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어릴 적, TV 브라운관을 통해 보이던 수 많은 사람들의 얼굴 속에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말괄량이 삐삐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열연을 펼친 여주인공 매릴 스트립.
말괄량이 삐삐는 당시에도, 지금에도,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는 외모와 행동을 하고 있는 주근깨 가득한 소녀에게 열광한다는 점이었고, 매릴 스트립 역시 저 나이에 여주인공을? 하는 의구심을 시작으로 주름 가득한 얼굴에 더 주름 가득한 남자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 우드가 너무도 드라마틱한 진심을 담은 눈빛으로, 표정으로, 사랑을 갈구하며 서로를 바라봐 준다는 점이었다. 불륜이든 말괄량이든 뭐든 솔직히 내용은 기억도 잘 안 남.
주름진 얼굴만,
더 그득그득한 주근깨만이 내 뇌리 속에 잔뜩 자리 잡았다.
그 두 여인은 내 가치관의 혼란에 불을 지폈다.
저 정도 심한 주근깨를 하나도 커버 안 해도, 절대 가리지 않아도 배우를 할 수 있구나.
지금에야 불륜이든 중년의 사랑이든 소재가 차고 넘치지만 어디 저 시대에는 가능키나 했던가?
그냥 무작정 동경을 했다.
나도 저런 이쁜 주름을 가지고 싶다.
몇년 전 무의식 중에 혼자 밥을 먹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았다.
그리고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미간에 세로 주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밑에는 일명 눈밑 지방이 축 처진,
흉측한 몰골의 내가 우걱우걱 무언가를 열심히 씹어대고 있었다.
‘’’’’’’’’
그 와중에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가만히 보면 나 멘탈 개 강함.
나이 들어 당연한 거 아니야?
성형해서 이뻐질 거면 누군 못해? 난 달라! 나는 티나 김이잖아, 우씨~~!!!!
지랄하네.
그렇다.
말 그대로 지랄 꼴갑이었다.
막 지 멋대로 생긴 건 생각 안하고 알량한 지푸라기 같은 자존심 한 조각만
내 심장 절벽 끝에 붙어 겨우겨우 데롱데롱 매달려 있었다.
어느날, 절체절명(?)의 사소하고(?) 유치하고(?) 하찮은(?) 계기가 하나 생겼다.
결심했다.
성형 수술 한다, 나!
평소 다니던 안과 스페셜리스트 중 라스베가스에서 단연 손꼽힌다는 외과의사가 있다.
이름하여 Steven Leibowitz.
갑상선 항진증의 부작용으로 눈이 튀어나오는 환자의 눈알(?)을 다시 안으로 집어 넣는, 발음도 어려운 의사 이름만큼이나 더 어려운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전문의로서 이 바닥에선 이미 명성이 자자한 분이었다.
나는 수술까지 가야 할 상황은 아니고 테파자(Tepezza)라는 혈관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아 더 이상 안구돌출이 안되게끔 진료를 받는 와중이었다.
2년 가까이 Dr. Leibowitz 선생님을 만나면서 이 분이 안와감압술, 즉 돌출된 안구를 교정하는 수술 뿐만 아니라 눈에 관한 모든, 성형수술 포함 다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눈밑 지방 제거하는데 얼마에요? 보험은 안되지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노화로 인해 눈꺼풀이 처져 (못생기고 늙어보이는 건 둘째치고) 밤에 잘 안보여요. 보험 될까요?
결론만 말하자면 눈밑 지방 제거, 일명 하안검은 성형수술이라서 보험이 안된다. $3,700.
상안검은 간단한 테스트로 보험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보통의 상태에서 깜빡이는 불빛에 반응하는 상황과 눈을 크게 부릅뜨고(테이프로 눈꺼풀을 한껏 잡아 올린다) 본 상황이 차이가 많아 보험이 적용됐다. 일하는 호텔의 보험이 거지같아 디덕터블이 높다. $1,200.
하안검은 다니던 Doctor’s office에 앉아서 부분마취로 간단하게 하는 수술이고 상안검은 마취과 전문의까지 동원되는 전신마취로 수술 전문병원에서 진행한다. 둘 다 집에 데려다 줄 라이드가 필요하고 하루에 같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당장이라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일하는 스케줄 때문에 따로 수술을 했다.
대망의 2024년 10월 7일.
힘들게 PTO, 유급휴가를 끼워 맞춰 간단하다는 하안검을 먼저 했다.
밥 먹다가 스쳐 본 내 얼굴에 스스로 너무 놀라 하루라도 빨리 하려 현금으로 결제했다. 캐쉬가 빨리빨리의 법칙으로 통하는건 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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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고 쪽팔리지만 Before 사진을 공개한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어 전체 얼굴은 안 내보냄. 식사하시는 분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필자의 피나는 노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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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생긴 안과 진료실에서, 늘 다니던 바로 그 공간에서 앉아서 수술한다. 따끔!하고 부분마취를 한다. 수술 전에 이런저런 안약을 넣고 총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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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수술 전에 눈밑에 스케치를 한다. 그 와중에 사진을 찍은 나도 참 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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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수술 바로 다음날 사진, 잉? 정말 이 정도라고?? 할 정도로 통증도 없고 흉터도 없다. 엄살 많은 내가 버틸 정도면 할 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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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10월 9일, 반창고를 떼고 찍은 사진. 신기하쥬? 끝내주쥬? 그 많던 눈밑 지방들이 감쪽같이 몽땅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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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수술한 지 나흘만에 옅은 BB크림만 바르고 눈썹만 그리고 동네 야시장 축제에 다녀옴. 왼쪽 뺨은 부은게 아니고 오징어를 잔뜩 입에 물고 씹다가 찍은…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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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오히려 일주일 정도 지나자 눈밑에 멍이 올라 온다. 당연히 아직 붓기는 빠지지 않았다.
=======여기서 쉬어가는 타임=========
사람이 얼굴에 한 번 손을 대니 더 욕심이 생긴다고, 보톡스라면 극혐하던 내가 미간에 보톡스를 맞았다. (2024년 3월 20일 칼럼-언니는 왜 보톡스 안 맞아?-참고)
2024년 10월 21일, 라스베가스 그린랜드 마켓 안에 위치한 헐리우드 메디스파에서 딱 60불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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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사진을 위해 잔뜩 찡그리고 찍은 사진. 일부러 그러긴 했지만 정말 못봐주겠다. (식사 중이신 분들, 죄송합니다ㅠㅠ) 워낙 보톡스를 극혐하던 성격이라 이미 주름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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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을 받자마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 아플거라 미리 겁 먹고 많이 징징댔지만 정말이지 하~~~나도 안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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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10월 21일, 오후에 신기방기해서 기념으로 한 컷. 비록 처음 Before 사진을 일부러 인상 최대한 쓰고 찍었지만 Before&After가 드라마틱하다. 이래서 보톡스 보톡스 하는구나 싶다. 배신감 느끼시는 분들, 한 입으로 두 말 한 죄, 미리 사과 말씀 드립니다. 나이가 원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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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보톡스 3일 후, 하안검 약 2주 후 한껏 멋을 내고 나간 김에 인증샷을 찍었다. 눈밑 지방 재배치를 한 후의 사진에선 마치 애교살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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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4일, 드디어 상안검 수술날이 다가왔다.
나는 사실 상안검이라고 하면 눈썹 바로 밑을 째고 늘어진 피부를 당기는 간단한 수술인 줄 알았다.
그!런!데!
No No No, 한마디로 거대한 쌍꺼풀 수술이었다………………………..
Upper Eyelid, 즉 상안검이잖아!! 쌍꺼풀은 Double Eyelid잖아!! 다르잖아, 다르잖아, 악악악!!!
아니었다. 차이점이라곤 쌍꺼풀 라인+눈썹 산? 눈썹 올라간 뾰족한 부분 바로 밑에도 함께 약간 절개한다는 것. 물론 의료계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다른 수술이에요 하겠지만 내 느낌엔 그냥 무시무시한 찐~~~하디 찐~~~한 쌍꺼풀을 만드는 수술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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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수술 직 후 마취에서 깬 와중에 찍은 사진. 올릴까 말까를 칼럼 마감 직전까지 고민고민했지만 열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와닿을 듯해 과감히 올리기로 결정함. 단 너무 혐오스러워 흑백처리함. (식사 중이 아니라도 더더더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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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수술 일주일 후 더 이상의 휴가를 낼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출근해 찍은 사진. 일할 때는 안경을 착용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몰라 봄. 눈썰미 없는 직원들은 아~~~무 관심이 없거나 아, 쟤 오늘 안경 썼네, 이 정도 반응이었음. 조금 섭섭?? 하기도 함. 우씨, 돈이 얼만데…..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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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수술 25일 후, 바로 위의 사진과 차이가 좀 나는 걸 알 수 있다. 잘 아물고 있음. 수술한 걸 아는 동료들은 깜짝 놀란다. 눈이 왜 이렇게 커졌냐고. 진한 속눈썹까지 붙여 일부러 눈을 더 강조했다. 왜냐고? 그냥, 강조하고 싶었어요.
중국, 필리핀, 아시안계 포함 대부분의 외국인 동료들은 예뻐졌다고 입바랜 소리를 한다. 평소 절대 말 안걸던 시큰둥한 직원들까지 왜 이뻐졌을까?? 옆에 와 슬쩍 말 걸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정말 몰라서 저러는걸까??? 흠… 성질 더러운 남미 여자처럼 생겼다는 말도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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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위 사진이랑 단 하루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분위기는 또 다르다. 이래서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여자의 사진빨에 속지 말라고 말이다. 모든 표정이 다 똑같긴 하지만 나는 사진을 참 잘 찍는다. 실물보다 훨씬 쨍하게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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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갑상선 진료를 갔다가 한 컷, 내가 봐도 눈이 좀….. 너무….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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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2일, 해가 바뀌고 새해가 왔다. 새해 첫 팬미팅 나갔다가 찍은 사진. 확실히 햇수로 2년이 지나서 그런가(??) 많이 자연스러워진 모습이다. 하안검 3개월, 상안검 한 달 반, 시간이 약이란 말은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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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옛날 사진 한 번 들여다 보자. 작년 9월 20일, 분명히 차이가 있다. 확연한 눈 크기가 그걸 말해준다. 옛날 사진이 더 자연스럽고 낫다고? 그건 내가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 것일 뿐, 처음에 적나라하게 올린, 눈만 찍은 Before 사진을 상기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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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인 1월 4일, 이젠 똑같은 구도의 똑같이 웃는 얼굴 사진만 봐도 질린다. 그만.. 제발 그만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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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옛날 사진 한 번 더 보고 가실게요! 2년 전 입니다. 수술 전 후 상황을 비교하고자 똑같은 구도의 사진을 계속 올리니 화내지 말아주세요. 생각보다 상안검, 하안검 비교 사진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더라니까요, 글쎄… 거의 다 끝났습니다. 못생긴 얼굴, 똑같은 그저그런 사진 보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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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끝난 줄 알았지요??? 1월 6일 라스트 팡입니다!
나이 50 중반이 훌쩍 넘어 이제야 절절히 깨달았다.
앞서 언급한 주근깨도 주름도 못생김 조차도….
본 바탕이 받쳐 줘야 아름답다는 사실을 말이다.
타고나기를 귀엽거나 아름다워야 그 위에 덮혀진 그 무엇도 빛날 수 있다는 진리를 나는 왜 지금에야 깨달았을까? 나이는 도대체 엉덩이로 먹은 것일까?? 내 주제에 뭐가 그리 자신감이 넘쳐 나 남들 다 하는 그 흔한 피부관리 시술 하나 안하고 떵떵거리며 살았을까?
어릴 적엔 몰랐다.
아니, 솔직히 알긴 알았지.
하지만 커버 가능했다. 바로 “나이”가 말이다.
젊음이 그 모든 흠집들을 가리고도 남음이 있다는 진실을 당시에도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그게 쓸데없는 똥고집과 거만한 착각으로 똘똘 뭉친 자만심 따위로 표출되어 열심히 아름답게 꾸미고 사는 이들을 싸잡아 성괴(성형 괴물) 따위의 격한 단어들까지 동원해 가며 싸잡아 비난했었다.
자격지심에, 부러움 반 질투 반에, 저렇게 태어나지 못한 자괴감까지 더해져
이쁜 애들은 흉부터 보던 지난 시절,
이쁜 대신에 인성이 싸가지거나 머리가 텅텅 비었다고 굳이 굳이 끼워 맞추던 시절, 이 얼마나 무식하고 편협하고 어리석은 짓인가 말이다.
창창했던 “나이”가 지나고 나면,
이쁜 주름이, 아름다운 늙음이 약간의 수술이나 시술이 더해져도 변함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
늘어진 피부와 날로 선명해져 가는 주름, 움푹 패인 흉터들이
오늘따라 더 수치스러워지는 밤이다.
(진짜 라스트)
칼럼 올리기 5분 전, 역광의 힘을 빌어 올린 지금 사진입니다.
상안검, 하안검 고민하시는 분들 적극 추천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특히 상안검은 정말 시야가 흐려져 야간 운전 중 위험한 경우가 많아서 부득이하게 한 수술입니다.
부작용으로는 하안검 후 눈 밑 주름이나 다크서클이 생길 수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냥 감사할 뿐, 대만족입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용기가 필요한 분들께
하든, 안 하든, 결정하는데 도움 되시라고 용기 내 보았습니다.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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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김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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