는 것 쯤은 이미 잘 알려진 상식이지만 얼굴 본 적 없고 두번 다시 올 일 없으니 그냥 생까는 인간들, 돈 다 잃게 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할 따름이다.

다른 칼럼에서도 쓴 적 있지만 행여라도 슬로머신에서 큰 돈이 터진 경우, 양복 입은 직원들이 기본적인 정보와 아이디 카피를 한 후 기본적으로 현금으로 지불한다. 수십만불이 터지더라도 현금을 준다. 큰 돈을 들고 다니는 게 불안한 경우 체크를 원한다면 특별히 말해야 한다. 얼마가 터지든 현금으로 받기 때문에 그런 경우 반드시 팁을 주는 게 예의이다. 보통은 5%이지만 아깝다고 생각되면 2,3%라도 줘라. 일전에 한 한국 할아버지가 스트립 호텔 버팔로 슬로머신에서 백이십 만불 잭팟이 터졌을 때 돈 가져다 준 직원한테 달랑 20불 짜리 하나 건네주고 두고두고 한국사람 통째로 욕 먹은 적 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차라리 안줬다면 몰라서 그랬나보다 할텐데 20불이 왠말인가. 딜러에게 25센트나 50센트 같은 동전 던져주는 인간들하고 똑같다, 저주받을 것이다 분명!!!

팁 주면 대접받는 경우

필자가 일하는 호텔에 유명한 플레이어가 한 명 있다. 큰 금액을 베팅하는 일명 조지(딜러들 사이에서 팁을 잘 주는 플레이어를 일컫는 이름)라는 사람인데, 평균적으로 하루에 십만불에서 많게는 몇 십만불도 쓰고 간다. 조지가 얼마를 베팅하는지는 딜러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팁을 얼마를 주느냐가 최대의 관심사일 뿐이다. 돈을 따면 보통 하루에 만 불(오늘 자 한국 환율 계산 천 삼백만원) 넘는 팁을 쾌척하는 고마우신 분인데, 당연히 잃을 때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돈을 잃을 때도 딜러의 팁은 꼭 챙겨준다. 예를 들어 20분 만에 만불을 플레이 하는 경우, 따면 3천불 정도, 잃어도 최소 천불의 팁은 흔쾌히 내 놓는다. 조지만 왔다 가면 하루 평균 120에서 150불인 딜러의 팁이 300불에서 천불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조지가 플레이 한 날이 휴일인 딜러는 속상하고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진짜루!!

우리는 위에서 말한 조지처럼 큰 돈도 없고 설령 그만한 돈이 있다 하더라도 팁을 후하게 챙겨줄 만큼 그만한 배포도 예의도 없다. 조지처럼 큰 돈 쓰라는 말 절대 아니다. 일각에선 핏대 세워 외친다. 서비스는 그지 같은데 무슨 팁만 바라느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서비스가 그지같으면 팁 안 줘도 된다. 무섭고 퉁명스러운 아줌마에게 팁을 안준다고 뭐라 하는 사람 없다, 그 아줌마 빼고 말이다. 서비스가 형편 없었다면 팁은 안줘도 된다. 당연한 것 아닌가. 

The hand of the waitress takes the tip. The waiter girl receives a tip from the client at the hotel bar. A bartender woman is happy to receive a tip at work. The concept of service.

하지만 명심하라. 서버든 딜러이든 우리가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아주 머리가 무식하거나 또라이가 아니고서는 서비스 한만큼 팁을 받는다는 것 쯤은 알고 일한다는 말이다. 딜러가 말 한마디 안하고 화난 표정이라고 불평하기 전에 몇 십 배의 수익이 났는데도 1불짜리 하나 던져줬는가 먼저 생각해 보라. 1불짜리 하나에 꼴보기 싫었다가 갑자기 감사해지는 내 자신이 초라하고 쪽팔리기도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1불의 차이는 극명히 갈린다. 음식이건 술이건 서버 겁나게 부려 먹고 팁 한푼 안놓고 나간다면 그 서버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한번 생각해 보라. 내 자식이, 내 부모가 그런 취급을 당했다고 한번 쯤은 공감을 해 달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