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 넘어 카지노 딜러가 된 후, 

호시탐탐 다른 직업을 눈여겨 보던 나의 레이더 망에 

딱 걸려 들어 온 휘황찬란한 멋진 직업군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카지노 호스트였다.

검은색 바지에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술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담배에 찌들고 돈 10불, 15불에 악을 악을 써대는 사람들 앞에 선 딜러라는 직업, 

그 뒤로,

마치 다른 결계의 세상이 존재 하듯

명품을 온 몸에 휘감고 VVIP 고객들을 가까이서 밀착 서포트하며

우아하고 기품있는 걸음걸이로 카지노를 누비는 무리들이 있었으니,

바로 그 이름도 화려한 카지노 호*스*트였다.

(하이리밋 라운지 앞에서 포즈를 취한 호스트 Nancy)

1973년 가을,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에서 캐쉬어를 하던 친언니의 권유로 막 2년 6개월의 군복무를 마친 젊은 미모의 Nancy Moranski는 난생 처음으로 호텔 일자리에 입성하게 된다.  

그 예쁜 얼굴로, 그 예쁜 나이에, 그것도 미국에서 왜 군대에 갔느냐 묻자 

1970년대에는 미국 경제 대공황과 오일쇼크로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는가.

호텔 카지노는 물론 많은 회사에서 직원을 Hire할 때 

군인 출신이 0순위라는 걸 이미 정확히 캐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텔에서 난생 처음 그녀가 시작한 일은 바로 체인지 걸(Change Girl).

응? 그게 뭐야?

나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당시 라스베가스 카지노에는 동전이 후두두둑 떨어지는 슬롯머신을 사용했는데(이건 나도 기억 남. 그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중독된 사람들이 부지기수임. 나는 도대체 몇 살???…..) 귀여운 유니폼에 앞치마를 두르고 슬롯 머신 사이를 누비며 동전을 바꿔주는 여자를 ‘체인지 걸’이라고 한다. 또한 어여쁜 외모의 직원들이 조그만 스낵 카트를 어깨에 메고 다니며 플레이어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는 직업도 있었다고 하니 이 또한 참으로 흥미로운 카지노 역사의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1970년대 호텔 카지노 내 ‘체인지 걸’ 모습, 셔츠에 체인지 걸이라고 씌여있다. 구글에서 퍼옴) 

(간단한 스낵을 파는 카트 걸, 구글에서 퍼옴)

그 일을 시작으로 MGM 리노를 거쳐 애틀랜틱 시티에서 오퍼레이션(카지노 영업 관리)으로 일하며 경력을 쌓다가 1998년 벨라지오 호텔이 오픈하면서 카지노 호스트로 자리잡게 된 Nancy.

그녀의 새로운 제 2의 인생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라스베가스 최대 호텔인 벨라지오에서 20년간 호스트로 일해 온 Nancy는 2019년 은퇴 후 코비드 시국을 거쳐 휴식기간을 가진 뒤 현재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의 파트타임 카지노 호스트로 작년 2024년 재 입사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 72세, 짜란~~~

내가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첫 번째로 카지노 호스트라는 직업이 궁금했고,

그리고 그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그녀가 멋있었다. 존경스럽다.

거기에 나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미국의 조직 문화가 내심 부러웠다.

(1970년대 호스트 Nancy 모습, US Army 시절 찍은 사진)

그렇다면 나도 카지노 호스트나 해볼까?

라고 한 번쯤이라도 상상해 본 적 있다면 미리 대답한다. 꿈 깨시라고 말이다.

여러분이라면 둘 중에 어떤 직업을 선택하시겠습니까?

1번!

하루종일 같은 자세로 서서 눈에는 시퍼렇게 돈 독이 오른 술 취한 사람들을 상대

2번!

한껏 꾸미고 VVIP인 부자 사람들은 상대하며 카지노 곳곳을 누비는 직업

===여기에서 1번이라고 답할 사람 몇 명이나 될까?

그만큼 카지노 호스트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물리적으로 힘들다거나 전문직처럼 과정이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필자 스스로 내린 결론은 바로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채용 공고를 보기도 쉽지 않다. 딜러든, 청소든, 리셉션이든, 쉐프든, 마케팅이든, 여튼 사무직이라 할지라도 늘 사람을 구하는 호텔은 수두룩한데 유독 호스트만이 수 백, 수 천개의 일자리 중 쉽게 접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왜일까? 난 그게 궁금해 죽을 뻔 했다. 

(고객 응대를 하고 있는 모습을 찰칵, 손님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사진 찍음)

간단하게 말해 호텔 카지노에서 호스트 되는 방법은 이렇다.

특출난 외모, 화려한 말솜씨, 3개 국어 이상을 하면 플러스, 빌리어네어 내 손님이 몇 명 있으면 더 좋고(하하핫),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봐도 어마어마한 서비스 정신, Customer Services 실력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나 말 잘하고 친절한데? 나 겁나게 활발하고 미국 애들 기준 쬐끔 이쁜데? 

특히 돈 잘쓰는 부자들한테 친절한 게 뭐가 힘들까?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선 캐쉬어든, 딜러든, 슬롯 어텐던트(쉽게 말해 머신하는 고객들 응대–슬롯 머신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가서 도와주는 직업, 잭팟이 터지면 서류작업이나 돈을 전달해 주는 일이 주업무이다–이 일을 하다가 호스트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든, 서빙이든, 마케팅 팀원이든,

아무튼 호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딱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반드시 어마어마한 미모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실제로 왜 저렇게 생겼지? 하는 호스트는 많지 않은 게 현실, 한국말로 쉽게 딱 용모단정! 무슨 말인지 알지???

거기에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이 닥쳐도 대처능력이 탁월하고 뛰어 나다면 주로 호텔 내에서 Refer가 이뤄진다.

자네 호스트 한 번 해 볼 생각 있는가? – 이렇게 말이다.

싫은데요? 하면 땡이다. 

가끔은 큰 손님이 직접 추천하기도 한다. 네가 저 친구랑 게임을 몇 번 해봤는데 너무 훌륭하더라, 저 서버가 내게 큰 감명을 줬다. 호스트가 되면 좋겠다, 이렇게 말이다.

이렇게 오퍼를 받기까지, -보통은 평생 오퍼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말이 좋아 서비스 정신이지, 직장 생활 하면서 성질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닐텐데…… 

대처능력?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 현명한 상황 판단??? 

아무튼 내 인생에 나는 못하는 걸로 결론! 땅땅땅!!

(호스트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전화와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럼 내 손님이 있어야 하나? 

카지노 와서 미친듯이 돈을 펑펑 써대는 부자 손님 몇 명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건가?
그건 아니다.

내가 나가서 손님을 유치 해 오는 게 아니라 

카지노에 제 발로 들어 와 돈 쓰러 온 손님을 관리하면 된다는 말씀.

(물론 뛰어난 호스트는 큰 손님들을 본인 호텔로 유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래서 돈 많은 한인이 많은 캘리포니아 카지노에 한인 호스트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입은 월급제이다. 가끔 팁을 받기도 한다. 

물론 칩으로 받든 캐쉬로 받든 모든 팁은 세금 보고를 해야 한다.

카지노에 들러 적게는 몇 천불에서부터 감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쓰는 다양한 VIP들에게는 자동으로 호스트가 붙는다. 예를 들어 블랙잭 테이블에 앉아 몇 천불 칩을 바꾸면 플레이어스 카드가 있느냐고 묻는다.(금액은 호텔마다 다름. 오백 불, 천불에 얼씨구 하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한방에 만불 정도는 써야 대접해 주는 호텔도 있음) 

회원카드가 있으면 이미 등록된 손님인거고, 아직 회원카드를 안 받은 새로운 손님이라면 플로어 담당자가 조용히 호스트에게 전화를 건다. 여기 어떤 손님이 얼마 바꿨음. 하고  말이다. 

그러면 호스트가 와서 명함을 주며 앞으로 당신을 관리할 호스트라고 소개하고 그 자리에서 회원카드를 만들어 준다. 우리처럼 길 줄게 서서 플레이어스 카드, 즉 회원카드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다. 그러면 신분증과 함께 전화번호, 이메일 같은 정보를 적게 되니 그때부터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얼마를 쓰고 갔는지 다 기록에 남기 때문에 쓴 금액에 따라 다양한 혜택들이 주어진다. 카지노 컴프(Comps), Complimentary, 게임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마일리지라고 생각하면 쉽다. 마일리지는 다시 게임을 할 수 있는 현금 형태로 지급되기도 하고 가장 흔한 것이 무료로 객실이나(혹은 방 업그레이드) 음식을 제공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백화점 상품권으로 주기도 하고 다양한 주방용품이나 소형 가전제품을 Gift 형식으로 주기도 한다. 

Nancy에게 그동안 경험해 본 가장 큰 손님이 누구냐고 물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호주의 언론 재벌 Kerry Packer를 단연 1순위로 꼽는다. 벨라지오 호텔에서 인연이 된 빌리언에어인데, 바카라 한 판에 당시 돈 $200,000 씩 베팅하곤 했단다. 2억 8천?? 한 판에? 여기 베가스 작은 콘도 한 채 가격임. 큰 금액도 금액이지만 온화하고 친절한 그의 성품이 더 화제가 됐었다.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재벌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크게 감사할 줄 아는 훌륭한 인격을 갖췄다고 Nancy는 회상한다. 

2밀리언, 28억쯤 되려나?? 그 정도 돈을 쓰고 가는 동양인 재벌도 수두룩하단다. 아니 왜 없겠어요? 나처럼 가난한 사람이 많은 만큼 전 세계에 돈 많은 사람도 많겠지요.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오래 일한 딜러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룻 밤에 수 억원씩 잃고 가는 건 일도 아니다. 베가스에서.

(호스트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 사소한 습관까지 파악해 디테일하게 서포트를 해준다)

호스트는 인터내셔널 팀과 도메스틱 팀으로 나뉜다. 

여러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인터내셔널 팀이 당연히 유리하다. 

만약 내가 한국어,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나 스페인어 혹은 일본어 중 하나만 더 할 줄 알았다면 아마도 한 번 도전해 봤을 수도? 지금부터라도 중국어 책 살까?? 꽥!! 

호스트는 단순히 카지노를 방문한 큰 손들만 관리하는 게 아니다. 그의 가족은 물론 지인, 사업 관계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곤 한다. 일명 친구가 되는 것이다. 

꾸준히 연락을 하고 다양한 혜택들을 선사하며 돈독한 Relationship을 유지하는 것이다. 

객실에 필요한 사소한 물품에서부터 쇼, 공연 예약, 식당 예약, 리무진 서비스, 쇼핑 정보, 어떤 물을 즐겨 마시는지, 식사 취향은 어떤지, 무슨 게임을 좋아하는지 하나하나 일일이 신경 쓰는게 호스트들의 몫이다.

저번엔 내가 호스트였는데 이번엔 바뀔 수도 있다. 큰 손이면 차라리 쉽지, 애매하게 부자인 사람이 심하게 Comps를 요구해 더 피곤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물론 돈을 따면 누구에게나 친절하겠지. 하지만 잃었을 때(대부분 잃는다. 이것은 진실임) 미친듯이 돌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좋은 말로 부자 상대, 나쁜 말로 누구 비위 맞추는 게 그리 편한 직업만은 아닌 듯 하다.

호스트가 되기 위해서 전문적인 공부를 하며 정통 코스를 밟는 경우도 있다. 

UNLV 네바다 주립대학에 Map Program이란 것이 있는데 마케팅 3개월, 케이지 3개월, 시큐리티 3개월, 오퍼레이션 3개월 등등 과목을 이수하며 호스트나 호텔 마케팅을 준비하는 과정도 있다고 한다. 공부 다시 할까?? 흠…..

앞서 잠시 카지노 딜러를 비하하는 비유를 잠깐 하곤 했지만 사실 필자의 속내는 사뭇 다르다. 딜러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이 진심이긴 하지만 이 또한 진심이 아니라는 말이다.(흠….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내 칼럼을 읽고 인연이 된 수많은 분들께 나는 카지노 딜러를 하라고 적극 권한다. 

미국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전문직, 고소득자가 아니라면, 

나같이 미국에서 학교 안 나오고 영어도 완벽하지 않으며 나이가 많다면 말이다. 

하지만 자식에게는 권하지 않음. 뭔 말인지 알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후두둑 떨어지는 코인 슬롯 머신)

사실 Nancy를 비롯한 많은 호스트들이 

그들의 직업에 대해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보지는 않는다. 

A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호스트라는 직업도 10년 내에 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호스트 뿐일까? 딜러는? 서빙은? 캐쉬어는?? 

세상은 변하고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나이들어가는 낸시의 얼굴이, 그녀의 미소가 아직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낀다. 

아직은 세상이 살 만큼 아름답고, 

아직은 도전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굳게 믿는다. 

아직은 우리가 너무 젊다. 

모든 일자리를 로보트에게 빼앗겨 버리기엔 

우리의 과제가,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숙제가 너무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티나 김 이메일

tina.myfunlasveg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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