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를 누비는 무서운 엉덩이에 대한 고찰

                                        (고찰 考察-어떤 주제를 깊이 생각하고 연구함)

라스베가스는 관광도시이다. 한마디로 놀러 오는 곳이라는 말이다. 여행에 대한 설렘을 가장 쉽게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옷차림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안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라면 이번 여행에 뭘 입고 갈까부터 여행 계획은 시작된다. 카지노 딜러를 하다 보면 바쁘고 정신 없는 때도 많지만 의외로 한가하거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상황도 허다하다. 특히 낮 12시 전에 일을 시작하는 데이 쉬프트나 새벽 시간에 일하는 그레비아(Graveyard) 쉬프트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데, 테이블에 우두커니 서서 손님을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레 그들의 옷차림에 눈길이 간다. 오늘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패션 문화를 나타내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도 힘들 뿐더러 종종 무섭기까지 한 – 라스베가스 호텔 안을 누비는 화려한 그녀들의 얘기를 할까 한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 라스베가스. 전문 도박꾼이든, 오랫만에 맘 먹고 온 가족 여행이든, 친구들끼리 즐기는 청춘 여행이든, 연인끼리 즐기는 낭만 여행이든, 호텔을 누비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흥분되어 있으며 덩달아 차림새는 간소화되고 과감해 진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에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옷차림을 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호텔 안을 누비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쳐다보고 싶지도 않지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곳이 바로 엉덩이다. 화려한 엉덩이를 서포트하는 데 한 몫 단단히 하며 빼 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레깅스인데,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입는 것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당연하다 못해 안 입는 여자가 없을 정도이다. 색상도 재질도 천차 만별인데, 그 안에 무슨 속옷을 입었는지 혹은 안 입었는지도 구별이 갈 정도니 같은 여자가 봐도 민망할 따름이다.

여자가 왜 여자 엉덩이를 쳐다보고 있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하리라, 보고 싶어서 보는 게  아니라 눈 앞에 홀딱 벗고 지나가는 데 안 보는 게 더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대부분 여자 관광객들이 엉덩이를 홀딱 벗고 다니지는 않지만 정말 많은 수의 여자들이 홀딱 벗고 다닌다. 이 말인 즉슨,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들을 제외 한 대다수의 백인, 남미계, 특히나 흑인 여자들의 경우엔 무슨 엉덩이에 한이라도 맺힌 것처럼 드러내 놓고 다니는데 나름 개방적인 젊은 마인드로 살고 있노라 자처하는 필자 역시 아직도 적응이 어렵다. 나이도 인종도 다 상관없다. 내 놓고 싶은 만큼 실컷 자랑하고 다닌다. 남들 시선 따위는 상관 안한다. 그것이 그들만의 특권이고 자부심이다. 걷기 힘들 정도의 고도 비만 큰 엉덩이도 찬사를 받는 미국이니 할말 없다.

남이사 엉덩이를 내놓고 다니든 말든 나 상관할 바 아니다. 팬티만 입고 다니든, 그것도 모자라 일명 티팬티라고 하는 엉덩이 사이에 가느다란 줄 하나만 겨우 매달려 있는 팬티를 입고 다니든 지들 자유다. 특히나 미국에서, 더더군다나 라스베가스에서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내가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제 아무리 문화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은 경우가 너무 많다!! 예쁜 애가 그러면 차라리 용서라도 될텐데,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내 엉덩이 5배는 되는, 셀룰라이트가 덕지덕지 장착된, 크고 무시무시한 엉덩이를 다 내놓고 다니는 게 과연 유행이고 섹시일까?? 그게 여자만의 특권일까??? 내가 너무 꼰대인가 갑자기 현타가 온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미국에서 여성 섹시함의 기준이 바로 엉덩이라는 점이다. 일 예로, 몇 년 전에 변호사 사무실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할 때, 정말이지 뚱뚱한 남미계 리셥셔니스트가 있었다. 우리 기준으로는 고도 비만에 가까운 큰 체격에 거기에 어울리는 거대한, 정말 거대한 엉덩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쟤 참 뚱뚱해서 힘들겠다는 내 걱정 따위는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많은 수의 남자 방문객들이 보내는 추파와 찬사의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사무실 입구에서 방문객들에게 미리 작성할 서류를 전달해 주거나 음료를 건네는 게 그녀의 주된 임무였는데, 단지 크다라는 개념을 벗어난 무서운 엉덩이가 그런 매력으로 다가갈 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엄청난 충격이었고 진심 놀랐다. 쇼크 먹었다. 미국 진짜 이래???

카지노의 흥분과 일탈이 여자들의 엉덩이를 통해 고스란히 표현된다. 분명 그들도 일상에서는 감히 시도해 보지 못했을 것 같은 희한한 패션들이 호텔 구석구석을 누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엉덩이가 보기에 섹시할 정도로 TV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게 크기만 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두터운 지방층인 셀룰라이트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미국은 그걸 섹시라고 부른다. 남자들은 셀룰라이트에 열광하는 셈이다. 그러니 미치겠다. 한국 아줌마의 관점에서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당연히 젊고 예쁜 엉덩이들도 많다. 같은 여자가 봐도 젊은 나이가 열일하고 있는, 탱탱함과 싱그러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곤 하는 엉덩이도 분명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의 경우가 대다수이다. 왜 그렇게 바지는 영끌해서 가랑이 사이에 꼭 끼게 입는 것인지, 짧은 바지나 치마 밑으로 보이는 축 쳐진 엉밑살이 그렇게도 자랑스러운지 의아하고 또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한국 문화가 잘났다는 것 역시 아니다. 모순 투성이의 한국 문화가 싫어 박차고 나온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떨 땐 미국이 훨씬 합리적이고 살기 좋다고 빽빽 목소리 높이던 필자였다. 명품백을 들던 종이 가방을 들던 상관하지 않는 문화가 신기했고, 벤츠를 타던 버스를 타던 물어보지 않는 그들이 좋았다. 파마 머리가 유행할 지언정 모두가 머리를 볶고 다니지 않아 편했고, 스키니진이 유행한다고 통바지를 입을 엄두조차 못 내던 내가 아님에 만족했었다. 그만큼 개인의 개성과 나만의 방식을 존중해 주는 나라, 미국이 좋았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집단주의 권위주의와는 전혀 다른, 나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개인주의가 부러워 미칠 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 제 아무리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곳이라 해도 대중의 질서가 있고 예의가 있는 것이다. 80kg, 90kg는 훌쩍 넘을 듯한 한 무리의 그녀들이 수영복만 입고 호텔을 활보하는 건 그나마 양반이다. 위에 얇은 가운이라도 걸쳐준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아까 잠깐 언급한 엉덩이 사이에 위태위태하게 매달려 있는 끈팬티에, 간장 종지만한 사이즈의 앞 가리개만 겨우 한 그녀들이 블랙잭을 하겠다며 몰려들면 진심 무섭다. 몇 십불의 돈이라도 잃었다 치면 F로 시작하는 육두문자가 남발한다. 카지노가 지들 세상인 듯 웃고 떠들고 욕하고 엉덩이를 흔든다. 물론 카지노 측의 제지가 있다. 옷차림이 너무 심하거나 욕을 하면 게임을 할 수 없게 퇴출 당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사 고백하는데, 큰 엉덩이를 자신있게 내놓고 다니는 그들이 부럽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달랐던 발육 덕에 항상 큰 티셔츠로 엉덩이를 가리고 다녔던 내 자신에 은근히 화도 났다. 그들 앞에선 새발의 피, 번데기 앞에서 주름도 못 잡을 정도의 사이즈이지만 지금도 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입어야 하는 딜러의 유니폼이 불편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이미 젊음의 탱글함은 잃었지만, 이미 엉덩이로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나이는 넘었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자신 없을 이유 또한 없지 않은가? 그들처럼 엉덩이가 숨 못 쉴 정도로 바지를 추켜 입지 않아도, 엉덩이가 여자 섹시미의 최우선이라는 잣대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그건 그들만의 세상인 것이고, 내 엉덩이는 오늘도 나와 함께 일하느라 바쁘다. 어디는 나와 함께 간다. 힘들고 지친 엉덩이를 스스로 토닥토닥 해주며 지랄맞던 카지노의 밤은 또 그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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