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작은 시골마을 리노=====

작은 경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도착한 라스베가스의 작은 도시 리노에 도착하니 도시와는 또 다른 풍경의 고즈넉한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평생을 대도시에서만 살아온 나였기에 조용하고 한적한 작은 마을은 잠시 들르는 여행지 정도로만 생각하곤 했었는데, 어쩌면 이런 곳에 살아도 좋겠다는 마음이 문득 드는 걸 보니 아 나도 나이가 먹긴 먹었나보다 라고 새삼 놀라게 된다.

함께 동행한 친구의 집에서 환영 점심을 준비해 주었다.

일명 홈메이트 타코 한 상!!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타코에만 길들여졌던 입맛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고 인상 깊었다. 오로지 멕시코나 남미계 사람들 뿐 아니라 토박이 미국인들도 이렇게 타코를 즐겨 먹는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리노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최종 목적지인 레이크 타호로 향했다. 베가스 사막에서 얼마나 그리워 하던 호수, 드넓은 자연의 풍경이었던가. 리노에서 자동차로 약 30-40분 정도만 운전하면 갈 수 있는 레이크 타호는 크지는 않지만 베가스 내에서는 꽤 알려진 관광도시로 많은 미국인들이 특히 여름철에 즐겨 찾는 유명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호수와 푸르름이 가득한 관광도시 레이크 타호=====

리노에서 레이크 타호로 가는 길은 마치 우리나라의 강원도 정선의 드라이브 코스처럼 굽이굽이 S자 코스로 이어진 절경이 가득했다. 특이한 점은 베가스에서 볼 수 없는 푸르른 나무와 녹음이 가득한 산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명색이 같은 라스베가스 주 안인데 어쩌면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감탄하고 있자니, 리노와 레이크 타호는 습도가 높고 여름에는 비가,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 강수량이 많으니 자연스레 나무가 잘 자라는 기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푸르름에 취한 것도 잠시 곧이어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호수가 내 눈 앞에 가득 담겼다. 난생 처음보는 것도 아닌데. 분명 이런 대자연을 몇 번쯤은 봐 왔던 기억이 있긴 있는데…. 그것과는 또 다른 우와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이곳이 정녕 호수인가?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 아니 호수의 장대함이 이곳이 과연 호수이던 바다이던 상관없이 감탄사만 연발할 수 밖에 없는 흥분을 자아냈다. 말 안하고, 아무 정보 없이 왔다면 분명 거대한 바다를 보는 느낌이 딱 이랬으리라.

짜잔~~ 드디어 레이크 타호의 시내로 들어섰다. 도시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지만 작고 아담하고 아름다웠다. 자연과 하나된 인테리어에 한번 놀라고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아 두번 놀랐다.

작은 도시에 어울리는 엔틱한 호텔들도 많고 오밀조밀 자연과 어우러지게 지어진 친환경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누가 설계했는지 박수를 보내 마땅하다, 짝짝짝

심지어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상점들도 도시와는 전혀 다른 상점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명 상점들의 시골 버전 건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Harrahs나 Hard Rock같은 낯익은 이름의 유명 호텔들도 마치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듯 베가스와는 전혀 다른 사이즈로 앙증맞게 관광객들을 맞는다. 

신호등 옆에 작게 쓰여진 Lake Tahoe라는 간판이 앙증맞다.하지만 한 블럭만 더 가면 바로 캘리포니아 간판이 쥐도 새도 모르게 붙어있다. 눈 나쁜 사람은 절대 못 본다.

신호등 하나 사이로 갈라지는 라스베가스와 캘리포니아=====

다시 말해 신호등 하나를 사이에 두고 라스베가스와 캘리포니아의 주 경계가 바뀐다는 말이다. 그 말인즉슨, 캘리포니아로 진입했으니 로또를 살 수 있다는 말씀 하하하하하, 지체할 틈이 없다. 바로 주유소로 달려가 메가밀리언과 파워볼 복권을 구입했다. 베가스에서는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복권을 살 수 없는 주라는 것도 불과 얼마 전에 알았다. 어쨌거나 지금도 이 칼럼을 쓰고 있는 걸 보니 당첨이 안됐구나 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슬픈 사실!!!!    

94세를 맞는 정정한 할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두 모인 가족들은 미국 내에서도 보기 힘든 3대가 한 자리에 모여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아들과 아버지 모두 백발이 성성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점심은 가까운 곳의 타이 식당 야외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가족들의 표정에서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워 했는지를 알 수 있는 뭉클한 시간이었다.

저녁 준비는 남자들도 부엌일에 열심히 참여한다. 칼질을 하고 장작으로 바베큐를 굽고 스테이크를 굽는다, 부엌 한 자리를 차지한 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손자와 손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은 맥주를 마시고 수다를 떨며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사랑스런 강아지들도 가족의 일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모두가 만든 화려한 저녁 만찬. 에피타이저에서부터 샐러드, 바베큐 립, 스테이크에 디저트까지 정말 정성 가득하고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자랄 환상적인 맛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식사 후에는 온 가족이 간단한 산책을 위해 트레일 코스로 향한다. 호수를 끼고 둘러 싸여 있는 Tallac Historic Museum에 도착해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즐긴다.

조금만 걸으면 바다처럼 펼쳐진 호수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고 제트스키를 타거나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으며 호수 바로 앞 벤치에 앉아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 옛날 캘리포니아 귀족들이 별장으로 사용하던 역사적인 유산인 오두막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비록 오래된 건물이지만 하나도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주인들의 별장 옆으로 일하는 집사들의 휴게실이나 정원사들의 화장실, 셰프들의 숙소 등도 다 제각각 별채로 독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안내문들이 있어 설명을 돕고 그 시대의 사진이나 생활상들도 들여다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한 가족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직원들이 동원된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거대한 나무가 뜨거운 태양을 막아주는 오솔길 사이로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가족들, 건전하고 화목한 가족상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여행은 짧지만 행복은 길게 남는다=====

짧고 아쉬운 일정을 마치고 레이크 타호에서 리노로 다시 돌아와 공항으로 향했다. 거대한 라스베가스 공항은 물론 작은 시골 공항인 리노에도 실내에는 슬롯 머신으로 가득했다. 역시 베가스는 베가스였다.

갈 때는 프론티어 에어라인을, 돌아 올때는 스피릿 에어라인을 이용했다. 40불을 더 지불하고 일등석에 타는 호사를 누렸다. 국제선에서는 비싸서 못하니까 짦은 국내선만이라도 넓게 앉고 싶은 작은 사치!!!

한가지 아쉬운 점은 프론티어 경비행기 (JSX)에서는 음료와 간식도 주었는데 스피릿 항공은 물도 안줬다. 야박한 놈들 같으니라고. 검색대 통과할 때 물 반입이 안되면 비행기 안에서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툴툴대다 물 한 병에 5불 가까이 해서 그냥 꾹 참았다.

뜨자 마자 내린다고, 저 멀리 라스베가스 도시가 보인다. 필자가 다니는 호텔도 조그맣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시골도 좋고 고향도 좋지만 왜인지 베가스의 도시가 반갑다. 몇 년 살지도 않았는데 뭐니뭐니해도 나는 도시가 체질에 맞는 듯 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했던가, 아니다. 이번 짧은 여행만큼은 고생이 아니라 푸근한 추억만 가득 안고 돌아왔다. 비록 내 가족이 아닌 남의 가족 간접 체험이긴 했지만 오랫만에 느껴보는 끈끈한 식구들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기나긴 팬데믹의 끝자락에 다녀 온 여행이라 더욱 더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바쁜 거 안다. 너도 바쁘고 나도 바쁘고 먹고 사느라 뒤 돌아 볼 틈 새조차 없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거창한 유럽여행보다, 돈 많이 드는 한국여행보다 짧고 저렴한 미국 내 여행이나마 한번 계획해 보는 것도 팍팍한 베가스 모래 바람 속의 한줄기 청량한 기억을 가슴 속에 머릿속에 조그맣게 새겨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