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뚱뚱하다. 미국인들 시선으론 평균(이라고 생각하고 싶음), 한국인 기준으론 그렇다. 뚱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키니를 입는다고? 나이 50중반이 넘어??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특히 열돔 현상에 갇혀 매일 최고 온도를 경신하는 사막 한 가운데 라스베가스에서 나는 결심했다. 비키니를 입자!!

누가 라스베가스는 거친 사막과 도박만 있다고 했는가. 펄펄 끓는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드넓은 호수 Lake Mead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 매력이 넘치는 도시, 누군가는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측은해 하는 도시, 나 역시도 이렇게 방대한 자연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한 도시, 그래서 베가스가 좋다.

6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지인 소유의 보트를 타고 친구들과 함께 호수 한 가운데로 향했다. Lake Mead로 가는 길은 보트나 제트스키, 트레일러 등을 매달고 가는 차들이 유독 많다.

입구에 도착하니 자그마한 선착장이 우리를 반긴다. 터질듯한 태양 아래 푸른 하늘과 더 푸른 호수, 하얀 구름이 한데 섞여 꽤 근사한 풍경을 쏟아낸다.

호수에서 보트 처음 타 봐요~~ 촌스러운 나를 선선한 바람이 부드럽게 달래준다. 으악, 신날 것 같아, 조금은 흥분되고 들뜬 마음으로 듬직허니 잘생긴 보트를 요리조리 훑어본다.

보트 시동을 걸자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내 주위 아름다운 풍경에 묻혀, 시원하게 날리는 머리결에 가려 들리지 않는다.

여기가 바다여 호수여, 말로만 듣던, 인터넷에서 눈으로만 보던 다양한 바위들과 푸른 물결, 재빠르게 질주하는 보트 위에 앉아 있으니 무슨 스피드 레이서가 된 느낌이다.

바위의 색이 극명하게 투톤으로 나뉜다. 위에는 진하고 밑에는 흐린 색인 이유가 바로 강수량이 부족해서이다. 자연이 아프다고 SOS를 보낸다. 호수의 물이 점점 줄어 저렇게 슬픈 현상이 나타난다. 

지나는 보트나 제트스키가 있으면 반갑게 서로 손을 흔든다. 너 팔자 좋구나? 응, 나도 팔자 좋아. 이제는 너 하나도 안부러워. 속으로 박박 소리 지르고 머쓱하게 또 혼자 웃는다.

조금 달리자 앞에 후버댐이 보인다. 유타 주 경계선도 보인다. 후버댐 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호수 한가운데를 질주하는 우리를 쳐다본다. 부럽지? 나도 부러웠었어.

조용한 스팟을 찾아 배를 대고 호수로 풍덩 뛰어든다. 뉴스에서 들었어. 호수에서 수영하다 무슨 박테리아에 감염돼 죽었다고. Don’t Worry! 걱정은 잠시, 나는 아직 멀쩡하다.

친구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물에 둥둥 떠있는다. 처음에는 좀 무서웠지만 워낙 물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곧 적응이 된다. 차갑던 물도 어느새 따뜻하게 느껴진다.

짜잔~~ 걸치고 있던 윗 옷을 벗어 제끼고 유유히 호수 한가운데를 헤엄친다. 나 수영 좀 해. 날씬하지 않으면 어때? 아름답지 않으면 어때? 나는 오늘 한 마리(?) 우아한 인어공주!!!

구명조끼만 착용한다면 몇 시간이고 물 위에 둥둥 떠 있을 수 있는 여유, 잠시 올라 와 시원한 맥주 한 캔으로 갈증을 달랜다. 천국이 따로 없다.

이렇게 몇 군데 스팟을 돌며 수영을 즐기고 돌아 올 때는 보트 운전대도 잡아 본다. 면허증 있으면 운전 가능하다. 검사 하는 사람 물론 없지만 말이다. 꺄아악~~ 속도를 높여 본다. 

세상에 참 팔자 좋은 사람 많아, 라고 생각했다. 큰 트럭에 더 큰 보트 매달고 놀러 다니는 사람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나는 매일 일하느라 바쁜데, 살아내느라 버텨내느라 그까짓 호사조차 꿈도 안 꾸고 살았는데, 기회가 닿아 온 종일 질펀하게 즐기고 보니 별 거 아니었다. 소소한 하루의 일기장 한 페이지가 넘어가듯 그냥 평화롭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내가 왜 그동안 그리도 아둥바둥 살았을까 갑자기 현타가 온다. 어쩌다 한번 쯤은 이런 쉼의 찰나를 나 스스로에게 선물한 내 자신이 대견하다. 친구가 고맙다. 다시 담배 연기 자욱한 일터로 돌아가야 하지만 새삼 느낀다. 충전하지 않으면 에너지는 곧 바닥날 거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음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30년 전에는 감히 생각도 못했다. 이 나이에 이 몸매에 비키니를 입을 거라곤 말이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니 못할 건 또 뭐람, 내 몸뚱아리 남에게 피해 안 끼치고 내가 입겠다는데, 라는 용기가 막 생긴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30년 후에, 내가 80 중반이 되었을 때도 비키니를 입을 수 있을까? 흠….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까지 살아 있을지 조차 모르는 일 아닌가. 그냥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내 인생에 가장 젊은 순간인 오늘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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