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전갈, 즉 Scorpions를 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될까.
흔히 말하는 집안에 출몰하는 벌레들은 가장 흔한게 바퀴벌레, 혹은 개미나 거미 종류, 쥐나 다른 설치류 종류는 패스! 아무튼 무의식 중에라도 떠올리는 벌레 리스트 중 전갈은 없었다.
라스베가스에 사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너무 더운 날씨 덕분에 벌레가 많지 않다는 점인데, 예를 들면 타 주에 비해서 모기나 파리가 현저히 적다는 것과 사랑하는 털내미가 틱(진드기)에 물릴 걱정 안해도 된다는 작지만 중요한 이유가 있었더랬다.
바퀴벌레는 핵 폭탄이 떨어져도 유일하게 살아남을 생명체라 그렇다 치더라도 사실 모기와의 전쟁은 겪어본 사람은 다 안다. 여름마다 왜 나만 물지? 내 피가 그렇게 맛있나? 투덜대며 제 아무리 피 날때까지 벅벅 긁어도 가렵고 아프고 따가운, 나만 아픈 슬픈 기억을.
베가스에 와서 모기 물린 기억은 없다. 내가 베가스를 사랑하는 사소한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이여? 난생 처음 전갈을 봤다. 내 눈으로 이렇게 생생하게 전갈이라는 놈을 마주한 건 처음이다. 솔직히 첫 인상은 이상하고 징그러우면서도 쫌 귀여웠다.
사막에 사는 전갈은 열과 습기에 끌리기 때문에 뜨거운 태양과 더위를 피해 사람이 사는 집 특히 에어컨이 설치된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이 새는 호스, 수도꼭지, 스프링쿨러 등 집 주변의 습기가 많은 곳으로 유인되기 때문이다.
전갈은 다른 곤충을 먹고 살기 때문에 바퀴벌레나 귀뚜라미가 있는 집이라면 전갈이 있다는 결론인데, 요 놈들이 철저한 야행성이라 낮에는 바위 틈이나 나뭇잎 속 같이 어두운 곳에 꽁꽁 숨어 있다 밤만 되면 기어 나와 우리를 놀래킨다.
원래 전갈의 주 서식지는 애리조나였는데 베가스가 개발되면서 많은 양의 집을 짓게 되고, 미국 목조 주택의 특성 상 애리조나에서 베가스로 야자수나 다른 나무들을 공수해 오는 과정에서 걔네들도 같이 이주해 와 사방팔방 퍼졌다는 게 정설이다.
간단히 구글만 찾아봐도 전갈은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두려운 해충 중 하나라고 씌여있다. 거미류에 속하는 전갈은 큰 독침이 있어 사람을 문다. 집 앞 잡초를 뽑다가 앗, 따끔! 하고 뭐에 쏘였다는 사람을 많이 봤다. 대부분 그게 전갈에 물린 건 지도 모른다.
흔하게는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공원 풀 밭을 걷다가 뭔가 따끔한 경험이 한 두번 쯤은 있을 것이다. 뭔 벌레한테 물렸는지도 모른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인데, 강아지 역시 여기 저기 벅벅 긁으면 알러지인가? 하고 약만 먹이곤 했었다. 전갈 놈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전갈에 물린 흔한 증상으로는 한 군데만 붓는 모기와는 다르게 여기저기 작은 물림 자국이 난다. 빨갛게 부어오르고 가려움보다는 통증이 있다. 따끔거리면서 부분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주위가 얼얼하거나 오히려 물린 부위가 무감각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보통은 그러다 마는데 맹독성 전갈에 물렸을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통증이나 근육 마비, 경련을 동반해 호흡마비가 오고 침을 흘리거나 부정맥이 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가끔 뉴스를 보면 어린 아이가 전갈에 쏘여 쇼크가 왔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아무튼 집 안에 전갈 출연 후 즉시 페스트 컨트롤을 불렀다. 특이한 점은 바로 밤에 출동한다는 점!!! 야행성인 전갈을 잡기 위해서는 낮에 아무 소용이 없다. 밤에 와야 마당을 누비고 다니는 전갈 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밤에 일하는 그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특수 플래시로 비추니 전갈이 야광색으로 보인다. 으악, 징그럽고 신기하고 희한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쬐끔은 귀엽기도 하다.ㅠㅠ 긴 막대기로 잽싸게 낚아 채 죽인다. 여기저기 플래시를 비추니 전갈이 많기도 하다. 계단, 잔디, 풀잎 속, 집 주위 어디든 활보하고 다닌다, 세상에나…
전갈은 해충이다. 나 뭐에 물렸지? 의아하다면 한 번 쯤은 전갈 놈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방 안까지 침투해 잘 때 물기도 한다. 특히 어린 아이나 애완 동물이 있는 집이라면 터마이트는 필수이다. 바퀴벌레나 귀뚜라미처럼 기겁할 정도의 외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서움.
페스트 컨트롤을 부르기 부담된다면 아마존이나 홈디포, 월마트에서 특수 플래시를 사면 된다. 말이 특수이지 10불 안팎이다. 그걸로 집 주위나 마당 등을 비추면 짜잔~~ 하고 전갈이 나타날 것이다. 용기 있는 사람은 바로 죽이면 되고 그게 무섭다면 약을 뿌리는 방법도 있다. 나는 그냥 페스트 컨트롤 불렀음. 무서워서.
세상은 넓고 벌레는 많다.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벌레 무서워할 시간도 없는데,
그 와중에 전갈까지 한 몫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어쩌랴.
인류가 멸망해도 그들은 살아 남는다니,
내 능력치 안에서
열심히 힘 닿는데 까지 욤감무쌍하게 물리치며 사는 수 밖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한 놈 나와!!
얘네들은 도저히 즐겨지지가 않아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