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김의 라°디°오 칼럼
[라스베가스 산다 디지게 재밌다 오늘만 사는 것 처럼]

라스베가스 카지노 대박 VS 쪽박, 당신의 선택은?
라스베가스! 도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댄다. 이 짧은 다섯 글자 안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을지 상상조차 힘들다.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설레는 발걸음으로 입성하는 곳, 만약에 내가 벼락부자가 된다면 과연 어디에 돈을 써야 할 것인가 쓸데없지만 더 부질없는 행복한 상상에 빠지는 곳, 앞으로 닥쳐올 미래의 불행보다 현재의 네온사인 불빛에 중독되 듯 빠져 드는 곳, 현직 딜러가 전하는 라스베가스의 잡다한 뒷 얘기들을 풀어보자.
카지노 대박
테이블 게임 잭팟 – 60대의 한인 교포 서씨는 일주일에 한 두번 라스베가스 호텔을 찾아 페이스 업 파이고(Face up Paigow)라는 포커 게임을 한다. 6장 씩 주어지는 딜러의 오픈 카드와 자신의 카드를 비교해 높은 패를 가진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인데, 실제 메인 배당금은 1:1로 크지 않은 반면 사이드 배팅이나 매번 1불씩만 배팅할 수 있는 프로그레시브에 걸었다가 당첨되면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대중화된 포커 게임이다.
[깜짝 상식] 라스베가스 내 대부분의 슬롯머신이나 테이블 게임 위에 보면 눈 돌아가는 금액이 적힌 걸 볼 수 있다. 대부분 방문객들은 엄청난 금액에 혹해서 지갑을 열기 마련이다. 만약에 만약에 진짜 만약에 당첨됐을 때 지급되는 금액을 표시해 놓은 것인데, 많은 한인들이 딱 그 호텔에서만 적용되는 금액이라 오해하기 쉽다. 아니다. 이는 베가스 전체 호텔의 모든 기계 혹은 테이블 게임을 통틀어 합산된 누적 금액이다. 게임을 하고 있는 달랑 그 호텔에서만 가능한 금액이 아니라 어느 호텔을 가도 동일한 숫자가 씌여있는, 말 그대로 베가스 전체를 통틀어 표시한 금액이라는 말이다. 십만 달러, 백만 달러 등 그래서 그렇게 금액이 큰 것이니 헷갈리지 마시길!
한인 교포 서씨는 날씨도 화창하던 4월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로컬에 있는 한 호텔에 쳐박혀 앉아 무료하지만 사뭇 진지한 파이고 포커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현지 사는 사람들은 주차문제나 미니멈 배팅 금액이 큰 스트립 내의 카지노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이때, 거짓말처럼 그의 손에 쥐어진 6장의 카드에서 섬광을 뿜어냈다. 일명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숫자 10과 J,Q,K,A의 알파벳이 순서대로 차르르 펼쳐졌다. 심지어 같은 그림, 시뻘건 다이아몬드 문양과 함께 신이 내려도 불가능하다는 0.000154%의 확률을 뚫고 말이다. 순간 서씨는 번개에 맞은 듯 몸이 떨려왔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마치 중풍이라도 온 듯 몸과 손만 벌벌 떨 뿐이었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다른 플레이어가 그 카드를 봤다. 짐승과 같은 환호성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파이고 테이블의 모든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카지노 안의 모든 사람들, 직원들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여기저기 고함이 터지고 축하의 목소리가 사람의 혼을 쏙 빼놓기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조차 평생에 한번 구경할까 말까한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의 실체를 보느라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시큐리티,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잽싸게 서씨 테이블 주변으로 바리게이트를 친다. 그제야 아 나한테 뭔일이 벌어졌구나를 실감한다.
[깜짝 상식; 카지노에서는 테이블 게임은 물론이고 슬롯머신에서 돈을 따 슬롯머신 테크니션들이 현금이나 수표를 가지고 올 경우에도 팁을 지불하는 것이 관례이다. 대부분 한인들은 슬롯머신에서 오천불, 만불 정도의 금액에 당첨되면 입을 싹 씻는 것이 보통인데 이는 결단코 몰라서 그랬다고 위안삼고 싶다. 보통은 당첨 금액의 5%, 적으면 2-3%의 팁을 주는게 상식이다. 오천불에 당첨됐다면 최소한 백불-이백불 정도는 쥐어주고 오길 바란다. 제 아무리 두번 다시 안 볼 사람들이라도 두고두고 한국인 거지같다라는 뒷 말 안 듣고 싶으면 말이다.]
서씨는 보너스에 배팅한 10불x25000배=이십오만불(한국 돈 약 3억), 프로그레시브에 배팅한 1불로 지급되는 백팔십만불($1,800,000 한국돈 약 20억) 총 23억의 금액을 체크로 받았다. 사진을 찍고 인터뷰도 했다. 체크를 가지고 온 카지노 직원에게 건넨 오천불의 팁과 같이 플레이하던 사람들 4명에게도 각 천불씩 선물했다. 무시무시한 세금을 제하더라도 서씨 손에는 15억이 훌쩍 넘는 금액이 쥐어졌다. 그 길로 서씨는 카지노를 떠났다. 두 번 다시는 어느 카지노에도 방문하지 않았다. 나중에 전해지는 말로는 본인 인생에 두번 다시 없을 행운을 쥐고서 다시는 근처에 발도 붙이기 싫다는 심정이 들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슬롯머신 잭팟 – 뉴욕에서 손자를 만나러 온 할머니 이씨는 사위의 성화에 못이겨 스트립의 대형 카지노를 찾았다. 담배연기에 소리만 요란해 카지노를 좋아하지 않던 이씨는 잠시 들른 방문객이 훨씬 운이 좋다는 사위의 성화에 내키지는 않지만 졸래졸래 딸 부부의 뒤를 따라다니며 호텔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딸은 블랙잭 테이블에 사위는 룰렛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 게임에 몰두하자 서씨는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영어도 불편한데다 게임의 ㄱ자도 모르는 상태라 슬롯머신 주위를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서씨의 귀를 때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으니 그게 바로 ‘버팔로!!!~~’하며 우다다다 소 떼가 뛰어다니는 버팔로 골드 메가밀리언 슬롯머신이었다. 딸아이가 쥐어 준 100불짜리 지폐 한장을 밀어 넣었다. 기계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예전에도 몇 번 베가스를 방문해 이런저런 슬롯머신을 한 경험은 있지만 버팔로 머신은 이런저련 요구사항이 많았다. 에라 모르겠다, Max Bet인 12불씩 배팅하기 시작했다. 6번쯤 눌렀을까?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이씨는 깜짝 놀랐다. 요동치던 화면이 갑자기 딱 멈췄다. 실제로 전쟁이 난 줄 알았단다. 뭔데? 뭔데? 뭔데? 본인이 더 놀라 어버버 하고 있을때 옆에서 환호성과 고함소리가 터졌다. 시큐리티가 달려와 바리게이트를 치고 딸과 사위가 달려온 후에야 자신이 18밀리언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18밀리언, 말 그대로 초대박!! 한국 돈으로 200억이 넘는 금액이었다. 미국 영주권자였던 이씨는 30% 가까운 세금과 일시불 수령의 40%를 제외한 60억 가까운 돈을 손에 쥐었다. 이씨보다 더 흥분한 사위, 딸과 함께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한 후의 근황은 전해진 바 없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사위와 딸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작은 건물을 몇 개 산 후 그 중 한 곳에서 뷰티서플라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었다.

카지노 쪽박
테이블 게임 쪽박 – 어려서 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일찌기 미국 유학을 온 박씨는 라스베가스에서 바카라 게임을 접하기 전 까지는 일명 금수저 아들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만 21살이 지나 합법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가능한 나이가 되자 난생 처음 찾은 라스베가스에서 바카라 게임을 시작하고는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첫날 박씨는 바카라 룰도 법칙도 모른채 마음 가는데로 베팅한 뱅커 배팅, 플레이어 배팅,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명 홀짝 게임에 푹 빠져 이백불로 시작해 육천불을 만들기에 이른다. 몰론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용돈을 넉넉하게 보내주긴 했지만 태어나서 처음 잡아본 카드로 3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니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박씨는 주말만 되면 라스베가스로 차를 몰았다. 베가스로 향하는 차 안에서는 항상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번에 돈을 따면 여자친구에게 명품 카르티에 팔찌나 하나 사줘야 겠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실실 나왔다. 그렇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모두가 상상할 수 있듯이 결과는 참담했다. 돈을 잃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보내 온 학비는 물론이고 살던 고급 아파트의 월세 낼 돈조차 카지노 호텔 불빛에 갖다 바치기 시작했다. 로렉스 시계를 팔아 다시 허황된 꿈을 꾼다. 게임기를 팔아 몇십불을 마련해 또다시 카지노로 향했다. 처음에는 부잣집 아들임을 믿고 돈을 빌려주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깜짝 상식;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게임이라는 바카라 게임. 한국인은 물론이고 태국, 대만, 베트남인들까지 전 아시안들이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인데 쉬운 플레이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해 일명 도박의 끝이라고 불린다. 특히 다양한 사이드 베팅, 예를 들면 드래곤 7이나 팬더 8 등의 당첨 금액이 높아 메인보다 더 배팅을 많이 하는 곳이 바로 사이드 베팅이다. 10불을 걸었을때 40배, 4천불을 받거나 100배 넘는 당첨금을 주는 사이드 배팅도 있다. 또한 본인이 플레이 할 수 있는 좌석이 지정되지 않아 남이 베팅한 곳에 내 칩을 올려 놓을 수도 있어 여러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수십 곳의 스팟에 배팅하는 플레이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고는 모든 지원을 끊고 다시 한국으로 불러 들였다. 뼈를 깎는 마음으로 후회를 하고 철석같은 다짐을 하고 또 한 후에 몇 번의 유학을 다시 시도했으나 결국에는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중국이나 마카오를 떠돈다는 카더라 소식만 무성할 뿐이었다.
포커 쪽박 – 한국인 특히 한국 남자들이라면 친구들끼리 포커게임을 해본 경험 한 두번쯤은 있을 것이다. 카드를 쪼이는 맛이 일품인 포커게임은 딜러와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들끼리 높은 패를 가진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일명 포커페이스, 좋은 패를 들고서 절대 아닌 척 얼굴에 표시를 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한 게임이다. 광고 디자이너인 최씨는 미국 내에서 꽤 유명한 광고회사의 차석 디자이너로 일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뿜뿜하던 시절, 고등학교 동창들이 한국에서 방문해 라스베가스를 갔다가 인생을 망친 케이스이다. 군대에서도,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도 친구들과 즐겨하던 게임이기에 처음 방문한 베가스에서 럭셔리하게 디자인된 독립된 포커룸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같이 플레이한다는 생각에 흥분되고 행복하기만 했다. 포커룸은 크고 쾌적했다. 1,2불의 팁만 주면 되는 술이 무제한 제공되고 어어쁜 아가씨가 자리에 직접 와 나근한 손길로 풀어주는 안마 서비스도 받을 수 있었다. 칩 만불을 바꾸자 대접이 달라졌다. 일반적인 위스키가 아니라 17년 산 이상의 고급 양주가 서비스되고 원하면 시가를 대령해 주기도 했으며 즉석에서 VIP카드도 발급해 줬다. 그날은 신기하게 운이 좋았다. 만불로 시작해 3만불을 가지고 의기 양양하게 호텔 룸으로 돌아왔다. 본인의 실력이라 굳게 믿어지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어제의 3배 수익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3만불을 칩으로 바꿨다. 매니저는 극진하게 그를 하이롤러 테이블로 안내했다.
[깜짝 상식; 하이리밋, 하이롤러 테이블은 각 호텔마나 별도의 공간에 마련되어 있으며 고급양주와 간단한 식사, 럭셔리한 화장실은 물론 편안한 휴식 공간을 함께 갖춘 고액 배팅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미니멈 배팅은 보통 테이블의 약 5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도 가능하며 플레이어의 신용도에 따라 호텔이 먼저 돈(칩)을 제공해주고 나중에 회수하기도 한다. 딜러나 칵테일 웨이트리스 역시 경력이 짧거나 기술이 부족하면 하이리밋 룸에서 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날 그는 통장에 있던 현금 10만불, 한국 돈 1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모두 잃었다. 그렇다고 해서 포커룸으로 향하는 발길을 끊을 수 없었다. 주식을 팔았고 타고 다니던 페라리를 팔았으며 대출을 받고 사금융을 이용했다. 정신과에도 가보고 단도박 모임이라는 곳에서 도움도 요청했으나 도박을 끊지 못했다. 그는 지금 감옥에서 사문서 위조, 공금횡령, 사기죄 등의 명목으로 복역 중에 있다.

도박, 우스개 소리로 바람 피우는 첩질이나 알콜중독보다 제일 무서운 게 바로 도박중독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병이라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대박의 경우는 정말 눈 씻고 찾아봐도 직접 보기 어렵다. 20년 근무한 딜러 친구의 말에 의하면 블랙잭 테이블에서 플레이어의 카드가 같은 킹 스페이드 2장, 딜러 블랙잭일 때 지급하는 천불이라는 경우의 수조차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본 적 없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 도박은 분명 병이다. 의지가 약한 병신같은 사람들만 걸리는 게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분명한 질환인 것이다. 병에 걸리면 의사를 찾아야 한다. 그게 법이다. 고치려고 노력만 한다면 죽을 각오로 애쓴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그 고약한 병에 걸리기 전에 스스로 예방하고 게임을 단순히 즐길 줄 아는 마음가짐이 먼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