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서 만나 본 몇몇의 한국 의사 선생님들이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문장석 내과 원장님과 척추 수술 전문의 다니엘 리, 그리고 핸더슨에 위치한 세인트 로즈 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이름 모를 한국인 선생님까지–
누가 의사라는 직업을 유난히 사랑하는 한국인 아니랄까봐,
척박한 베가스 땅에서 그 이름도 당당하게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인 의사를 만나는 일은
왠지 모르게 가슴 뿌듯하고 내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얼굴만 봐도 어지럽고 미식거리던 속이 싹 나을 정도로 감사한 문장석 내과 원장님은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하시어 못내 아쉬움이 남던 차에,
새로 생긴 H마트 근방에 있는 SW Medical Center에 근무 중인 젊고 패기넘치는 Dr.허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내가 다니는 호텔의 보험으로는 더이상 문정석 원장님을 만날 수가 없어
엉엉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프라이머리 닥터, 내과 선생님을 찾아 헤매던 중,
마침 집 근처 SW Medical Center에 한국인 의사 선생님이 계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한달음에 예약을 해 만남이 성사됐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과학자가 꿈이었던 Dr.허 선생님은 한국에서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온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UC 버클리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된 케이스이다. 
지금 현재는 DO(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 질병 뿐 아니라 생활습관, 사람 전체를 평가하고 진단, 치료하는 학문) 의사이지만 레지던트가 끝나는 올해 내과 전문의가 되면 바로 개인 병원을 개원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Dr.허 선생님의 목표는 또 다른 데에 있었다.
바로 수면 의학 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몇가지가 있지만 수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Dr.허 선생님은 그 점을 주목했다.
꼭 이수해야 하는 과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욕심으로 향후 1년을 더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토마스 제퍼슨 병원에서 펠로우십으로 수면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많은 환자들이, 특히 갱년기를 보내면서 수면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살면서 먹는 것 다음으로 자는 것이 중요한 삶의 일부분인데 정말 많은 분들이 수면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계십니다. 당장 죽는 병이 아니라 자칫 신경을 안쓰고 넘어가는 분들도 많은데 수면 문제로 다른 대사 질환은 물론 호르몬까지 불균형이 되어 또 다른 질병을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삶의 질을 더욱 높이고 좀더 인간답게 양질의 삶을 영위하고자 수면의학을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겁니다.”
바로 개원만 해도 한인들은 물론이고 환자들이 줄을 설텐데, 병원 서비스 부재로 악명 높은 라스베가스에는 의사 선생님도 많지 않은데,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돈 버는 일만 남았을텐데, 뭐하러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더 하려 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Dr.허 선생님의 대답이다.

좋아서 하는 공부니까 버틸 수 있다고, 공부하는게 너무너무 재밌어요, 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답변에 공부하고 아주 담 쌓은 나로서는 결단코 이해할 수 없는 똑똑한 Dr.허 선생님의 미소가 싱그럽다.
내가 한인 의사를 존경하는 가장 큰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SW Medical Center에서 위, 대장 내시경 검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마침 부정맥이 의심되던 나는 심장에 모니터를 부착하고 있었다. 그걸 본 내시경 담당 의사는 내가 다니는 심장 병원로부터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와야지만 내시경이 가능하다고 했다.
심장 병원에 이 상황을 설명하니까 몇가지 검사를 더 해야 한단다. 알지 않는가, 짜증 제대로인 미국 의료 시스템… 시간도 한참 걸리고 보험으로도 몇 천불이나 금액을 더 지불해야 했다. 심장 모니터는 이상이 없는데도 심장 초음파니, 스트레스 테스트니, 추가 검사가 다 끝나기 전에는 결과를 알려줄 수 없다는 말뿐이라 위, 대장 내시경 하기는 틀린 셈이었다. 
사실 몇 년 전에 심장 쪽 검사를 다 마친 상태였고 별 문제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답답하고 속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순간 Dr.허 선생님 출동!! 직접 심장 병원에 연락해 모든 결과가 정상임을 직접 확인했고 나는 일주일 뒤 바로 위, 대장 내시경 스케줄을 잡을 수 있었다. 아마도 보통의 미국 병원 시스템을 따른다면 6개월이 지나도, 글쎄… 몇 천불의 돈을 더 지불하고 나서야 내시경이 가능했으리라.  

30대 초반의 아직 미혼인 Dr.허 선생님께 “제 딸이 저 절대 안닮아 아주 예쁩니다.” 슬쩍 주책스러운 얘기를 꺼냈더니 멋쩍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애인 있다고 답한다.
허긴, 없으면 이상하지, 뭐… 나도 참 오지랖이다.안그래도 요즘 잠을 잘 못자 이런저런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딱 1년만 더 기다리면 내과&수면의학 전문의가 되어 돌아 올 Dr.허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물론 베가스든 샌프란시스코든, 어느 도시에 자리 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행여라도 다시 못보면 어떤가?
Dr.허 선생님의 앞날은 라스베가스 하늘의 창창한 햇살만큼이나 따스하고 쨍쨍 밝으니 말이다.그가 한국인이라는게,나보다 한국말을 더 잘한다는사실이 새삼 고맙다, 감사하다. 


 마케팅하는 카지노 딜러
티나 김 이메일 tina.myfunlasveg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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