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산다구? 진짜??

그 더운데 왜 살아? 너 혹시 도박 해? 다른 도시에 살 만한 돈이 없니??
그렇다. 라스베가스에 살면서 수도 없이 들어오던 말, 바로 “너, 왜 라스베가스 살아?” 이다.

나는 라스베가스 날씨 좋아

라스베가스 한 여름에는 사막 더위가 화씨 115도까지 올라가기 일쑤이고 8월 한밤 중에 100도가 넘는 기온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것. 덥다. 더운데, 밤 12시에 100도가 넘을 정도로 더운 건 맞는데, 확실한 건 분명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이다.

Dry Heat, 일명 겁나게 건조한 더위라는 뜻이다. 습도가 많지 않아 땀이나 끈적임이 덜하고 그늘만 들어가도 살만하다. 에어컨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6월7월8월, 요 석달만 빼면 꽤 괜찮은 날씨가 분명하다. 뉴욕도 살아보고 시카고, 엘에이, 텍사스 이런저런 도시 다 살아봤지만 라스베가스 날씨가 나에겐 최고다. 더위를 즐기는 개인적인 체질도 있겠지만, 추워서 당장 얼어 죽을 것 같은 시카고보다, 시카고보다 더 춥고 바퀴벌레 많은 뉴욕보다, 비싼 물가에 비해 참 더러운 곳 많은 엘에이보다, 더운데다 끈적거리기까지 해 짜증을 달고 사는 텍사스의 그 어떤 도시보다 나는 라스베가스 날씨가 좋다.

나는 라스베가스 집 값 좋아

팬데믹 이후에 많은 한인들이 라스베가스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집 값 폭등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2불 중반대이던 개스 값은 5불을 훌쩍 넘긴지 오래이고 물가며 생활비며 월급 빼고 다 오른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집 값이 미쳐 날뛰지 않은 라스베가스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물론 5년 전에 20만불에 산 집이 딱 두 배가 돼서 좋아라 하는 친구들도 몇 보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50만불 미만으로 꽤 괜찮은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라스베가스이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젊은 층은 아이들 교육이 걱정이고 나이드신 분들은 의료 서비스를 못 믿어워 한다. 너무 더워서 선풍기 틀어놓고 자다가 죽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 진짜 있다. 라스베가스에 살면 모두가 도박 중독자가 될 거라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호텔 아니면 취직할 데 없다고 미리 겁먹기도 하며 물이 부족해 조만간 도시가 망할 거라도 말하는 정신나간 사람들도 있긴 있다.

자, 생각해 보자. 공부 잘하는 놈은 깡촌 시골 고등학교를 나와도 하버드 턱턱 붙는다. 의료 시설이 최상은 아니지만 수술비를 내지 않으면 입원도 할 수 없는 한국하고 비교할 순 없다. 라스베가스 30년 넘게 살면서 도박장 근처에도 안 가본 사람이 더 많고 석회질이 많아 물의 수질이 안 좋은 건 사실이나 씻고, 먹고, 마시고, 사는데 큰 지장 없다. 라스베가스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선입견만 앞세워, 도박이라는 편견에 갇혀 매력 넘치는 라스베가스를 폄하하는 건 참을 수 없다.

현지인이 생각하는 라스베가스 라이프 장점!

필자가 라스베가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지긋지긋하던 허리통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타 주에 살 때는 응급실에 몇 번 실려갈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했다. 디스크나 특별한 척추 질환은 아닌데도 일년에 한 두번씩 한 발자국도 꼼짝 못할 정도로 요통을 달고 살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라스베가스에 오고 나서 요통이 사라졌다. 주치의에 의하면 습도가 적어 허리통증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분명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내가 세상에서 엄마랑 딸내미 다음으로 사랑하는 우리 강아지가 벼룩 약을 먹지 않아서 좋다. 라스베가스 날씨가 너무 더워 틱이나 다른 벌레들이 강아지 몸에 살지 못한다니 이 얼마나 어메이징한 일인가 말이다. 그뿐인가? 타주에 비해 확실히 세금이 적다. State Tax 즉 주 세금도 없고 소득세도 없다. 연금세이나 상속세도 없고 프랜차이즈 세금도 없다. 재산세도 타주에 비해 굉장히 낮다. 월급쟁이든 자영업을 하든 라스베가스가 짱이다. 관광도시이다 보니 어느 스시집을 가도 어느 한식집을 가도 손님들이 차고 넘친다. 공부하기 싫은 사람들은 딜러 학원 한 달 다니면 취직도 쉽다. 나는 베가스가 좋다. 슬롯머신 20불 어치 하면서 공짜로 마시는 잭콕이 좋고 뭐니뭐니해도 겨울에 춥지 않아 좋다. 덥지만 습도가 적어 짜증 많이 나지 않아 좋고 호수든 계곡이든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맘대로 즐길 수 있어 좋다.

라스베가스 교육 환경이 좋지 않다는 거 다 핑계다. 라스베가스 사는 사람들 돈 없다는 거 다 거짓말이다. 내놓라 하는 유명 고등학교는 없지만 비싼 사립학교에서 더 좋은 대학 가는 애들 차고 넘친다. 서머린을 가봐라, 핸더슨을 가봐라. 엄청난 땅에 더 으리으리히게 지어놓은 집들 천지다. 우버가 잘 되어 있어 음주운전 할 걱정 없고, 호텔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음식도 이벤트도 좋다. 영화관 의자도 넓어서 좋고 명품을 파는 럭셔리한 가게들이 즐비해서 더 좋다. 도시가 크지 않아 왠만한 곳은 30분 내로 이동 가능하며 한시간 거리에 푸른 자연을 볼 수 있는 곳도 허다하다.

나는 라스베가스가 좋다. 도박을 하지 않아도 아니, 도박을 할 줄 몰라도 호텔만 가면 괜스레 가슴 뛰고 신난다. 화려한 쇼는 더 좋다. 로컬 사람들은 할인되는 식당도 좋다. 스트립의 화려한 불빛도 좋고 레드락 캐년의 을시년스러움 조차 나는 좋다. 라스베가스로 이주를 고만 중이라면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특히 허리가 아픈 사람이라면, 프랜차이즈 세금 없이 가게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박의 유혹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대다수의 보통 사람이라면 말이다. 오늘도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나, 라스베가스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