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H Mart 입점, 정녕 꿈은 이루어지는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통해 라스베가스 땅을 딱 처음 밟는 순간, 찰라의 순간에 제 1순위로 생각 나는 것, “수 많은 한인들이 척박한 미국 땅에 정착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필수 요건이 뭘까?”를 고민해 봤다. 집도 학교도 직장도 중요하겠지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바로 한인마트였다. 왜냐고 묻는 바보는 없겠지! 가장 단순하고 더 본능적인!! 바로 먹고 살기 위함이니까 말이야.

미국의 전체 50개 주 중에 최소한 10개 주 이상에서 살아보고, 적어도 20개 주 이상을 방문한 적 있는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어느 도시를 가든 보란듯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한인마트를 볼 때마다 쓸데없는 애국심이 불타 오른 것 또한 사실이다. 숫자에서 압도하는 중국마트보다, 찾아보기 힘든 일본마트보다, 한인마트는 단연 현대적이고 깨끗하며 편리했고 또 거대했다.

한인마트의 선두주자가 바로 그 유명한 H Mart이다. 뭐라고? 진짜로? 헐, 어이가 없네. 에이 설마, 그럴리가요….했다. 라스베가스에 H Mart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말이다.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니 당연히 그에 버금가는 다른 이름의 훌륭한 한인마트가 보란 듯이 자리하고 있을 거라는 쓸데없는 확신도 있었다. 비록 한인의 수가 LA와 비교할 순 없어도 그래도 명색이 베가스인데??

없었다, 정말로 없었다. 애틀랜타에서 날아온 필자로선 그 실망감이 더했다. 조지아에만 무려 수십 개의 거대한 한인마트가 포진해 있다. 한인이 가장 많은 도시 애틀랜타만 해도 5개 이상의  H Mart를 비롯해 메가마트, 시온마켓, 남대문, 아씨마켓 등 채소가 싼 곳, 라면 세일이 많은 곳, 김치가 맛있는 곳 등 여러 마트를 골라가며 쇼핑할 수 있었는데 베가스는 달랐다.

기존에 가장 많이 알려진 베가스의 한인마트는 바로 그린랜드였다. 이 아까운 지면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린랜드에 대한 불만이 있는지는 일일히 나열하지 않겠다. 다만, 베가스에 유일한 단 하나의 한인마트라는 절대적인 강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케팅에 전무했으며 한인들이, 아시아인들이 정녕 원하는 게 뭔지 기본 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불행히도 Lee’s Company의 대표이자 창업주였던 고 이해언 회장의 죽음과 채 석달도 안돼 외아들인 케니 리의 사고까지 불행한 가족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린랜드의 허접함과 무성의함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베가스 한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대안을 찾은 곳이 바로 중국마트이다. 또 다른 한인마트인 왕마켓(W 마트)이 있긴 하지만 규모나 시설 면에서는 정겨운 동네 슈퍼마켓 정도이다. 사업수단과 이윤에 능한 중국마트들은 발빠르게 한국 식품이나 생활용품, 한국 산 쌀에서 소주, 삼겹살에 김치까지 입점시켰다. 싱싱한 채소는 물론 한인마트보다 훨씬 저렴한 라면, 과자 등이 즐비하다. 안 먹는다고 죽을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먹고 싶은 깻잎, 한국 부추, 참외, 한국 배, 김밥 등 몇가지 식재료만 제외하면 떡볶이, 불고기는 물론 고추장에서 냉동 식품까지 거의 모든 한국 식품을 중국마트에서 살 수 있다. 라스베가스 차이나 타운을 중심으로 99 Ranch, 168, Shun Fat, International market 등 크고 작은 중국마트들이 한인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 와중에 드는 가장 큰 궁금증은 바로 왜 라스베가스에는 H Mart가 없는가? 이다. 상식적으로만 보더라도 한인 수가 적으니 없지 않을까 하겠지만 한인마트는 결코 한인들만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니다. 당연히 로컬 미국인은 물론 베가스 내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는 필리핀인, 베트남인, 두 말하면 잔소리인 중국인들까지, 타 주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아시아 인구만 보더라도 두 개도 바라지 않아! 최소한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말이다. 오죽하면 H Mart 본사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봤다. 물론 회신을 받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여기저기 정통한 소식통을 내세워 [카더라] 하는 소문에 대해 알아봤다. 아하 그랬구나,  H Mart가 들어온다는 소문은 무려 수십 년 전부터 파다했다. 심지어 2008년에는 ‘드디어 내년 2009년에 H Mart 라스베가스 진출’ 이라는 신문기사가 여기저기 도배되어 있을 정도로 기정 사실화 됐었다. 하지만 김칫국을 너무 많이 마신 우리는 속이 쓰렸다. 짜증나고 속상하고 한편으론 허무하기까지 한 [카더라 통신]으로만 남겨진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결국에는 H Mart가 라스베가스에 입점한다”는 소식이 스물스물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자세한 주소까지 표면에 떠올랐다. 사하라와 디케이터가 만나는 대로변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안에 H Mart가 비지니스 승인을 신청하고 시 당국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더군다나 올해 2022년 12월 말 소프트 오프닝을 한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가만히 있을 필자가 아니었다. 주소지를 들고 문제의 쇼핑몰을 직접 찾았다.

평소에는 꽤 많은 유동인구가 왕래하는 곳이지만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가, 한가한 시간 덕분에 차 한대 없는 넓은 주차장에서 꽤 근사한 사진까지 찍을 수 있었다.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내부는 물론 외부, 뒷편 상하차 공간까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쇼핑몰 내부를 보기 위해 얼굴을 바깥 유리창에 찰싹 들이 밀었다. 

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넓디 넓은 공간에 덩그러니 실내를 지지하는 철제 기둥들만 빼곡히 자리한 채로 텅 비어 있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인력이 소모될 실내 공사의 흔적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시 당국의 허가 전이니 아무 것도 할 수는 없겠지만 그 흔한 섹션 별 나눠지는 공간은 물론 화장실 조차 없었다. 누군지 몰라도 올해 말 소프트 오프닝 한다고 소문 낸 사람 죄책감 크게 들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주관적인 관점으로만 보더라도 이 상태로는 당장 마트를 오픈할 상황이 아니었다. 화장실 하나 만들려 해도, 작은 식당 하나를 오픈하려 해도 허가를 받은 후 진행해야 할 조건이 수백, 수천 가지인데 하물며 대형마트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은 더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실내는 말할 것도 없고 외부 주차장이나 구조물 설치만 해도 앞 길이 구만리다. 혹시나 행여나 설마 내일 당장 인스펙션이 끝났다 가정 하더라도 개장일까지 족히 3,4년은 더 걸릴 듯 했다.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실망감과 허탈함으로 변했다. 다만 한가지 진심으로 바라는 점은 H Mart가 라스베가스 시에 허가를 신청한 것이 사실이고, 그들이 각종 허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며, 모든 루머나 소문들이 단지 [카더라 통신]이 아닌 진실이기만을 바래본다. 서류만 끝난다면 한국인 특성 중 가장 위대한 ‘빨리빨리’ 전법을 통해 단 시간 안에 완벽하게 공사를 끝내주기 만을 기도할 뿐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었다.

나는 오늘도 마트를 간다. 채소는 멕시칸 마트나 중국마트로, 고기는 코스트코나 샘스, 아니면 가까운 스미스 같은 미국 마트에서 구입한다. 최근에는 아마존이라는 온라인이 대세 중에 대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생필품은 당연 월마트가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작은 목소리지만 크게 외쳐본다. 나 한사람 개개인의 작은 편리함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 시민들의 다양한 기본권 욕구 충족을 위해!! 더 나아가 라스베가스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는데 가장 먼저 Made in Korea를 내세울 수 있는 자부심을 위해!!! 

H Mart 회장님, 대표님, 사장님, 실장님, 매니저님, 라스베가스를 버리지 말아주세요오오오~~~~ 제발!